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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 첫 파업:
“정당한 노동자의 권리를 찾기 위해 파업에 나섰습니다”

10월 6일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첫 파업’에 나섰다. 서울, 경기, 영남, 호남 등 전국에서 모인 1천여 명의 노동자들이 원청인 SKT 타워 앞에서 "파업 투쟁 승리"를 쩌렁쩌렁 외쳤다.

노동자들은 "이 날을 기다려 왔습니다.", "드디어 우리가 밤이 아니라 낮에 모이게 됐습니다.", "가슴이 뭉클합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대오를 보니, 노조를 만들고 지키고자 했던 나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느낍니다." 하며 '생애 첫 파업'에 대한 소감을 말했다.

사상 첫 파업에 나선 SK브로드밴드 노동자들 10월 6일 오전 서울 중구 SKT타워 앞에서 열린 ‘SK브로드밴드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 2014년 임단협 투쟁 승리를 위한 결의대회’에서 1천여 명의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미진

희망연대노조 SK브로드밴드비정규직지부는 지난 9월 15일부터 3일간 94.32퍼센트의 압도적 지지로 파업을 가결시켰다. 이들은 생활임금 보장, 노동시간 단축, 원청 직접고용, 다단계 하도급 개선 등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가 노조를 왜 만들었습니까? 이곳에 왜 모였습니까? 여태까지 몰랐던 노동자의 권리를 찾기 위해서입니다. 최태원[SK회장]의 개인 재산이 3조 원이라고 합니다. 여기 있는 우리 노동자 임금을 다 합쳐도 개인 한 명의 재산에 미치지 못합니다. 일한 정당한 대가를 주고, 제 시간을 일을 시키라는 우리의 요구가 부당합니까? 저들이 순순히 내놓지 않는다면, 우리가 싸워서 쟁취합시다."(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 쟁의대책 위원장)

"제가 노동조합을 시작한 이유는 하나입니다. 사랑하는 딸과, 와이프와 부모님과 저녁 한 끼 같이 먹고 싶었습니다. 우리는 연간 3천 시간이 넘는 근무 시간을 강요받았습니다. 아파도 병원조차 갈 시간이 없었습니다. 도대체 SK가 우리에게 주는 게 무엇입니까? 바지 두 벌뿐입니다. 핸드폰, 기름값, 차 다 우리가 삽니다. 그러면서 사장들은 '하기 싫으면 나가라'고만 합니다. 더는 참을 수가 없습니다."(인부천 부위원장)

"이 일을 시작한지 14년이 됐습니다. 처음 이 일을 시작할 때 초등학교에 들어간 아들놈이 이제는 대학교 3학년입니다. 그런데 저는 아이들과 추억이 하나도 없습니다. 사진첩을 봐도 아들놈과 찍은 사진이 없습니다. 정말 열심히 일만 했습니다. 그러나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내가 왜 그렇게 살았을까! 이제 더는 그렇게 살지 맙시다. 이제는 최소한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저녁을 먹고, 주말에는 쉽시다."(인천서부지회장)

이경재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 쟁의대책 위원장이 " 저들이 순순히 내놓지 않는다면, 우리가 싸워서 쟁취합시다"며 투쟁 발언을 하고 있다. ⓒ이미진
"진짜 사장이 나와라" 첫 파업에 나선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원청 직접 고용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미진

"아직도 사측은 우리를 노동자로 인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너희는 우리 직원이 아니다'고 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없으면 SK그룹도 없습니다.

하나로텔레콤에서 SK로 바뀔 때 저는 '대기업이 인수하면 더 나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겠지' 하고 내심 환영했습니다. 그러나 SK는 우리를 더 쥐어짰습니다. 이젠 센터도 원청을 따라 우리를 직접 고용하지 않고 또 하청을 줍니다. 지금까지 참고 눈감아 왔던 것들을 이제는 바꿀 것입니다. 각 센터에서 악랄한 센터장은 다 몰아냅시다. 내 후배와 내 자식을 위해서 우리가 앞장서서 투쟁합시다."(서울경기북부권역 부위원장)

"오는 길에 바지[사장]한테 전화가 왔습니다. '너희 일 안 하냐'고요. 저는 팀장한테 '일이나 주고서 일 안 하냐고 물어봐라! 우리가 만만하냐!'고 했습니다. [그동안 사측은 조합원들의 일감을 빼앗는 방식으로 노동조합을 탄압했다.] 제가 이렇게 큰 소리를 칠 수 있는 이유는 동지 여러분이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 있는 동지들을 믿고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대구남부 지회장)

노동자들은 오늘(6일)부터 삼일 동안 경고 파업을 하고, 이후에도 사측이 정당한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향후 파업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한편, LG유플러스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오늘 조정을 만료하고 곧 파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SKT타워 건물로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모습이 비친다. 통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그동안 통신 대기업의 막대한 수익구조에 가려져왔던 비정규직 노동자의 살인적인 노동 실태가 드러나고 있다. ⓒ이미진
"이제 파업으로 바꿔내자" 노동자들은 휴일에도 제대로 쉬지 못하는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에 시달려 왔다. 노동자로서 당연히 받아야 할 휴일근로수당, 연차휴가수당, 퇴직금도 받지 못했다. ⓒ이미진
‘필수 업무’라면서 여태까지 하청의 하청으로 고용? 최근 협력사들은 각 지방노동위원회에 서비스센터를 ‘필수공익사업장’으로 지정할 것을 요구하며 쟁의행위 무력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미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