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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군함의 걸프만 군사훈련:
제국주의적 경쟁의 각축장이 돼 가는 중동

9월 20일 중국 군함 2척이 이란의 군항 반다르 아바스를 방문했다. 이란 해군과 합동 군사훈련을 하기 위해서였다. 중국 해군이 걸프만에 진입해 군사훈련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걸프만은 중동 석유 때문에 지정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곳이다. 그래서 미국은 제5함대를 상시 주둔시켜 왔다. 그런데 바로 이곳까지 중국 해군이 진출한 것이다.

수니파 이슬람 단체인 ‘이라크·시리아 이슬람국가’(ISIS, 이하 아이시스)의 부상으로 미국이 곤경에 빠진 상황에서, 중국의 군사훈련은 미국의 중동 지배력이 약화되고 있음을 보여 주는 또 다른 사례가 되고 있다.

중국도 중동에 상당한 지정학적·경제적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 중국 정부는 자국의 경제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자원, 특히 석유를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중국의 석유 수입 의존도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2014년 현재 중국은 원유 사용량의 60퍼센트가량을 해외에서 수입한다.(표1)

중국의 석유 수입의존도 (단위: %)

자료: IEA, World Energy Outlook 2010

※ 2020년 통계는 IEA의 예상치.

연도 1994 1995 1996 1997 1998 2000 2005 2010 2020
수입의존도 1.9 5.4 8.1 17.0 15.4 30.0 35.7 52.1 70.0

그중에서도 중동산 원유 수입에 크게 의존한다. 중국은 이라크 유전개발의 최대 투자국이다. 중국 국영 석유천연가스공사는 지난해 이라크에서 원유 2억 9천9백만 배럴을 생산했다. 이는 중국이 해외에서 생산하는 전체 원유량의 거의 3분의 1수준이다.

지난해 중국은 미국과 유럽연합(EU) 국가들을 제치고 걸프만 석유 부국들의 최대 무역 파트너가 됐다. 이 때문에 중국 지배자들은 중동에서 안정적인 원유 수입과 투자 안전을 확보하는 데 관심이 크다.

그러나 중국이 중동에 직접 군사 개입을 하는 데는 제약이 많았다. 미국이 중동을 장악하고 있는 데다, 이곳까지 군사력을 투사할 능력도 부족했기 때문이다. 미국과 달리, 중국은 자국에서 중동으로 오는 길목에 확실한 동맹과 군사 거점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중국은 이 약점을 극복하려고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이유로, 중국 지배자들은 중동의 정치 지도가 급격하게 변하는 것을 원하지 않기도 했다. 2011년 중국은 아랍 혁명을 강하게 비난했다. 지금도 중국은 시리아 독재자 아사드를 지지하고 있다. 또, 중국 정부는 미국의 아이시스 공격을 지지한다.

신(新)실크로드

그러나 중국 지배자들은 중동에서 미국 제국주의의 영향력이 약화되고 있는 틈을 이용해 세력을 키우려 한다. 시진핑 정부는 최근 “신(新)실크로드 경제권”을 강조하며, 중국에서 중동을 거쳐 유럽에 이르는 해상 루트를 확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중국의 이런 행보는 미국을 비롯해 서방 제국주의 국가들이 중동에서 벌인 일들과 별반 다를 게 없다.

따라서 중국이 중동에서 영향력을 높이려는 시도는 중동의 안정이나 평화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

그래서 특히, 스탈린주의 전통에서 벗어나지 않은 좌파들이 냉전기 진영 논리의 영향을 받아 중국의 제국주의적 행태에 침묵하거나 옹호하는 것은 옳지 않다. 스탈린주의자는 아니지만 스탈린주의 전통과 때때로 타협하는 슬라보예 지젝은 2008년 중국의 티베트 통치가 티베트 민중에게 좋은 일이라고 옹호한 바 있다.

미국의 시리아·이라크 전쟁을 일관되게 반대하면서도, 시리아 아사드 정권이나, 아사드를 지지하는 중국(비록 미국보다 상대적으로 약한 제국주의일지라도)에 대해 어떠한 착각도 하지 말아야 한다. 노동계급의 아래로부터의 저항이 중동에서 제국주의 세력을 패퇴시킬 유일한 대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