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1일 박근혜 정부는 ‘건강보험료 부과 체계 개편 기획단’ 11차 회의 결과를 발표했다.

“‘재산’보다 ‘소득’에 대한 보험료 부과를 늘려 보험료 부과 형평성을 높이겠다”고 한다.

그러나 건강보험료 부과 체계 개편은 최근 박근혜 정부가 하고 있는 서민 증세의 일환으로, 실제로는 노동자·서민의 보험료는 늘어나고 부자들이 내야 할 보험료는 줄게 생겼다.

첫째, 연금을 포함해 보험료 부과 대상을 “가능한 범위 내에서” 확대하겠다고 한다. 노동자들이 수령하는 연금에까지 보험료를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사실상 연금 삭감 계획이나 마찬가지다.

둘째, 양도, 상속, 증여소득에 건강보험료를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

셋째, 재산에 부과하는 보험료를 축소하고 자동차는 부과 대상에서 제외하겠다고 한다. 이 조처는 일부 영세 자영업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부자들이 혜택을 받을 것이다.

넷째, 소득이 없거나 적은 세대에 대해 정액의 기본보험료를 도입할 계획이다. 기본보험료를 8천 원~1만 5천 원 사이에서 결정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보험료 상한제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기본보험료를 도입하는 것은 서민들의 보험료를 늘리는 역진적 조처다. 현재 월 1만 5천 원 이하의 보험료를 내고 있는 저소득 지역가입자들은 보험료가 오른다.

기존 보험료 부과 체계의 역진성

물론 기존 건강보험료 부과 체계도 매우 역진적이고 정의롭지 않다. 재산을 기준으로 부과하는 지역가입자의 보험료는 역진적이다. 상한제 때문에 30억 원 이상의 재산에 대해서는 추가로 보험료를 부과하지 않는다. 따라서 재산을 많이 가질수록 재산 대비 보험료 부담은 경감된다.

직장가입자의 경우에도, 임금 외에 금융소득과 임대소득이 있는 고소득층으로 갈수록 총소득 대비 보험료 부과 비율은 줄어든다.

건강보험에서 보험료가 차지하는 비율은 2000년 73.6퍼센트에서 2005년 이후 80퍼센트를 넘어섰고, 2012년에는 85.7퍼센트로 증가했다. 국고 지원 비율은 계속 줄어들었고, 노동자·서민의 부담으로 보험 재정을 메웠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이런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해 노동자와 기업의 보험료 분담 비율을 현행 5:5에서 4:6으로 바꾸고, 국고 지원을 현행 20퍼센트 수준에서 30퍼센트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더욱 역진적인

보건의료 운동의 온건파는 정부의 부과 체계가 ‘소득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 개선이라고 보는 듯하다.

‘소득 중심’의 사회보험제도는 유럽의 완전고용 시절을 그 모델로 하고 있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한국이 금융 자산 비중이 낮고, 부동산 자산 비중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또, 현재 사업소득은 62퍼센트 정도밖에 파악되지 않는다. 노동자들의 임금은 완전히 드러나지만 사업소득과 임대소득은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기존의 재산 부과 체계를 없애면 임금 노동자들에게 불리한 부과 체계가 나올 수밖에 없다. 이른바 ‘소득 중심’ 부과 체계는 임금 노동자를 주된 표적으로 삼는 것이다.

이 때문에 프랑스 노동자들은 1995년 12월 공공부문 파업으로 정부가 1천대 기업 매출에 건강보험료를 부과하도록 한 바 있다.

건강보험료 부과 체계를 노동자와 서민에게 유리하게 바꾸려면 일련의 대중 투쟁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보험료 부과 체계의 누진성(부자가 재산과 소득의 더 많은 비율을 보험료로 내는 것)을 강화하고 국고 지원을 늘려야 한다.

국고 지원은 직접세와 법인세 등 누진적 세금을 늘려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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