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8일 홍콩의 금융 중심가는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커다란 함성으로 가득 찼다. 홍콩 시민 수만 명이 홍콩 행정장관(시장) 선거의 온전한 피선거권을 요구하며, 주요 금융기관과 홍콩 행정청이 있는 센트럴과 시내 곳곳을 점거했다.

이미 9월 22일부터 고등학생과 대학생들이 동맹 휴업과 시위를 벌여 왔는데, 이것이 점거 운동으로 확대된 것이다.

홍콩 경찰은 강경 진압에 나섰다. 점거 시위자들에 최루탄을 쐈다. 홍콩에서 최루탄이 등장한 것은 2005년 WTO 각료회담 반대 시위 이후 처음이다.

그러나 고등학생과 대학생이 중심이 된 참가자들은 강경 진압에 부딪혀서도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분노한 시민들이 합세하면서 점거 규모는 더욱 커졌다.

지금 경찰의 폭력 진압과 이에 물러서지 않는 시위대의 용기에 많은 사람들이 놀라고 있다. 1989년 톈안먼 항쟁이 연상된다는 얘기도 나온다.

민주주의

그동안 중국 정부는 홍콩 시민의 염원을 짓눌러 왔다. 1997년 홍콩 반환 때 중국 정부는 광범한 자치를 약속했다. 그러나 이 약속은 공문구에 그쳤다.

그래서 2000년대 내내 홍콩에서 행정장관과 입법회(시의회) 직선제를 요구하는 운동이 있었다. 그러자 중국 정부는 2017년 행정장관 선거를 직선제로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지난 8월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는 홍콩 행정장관 선거에서 후보추천위원 1천2백 명 중 절반 이상의 지지를 얻은 후보 2∼3명에게만 입후보 자격을 부여하는 ‘보통선거 안’을 의결했다. 후보추천위원들은 친중국 성향이 압도 다수이므로, 사실상 친중 인사만이 출마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중국 정부는 홍콩의 자유·공정 선거가 본토에 미칠 파장을 우려한다. 본토에서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목소리에 힘이 실릴 게 분명하고, 무엇보다 티베트와 신장 같은 소수민족 지역도 영향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 지배자들은 홍콩이 두바이처럼 민주주의는 없고 그저 본토로 유입되는 해외 투자와 금융을 위한 ‘자본 천국’으로 남아 있기를 원한다.

그러나 평범한 홍콩 시민들, 특히 젊은 노동자와 학생들은 민주주의를 원했다. 1997년 홍콩 반환 이후, 홍콩에서는 민주주의 운동이 끊임없이 벌어져 왔고 일부 성과도 있었다. 2003년 중국 정부가 홍콩판 테러방지법인 “국가안전법”을 통과시키려 하자, 50만 명이 항의 시위를 벌여 좌절시켰다. 2012년 중국 공산당을 찬양하는 국민교육 과목을 필수 과목으로 지정하려 했을 때도 수십만 명이 거리로 나와 철회시켰다.

홍콩 민주화 운동의 배경에는 중국 정부의 통제에 대한 반감과 함께 사회 불평등도 자리잡고 있다. 홍콩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 중 하나이다. 그러나 빈부격차가 극심하다.

청년들은 학교를 졸업해도 취업이 쉽지 않고, 간신히 취업해도 장시간 노동에 시달린다. 부동산 가격이 세계에서 둘째로 비싼 도시에서 적은 임금으로 살아가기란 너무 힘들다.

사회적 배경

홍콩은 2010년까지 최저임금제도 없었다. 노동기본권은 제대로 보장되지 않으며, 복지 제도도 형편없다. 필리핀이나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온 이주노동자들은 더 열악한 노동조건과 사용자 학대 속에 일한다. 그래서 마천루가 즐비한 홍콩에서 20퍼센트가량의 시민이 빈곤선 아래에서 살고 있다.

반면 홍콩의 소수 경제·정치 엘리트들은 중국 경제와의 통합으로 상당한 이득을 얻어 왔다. 부와 특권의 독점 정도가 매우 심하다. 〈이코노미스트〉가 발표한 “정실 자본주의 지수”에서 홍콩은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따라서 민주화 운동에는 심각한 사회 불평등 해소를 바라는 염원도 깔려 있다.

홍콩의 대자본가들도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들은 중국 정부를 지지하며 민주화 운동을 반대한다. 홍콩상공회의소 의장은 민주화 운동이 “홍콩의 사회 질서와 경제적 번영에 영향을 줄 뿐 아니라, 국제 비즈니스와 금융 허브로서 홍콩의 지위를 위협할 것”이라며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서방 정부들은 홍콩의 운동을 지지하는 척한다. 그러나 홍콩을 식민 통치했던 영국이 홍콩의 민주주의를 들먹이는 것은 위선이다. 아랍 민중을 학살하는 오바마가 홍콩 시위를 지지한다고 밝힌 것은 경쟁 관계에 있는 중국을 압박할 기회라고 봤기 때문이다. 서방 자본가들은 자신들이 투자한 중국 본토의 노동자들에게 영향을 줄지 모를 이 운동을 부담스러워 할 것이다.

홍콩의 점거 운동이 국내외에 상당한 파장을 일으키자, 중국 정부는 매우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물론 중국 지배자들은 쉽사리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홍콩 관련 소식이 본토에 퍼지지 않게 모든 보도와 SNS를 검열·차단하고 있다. 여러 소수민족을 식민 통치하고 본토 노동자·농민을 권위주의적으로 억누르는 중국 지배 관료의 처지에서 볼 때, 홍콩에서의 ‘양보’는 위험한 선례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10월 1일 이후 시위를 도시 전체로 확대하거나 행정 부서를 점거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학생들은 노동자들에게 파업을 호소하고 있다. 이미 9월 29일 코카콜라 현지 공장 노동자들이 파업을 벌였고, 교사를 비롯한 일부 노조도 파업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중국식 ‘사회주의’는 가짜다

 

중국 정부는 민주주의 요구를 억압한다. 최근 시진핑 정부가 마르크스주의를 강조하고 중국의 ‘사회주의’ 전통을 내세우지만, 자기 대표를 선출할 권리도 부정하는 사회가 무슨 사회주의란 말인가.

1949년에 건설된 신(新)중국은 사회주의 사회가 아니라 관료적 국가자본주의 사회였다. 오늘날에도 중국 국가 관료들은 주요 경제 부문을 통제하고 있다.

게다가 중국은 세계 2위의 경제·군사대국이다. 제국주의 국가로서 중국은 미국과 일본 등 다른 열강과 치열하게 지정학적 경쟁을 벌인다. 또한 티베트와 신장 등을 식민 통치하며, 독립이나 자치를 요구하는 소수민족의 목소리를 유혈 진압한다.

따라서 마르크스주의자는 중국의 자본주의적 본질을 이해하고, 중국 제국주의에 대해 어떠한 착각도 해서는 안 된다. (가령, 박노자 교수처럼 중국을 미국과 같은 제국주의 국가가 아니라 “준주변부 대국”쯤으로 규정하면, 진영 논리에 뒷문을 열어 주게 되는 등 정치적 혼란을 겪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