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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전쟁에 파병 말라

오바마는 9월 10일 대국민연설을 통해, 8월 초부터 이라크에서 벌이던 공습을 시리아로까지 확대하겠다고 했다. “인도주의” 가식도 내던졌다.

오바마는 수니파 이슬람주의 단체인 ‘이라크·시리아 이슬람 국가’ ISIS(이하 아이시스)가 미국인을 살해하기 때문에 깨뜨려야 한다면서 미국인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역겨운 위선이다. 아이시스에게 살해당한 첫번째 미국인의 어머니는, 아이시스가 요구한 몸값을 가족들이 모금하려 하자 이를 막으려고 백악관 인사가 처벌 운운하며 세 차례나 위협했다고 폭로했다.

지난 사반세기 동안 미국의 모든 대통령들(조지 부시 1세, 빌 클린턴, 조지 부시 2세)은 이라크에서 전쟁을 벌이면서 그것이 미국인들을 위한 것이라고 떠들었지만,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테러 위협은 바로 이 전쟁들 때문에 더 커져만 왔다.

미국은 왜 또 중동에서 전쟁을 일으키는가

막대한 석유 매장량과 지리적 요충지라는 점 때문에 오래전부터 세계 지배자들은 중동에서 패권을 장악하려고 했다.

미국도 패권국으로 떠오른 이래 수십 년 동안 중동에서 전쟁을 벌여 왔다. 미국은 중동 정세를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만들려고 이스라엘의 시온주의자들,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아프가니스탄의 오사마 빈 라덴 등을 지원하며 전쟁을 벌였다(이 중 후세인과 빈 라덴은 나중에 미국에 등을 돌린다). 2003년에는 직접 군대를 끌고서 이라크를 침공·점령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미국의 이라크 점령은 패권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점령에 반대하는 이라크인들의 끈질긴 저항에 직면한 미국은 종족 간, 종파 간 분열을 조장하는 동시에 각 세력에게 지킬 수 없는 약속들을 남발했다. 이라크인들의 저항을 억누르기 위해, 원래 자신이 이라크 다음의 침공 대상으로 삼았던 이란의 영향력에 기대기까지 해야 했다.

경제 위기, 중국의 부상, 세계적 반전 여론도 미국을 압박했다. 처음에 오바마가 이라크 철군을 내걸고 당선한 배경이기도 했다.

결국 미국은 이라크 정부가 아주 취약하다는 것과 애초 의도와 달리 이란의 영향력이 더 커진 것을 알면서도 도망치듯 이라크에서 철군했었다.

또한 미국은 제국주의를 증오하는 중동 노동자·민중을 억누르고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키기 위해 아랍 지배자들을 노골적 또는 암묵적으로 부려왔다. 그런데 아랍 혁명은 이들을 모두 약화시켰다. 옛 지배자들이 쫓겨난 나라들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잠잠한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등지에서도 지배자들은 국내 정치가 이전보다 불안해진 것을 걱정한다.

아이시스의 등장은 이런 요인들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 요인들을 더 강화시킨다.

그래서 미국 지배자들은 중동에서 아이시스의 성장을 억제하고 미국 패권 약화 흐름에 브레이크를 걸어야 한다고 여긴다. 이것이 오바마가 중동에서 또다시 전쟁을 선언한 진정한 이유다. 그러나 미국은 경제 위기로 군비 지출을 줄이는 동시에 동아시아에서 중국 견제에도 힘을 쏟아야 하기 때문에 군사력을 마냥 중동에 집중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래서 오바마는 한사코 아랍 국가들을 끌어들이려 하지만 순탄치 않다. 오바마의 장담과 달리 미군 수뇌부에서 지상군 투입에 대한 얘기가 계속 나오는 배경이다.

아이시스는 어떤 세력인가

아이시스는 이슬람주의, 또는 정치적 이슬람 중에서도 가장 종파적인 단체이다. 그 때문에 이들은 오랫동안 이라크 반정부 운동 내 비주류에 머물렀다. 시리아 혁명세력의 일부로 활동할 때도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독재자에게 석유를 팔고, 다른 혁명가들을 살해하기도 했다.

이들의 이슬람 해석도 극단적으로 보수적이기 때문에 혁명을 지지하는 많은 시리아 무슬림들은 “아이시스는 자기네들 종교 갖고 떠나라” 하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라크와 시리아의 아래로부터 저항이 각각 미국과 러시아의 개입으로 난관에 부딪히자, 좌절한 사람들의 일부는 아이시스의 군사력에 매력을 느꼈다.

게다가 아이시스가 국제주의적 언사를 떠벌리고 반제국주의를 내세우며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팔레스타인, 체첸(하나같이 제국주의에 상처받은 나라들이다) 출신자들도 끌어들였다. 서방의 무슬림 혐오에 좌절해서 가담한 이들도 있다.

