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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더 불평등해지는가》:
좌파의 피케티 읽기

왜 우리는 더 불평등해지는가 김공회 외 지음, 바다출판사, 284쪽, 15,000원

《피케티의 『21세기 자본』 바로읽기》가 우익의 피케티 해석이라면, 《왜 우리는 더 불평등해지는가》는 급진좌파와 마르크스주의의 입장에서 피케티를 어떻게 읽을 것인지를 주장하는 책이다. 이 책의 필자들은 대체로 피케티가 지닌 장점을 공정하게 평가하면서도 그 한계를 지적한다.

이 책의 필자들은 《21세기 자본》의 핵심 의의로 분배를 경제의 핵심 문제로 올려놨다는 점을 든다. 피케티는 자산 소유 불평등이 소득 불평등을 낳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는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급진적인 비판이다.

예를 들어, 조셉 스티글리츠는 나쁜 정치를 부추기는 시장의 불완전성과 시장 실패의 결과인 지대의 형성을 비판한 반면, 피케티는 자본이 낳는 수익은 불완전한 경쟁이나 독점 문제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지적한다.

또한 피케티는 주류 경제학이 지닌 한계를 비판하면서 정치경제학의 복원을 주장했다. 그는 “경제학 분야는 아직 수학이나 완전히 이론적이고 고도로 관념적인 이론에 대한 유아적인 열망을 극복하지 못한 채, 역사적 접근이나 다른 사회과학과의 협력을 등한시하고 있다.”

이 책의 필자들은 대체로 피케티가 지닌 한계도 지적한다. 대표적으로 피케티의 불평등 이론이 자본주의 사회 특유의 착취와 불평등의 현실을 인식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자본주의 착취가 이뤄지는 생산 영역에 대한 논의가 빠져 있기 때문이다.

또, 피케티의 자본 개념은 마르크스주의적 의미의 자본이 아니라 부(wealth)를 뜻한다. 그래서 피케티의 자본이나 자본수익률이라는 용어는 노동자로부터 잉여가치를 착취한다거나 잉여가치가 이윤으로 전환된다는 의미를 전혀 파악할 수 없는 개념이다.

또한 피케티는 자본 축적이 이뤄지면서 소득 불평등이 심화된다고 지적하지만, 정작 생산수단의 분배를 둘러싸고 자본과 노동 사이에 벌어지는 갈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또한 피케티는 국가 간 불평등이 수렴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정작 현실은 세계적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 피케티의 주장이나 논리로는 이런 세계적 불평등의 구조가 확립되고 확장되는 원인에 대해서는 알 수가 없다.

불평등의 증대가 민주주의를 저해하기 때문에 자본에 대한 누진적 과세가 필요하다는 피케티의 주장에 대해서는 전폭적으로 지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제1차세계대전 종전 이후 1970년대까지 상대적 불평등이 완화됐던 원인이 단지 과세 때문이라는 피케티의 주장은 일면적이다. 왜냐하면 서구 선진 자본주의 국가에서 전쟁과 혁명의 시기 동안 일어난 노동자 대중의 급진화와 투쟁이 이런 변화에서 주도적인 구실을 했기 때문이다.

피케티는 소득 불평등의 근본 원인이 자본주의 체제에 구조화돼 있다고는 말했지만, 정작 피케티가 제시한 자본주의의 근본 법칙들은 실제로 자본주의의 동학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 예를 들어, 피케티가 제시한 자본수익률은 실제로 자본 투자가 이뤄지는 것을 촉진하거나 나타내는 지표가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자본주의 동학을 파악하려면 피케티가 아니라 마르크스의 자본(들), 경쟁, 착취, 축적에 대한 설명으로 돌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