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재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 ⓒ<공무원U신문>

연금학회가 발표한 공무원연금 개혁안은 공무원연금을 적금으로 만들겠다는 개악안이다. 새누리당과 연금학회는 공무원들이 정년까지 일하고 급여도 많이 받는 것처럼 호도하지만 현재 공무원 퇴직 연령은 평균 50.5세이고, 퇴직 때까지 재직 기간은 23년 4개월밖에 안 된다.

공무원들의 생애소득은 1백 인 이상 작업장의 77.6퍼센트에 불과하다. 또, 공무원들은 24시간을 시간 외 근무를 해도 4시간에 해당하는 수당만 받는다. 휴일과 야간근로 수당도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지 못한다. 공무원들은 낮은 보수, 낮은 퇴직금, 산재보험과 고용보험 미적용, 노동기본권 제약 등 각종 불이익을 받고 있다. 그동안 정부는 이런 불이익을 연금으로 보상하겠다고 해 왔다.

하지만 연금학회가 내놓은 개악안에 따르면 2016년 9급으로 입직한 공무원이 30년 일하고 퇴직 후 받는 연금이 고작 76만 원밖에 안 된다. 국민연금도 평균 84만 원을 받고 있으니 국민연금보다 못한 것이 된다. 게다가 공무원들이 내는 돈은 현재 평균 25만 원에서 35만 원으로 올라간다. 더 내고 덜 받게 되는 꼴이다. 만약 개악안대로 된다면 공무원연금은 자신들이 낸 돈의 1.13배밖에 못 받는다. 연금이 아니라 적금이다. 연금의 핵심적 기능인 노후 소득 보장 기능도 사라진다.

공무원연금에 대한 정부의 유일한 기준은 재정적자 해소다. 하지만 연금은 재정적자의 개념으로 접근할 문제가 아니라 사회보장과 복지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그래서 연금학회 회장조차 공무원연금은 정부가 책임져야 할 문제이고 정부의 재정으로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한 적이 있다. 또한, 정부와 새누리당이 연금 개혁을 시작하려면 최소한 국민의 적정소득 보장 기준과 정부의 재정 대책 정도는 내놔야 한다.

결국 박근혜 정부는 재정적자를 빌미로 공무원연금을 공격하고 곧이어 공적연금 전반을 공격해 사적연금을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연금학회 개악안이 발표되자 곧바로 삼성생명이 공무원들에게 노후 소득 보장을 위해 사적연금에 가입하라고 마케팅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진정으로 정부의 재정적자를 해결하려면 부자와 재벌 증세를 추진해야 한다.

부자와 재벌, 고위직 공무원, 판검사 등은 재산도 많을 뿐 아니라 고액 연금으로 생활하는데, 왜 하위직 공무원들은 재직 기간에도 낮은 임금으로 고통받고, 퇴직 이후에도 낮은 연금으로 고통받아야 하나! 이런 불합리성 때문에 공무원 노동자들은 분노하는 것이다.

만약 정부가 일방적으로 연금 개악을 추진하면 공무원노조는 불가피하게 파업을 할 수밖에 없다. 현재 정부의 추진 과정을 지켜보며 공무원노조는 파업을 준비하고 있다. 정부가 일방적인 연금 개악을 추진할 시 조합원 총회, 파업 찬반 투표 등을 하며 조합원들의 분노를 모아 낼 것이다. 파업권이 없는 공무원노조가 정부를 상대로 파업을 벌인다면 전면 대결이 될 테고, 공무원노조도 탄압을 받겠지만 정부도 국정 운영 능력이 현저히 떨어질 것이다.

공무원노조는 이번 투쟁을 통해 단지 공무원연금만 지키는 게 아니라 공적연금 강화를 위한 계기로 삼을 생각이다. 길게 보면 공적연금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권 교체도 해야 한다. 그동안 공무원노조는 공무원연금 개악만을 두고 싸워 왔다. 기초연금과 국민연금 개악 때 함께하지 못했다. 우리 안에서 이 부분에 대한 자기반성이 있었고, 이제는 공무원연금뿐 아니라 공적연금 강화를 위한 투쟁에 나서야 한다고 다짐했다. 국민의 권리가 빼앗기면 내[공무원] 권리도 빼앗긴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마찬가지로 공무원연금을 지켜내야 향후 벌어질 국민연금 개악도 막아 낼 수 있다. 공무원 노동자들의 연금 개악 저지 투쟁에 더 많은 관심과 지지와 연대를 호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