그러나 아이시스는 이스라엘이 50일 동안 팔레스타인을 폭격하는 동안 주목할 만한 입장 표명조차 하지 않을 만큼(〈인디펜던트〉) 그들의 언사와 실천 사이에는 간극이 크다.

이런 아이시스를 깨뜨리는 것을 미국에 맡길 수는 없다. 아이시스 자체가 제국주의가 부추긴 종파 갈등의 예기치 않은 부산물이고 벌써부터 미국의 개입은 종파 갈등을 다시 악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 기사 : [성명] 미국의 이라크·시리아 폭격 반대한다 / 박근혜 정부는 미국의 전쟁을 지원 말라, [논평] 이라크·시리아에 대한 미국의 공습은 더 큰 비극만을 낳을 것이다)

미국의 개입은 진정한 해방의 가능성을 훼손시킨다

진정한 해방의 길은 바로 시리아와 이라크 노동자·민중의 혁명에 있다. 이집트 혁명은 그 가능성을 힐끗 보여 줬다. 특히 시리아인들은 3년이 넘도록 독재자 아사드 타도를 위해 싸웠고 지금도 그 정신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좌파들 중에는 이런 혁명 가능성을 일축하는 이들이 있다.

스탈린주의자들은 아사드 정권을 반제국주의적으로 여기며 시리아 혁명을 사실상 미국 제국주의의 앞잡이로 여긴다.

그러나 이는 아사드 일가가 미국 제국주의에 협력한 것에는 눈 감으면서, “적의 적은 우리 편”이라는 진영 논리에 갇힌 것이다. 아사드 정권은 처음에 오바마가 아이시스를 폭격하겠다고 하자 환영했는데 그들이 전혀 반제국주의에 진지하지 않은 것을 보여 준다.(이후 오바마가 자신과의 협력을 꺼리자 미국을 비난하기 시작했다.)

좌파 일각의 또 다른 오류는 시리아에 혁명이 있었지만 종파 간 종족 간 갈등으로 변질돼 애초의 혁명적 열망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보는 것이다. 슬라보예 지젝은 이런 입장에서 지난해 9월 “시리아의 저항은 가짜다” 하고 쓰기까지 했다.

그러나 시리아 각지에는 여전히 아사드도 아이시스도 아닌 대안을 추구하는 기층 혁명가들이 있다. 비록 이들이 올해 들어 정부군과 아이시스에 밀려 영향력을 크게 잃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아사드도 아이시스도 시리아에서 지배력을 확립하지 못한 상황은 여전히 많은 변화 가능성을 안고 있다.

미국의 개입은 그런 혁명가들을 더 곤란한 상황으로 내몰 것이다.

미국은 ‘온건파’ 반군을 지원하겠다고 하지만, 진실은 아사드 정권은 그대로 둔 채 최상층 인물들만을 자신의 입맛에 좀더 맞는 인물로 교체하도록 혁명을 변질시키겠다는 것이다. 또한 미국의 개입은 아사드 정권이나 아이시스가 자신을 따르지 않는 세력은 모조리 ‘미국의 앞잡이’이라고 더한층 강도 높게 비방할 빌미를 줄 것이다.

미국이 시리아 등지에서 손 떼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대안이 영향력을 회복하도록 돕는 길이다.

9월 15일 오전 서울 광화문 KT 앞에서 열린 ‘미국의 이라크와 시리아에 대한 공습 중단’을 요구하는 기자회견. ⓒ조승진

박근혜는 전쟁 지원을 중단하라

한국은 이라크 점령에 세계 3위 규모로 파병을 했고, 오늘날 중국, 서방, 러시아, 터키 등과 함께 이라크의 주요 투자국이 됐다.

박근혜 정부는 오바마 연설 직후 지지를 표명하며 이미 ‘인도주의적’ 지원을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폭격을 지지해 놓고서 그로 인한 난민을 위해 돈을 내겠다는 것은 전형적인 ‘악어의 눈물’이다. 애초에 그런 난민이 최소화하도록 미국을 막아야 한다.

최근 미국을 방문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김관진은 군사적 지원도 가능함을 내비쳤다. 한국의 지배자들은 파병까지도 염두에 두고 있을 것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한국 지배자들은 미국의 제국주의 전쟁을 한국 기업의 세계 진출의 기회로 여겼다.

따라서 한국의 반전평화 단체들은 긴장감을 갖고서 사태를 주시해야 한다.

국내에서 이라크·아프가니스탄 파병 반대와 철군 운동을 건설했던 단체들의 주도로 결성된 반전평화연대(준)은 두 차례 미국의 공습 반대와 한국 정부의 전쟁 지원 중단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고 더 많은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진보당 등 일부 자주세력이 여전히 힘을 싣지 않고 있는 것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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