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공무원연금이 특혜라면서 삭감을 정당화하고, 다른 노동자들도 공무원연금은 당사자들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듯합니다. 다른 노동자, 청년, 학생들이 왜 공무원연금을 방어해야 하는지 설명해 주십시오.

공무원들에 대한 국민들의 감정이 안 좋은 게 사실입니다. 최근에 검·경이 하는 짓을 보면 공무원연금 뺏고 싶은 심정이죠. 그래서 공무원노조가 2000년대 초부터 ‘국민을 위한 공무원으로 다시 서자’라는 내부적 운동도 벌였습니다. 그런데 고위직 공무원뿐 아니라 공무원 노동자들에 대한 정서도 안 좋습니다. 공무원들이 일반 국민들을 위해서 일하는 사람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는 것이죠. 그러나 공무원에 대한 감정을 앞세워서 노동자 소득을 깎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노동시장 전체가 지금 너무 어렵잖아요. 사실 공무원 노동자들이 다른 노동자들보다 더 보장받는 것은 임금은 아니에요. 보수 성향 일간지에서조차 9급 공무원 연봉이 [100인 이상] 민간 작업장과 비교해 형편없다는 걸 인정했거든요. 그래도 청년들은 대학교 1학년 때부터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해요. 왜? 고용이 보장된다는 점 때문입니다. 그래도 만약 9급 임금이 평생 가면 인기가 없을 텐데, [근속 기간이 길어지면] 임금이 올라가고, 또 임금으로 받지 못한 걸 노후에 연금을 통해서 보전받는다는 점을 보는 거죠.

비정규직 노동자든, 불안정 노동자든, 영세 자영업자든 이분들이 적대해야 할 대상은 공무원의 장기 근속과 연금이 아닙니다. 그런데 정부는 자꾸 두 집단의 이해가 배치되는 것으로 [왜곡해], 사람들을 헷갈리게 만들고 있습니다.

제갈현숙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위원 ⓒ조승진

한때 진보진영 일각에서 정규직 임금을 걷어서 비정규직의 사회보험료로 쓰자는 얘기가 나왔고, 이것이 계급 연대 전략인 것처럼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저는 아직 그 정서가 있다고 봐요. 이 사람들이 왜 자본과 국가를 향해서 싸우자는 얘기는 안 하느냐 하면, 노동자 투쟁이 비현실적이라는 전제가 있기 때문이에요. 비현실적인 투쟁 말고 정규직이 양보하면 되는 거 아니냐는 식이죠.

지금 공무원연금이 과하다고 지적하는 분들이 접근하는 방식도 이런 거예요. 노동 현장 전체가 매우 열악한데, 공무원 노후만 안정적이면 되겠냐. 이 논리거든요. 그러나 이 논리는 매우 부적절하다고 생각해요. 다른 노동자들의 고용의 질이 나쁘면 고용 상황을 좋게 만드는 투쟁을 해야 하는 것이고요. 노후가 불안정한 부분은 공적연금을 더 보장해서 풀어야 하는 건데, 노동자들 중에서 조건이 조금 더 좋은 노동자들의 조건을 깎아 내리거나 마치 그 노동자들에게 잘못이 있는 것처럼 해선 안 됩니다.

우리 나라 노동자들은 모두 정규직 하고 ‘철밥 그릇’ 하면 안 됩니까? 철밥 그릇이라는 안정적 고용이 모든 노동자들의 꿈 아닙니까? 모든 노동자가 그렇게 될 수 있도록 투쟁해야 하는 것입니다. 공무원 노동자는 철밥 그릇이 아닌 노동자들의 적이 아닌데, 공무원들을 미워하게 함으로써 전체 작업장 고용을 악화시키는 거죠.

그리고 공무원 임금과 연금은 [국가가 사용자이므로] 세금으로 주는 게 아주 당연한 것인데, 자꾸 세금으로 연금 주는 것을 문제 삼는 것도 말이 안 됩니다. 어느 국가나 세금으로 줍니다. 공무원을 민영화시킬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런데 진보진영 일각에서 이런 논리를 차이 없이 같이 쓰는 걸 볼 때 안타까운 생각이 드는 거죠. 

공무원연금을 지키는 것이야말로 공적연금을 지키는 디딤돌이다. ⓒ이윤선

공무원연금 삭감을 공적연금 개악의 맥락에서 봐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요?

공무원연금 삭감의 타이밍이 해괴합니다. 결국 기초연금은 너덜너덜해졌습니다. 이번 국감 자료를 보니 20만 원 전액을 다 받는 노인이 56퍼센트밖에 안 되더라고요. 앞으로 이 수치는 계속 줄어들 것입니다.

이렇게 기초연금을 누더기로 만들더니, 지난 8월 말에 사적연금 강화 방안이 나오고, 퇴직연금을 강제로 도입하겠다고 하고, 국민연금 기금 운영기관을 손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사적연금 시장의 판돈을 키우려는 정책적 흐름이 보입니다.

지금 공무원노조가 ‘공적연금 강화’라고 슬로건을 잘 뽑았어요. 공적연금 강화를 위해서 공무원 노동자들이 신경을 쓰고, 연대 투쟁을 계속하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한편, 공무원 노동자들은 공적 복지의 최전선에 있거든요. 누구를 위해서 복지를 하는지를 공무원들이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고민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학생들이 전교조 선생님들에 대해서 느끼는 것과 다른 선생님들한테 느끼는 게 다르듯이, 공무원들도 ‘공무원노조 조합원들이 하는 서비스는 뭔가 좀 다르더라’ 하는 생각이 들도록 해 주면 좋겠어요.

공무원노조가 조직된 노동자의 힘을 보여 주면서 공무원연금을 잘 지켜내 승리의 구심을 만든다면 박근혜에 맞선 노동자 운동에 굉장히 큰 기여를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공무원연금 삭감에는 반대하지만, 한편으로 공무원연금 자체의 개혁도 필요하다고 말씀하셨는데요.

공적연금이 이렇게 소득비례인 것은 부당해요. 고위 공직자들은 연금을 4백만 원씩 가져가는데, 이들은 정말 연금 안 주고 싶은 집단이거든요. 공적연금은 소득재분배 기능을 해야 해요. 그러려면 위의 부분은 확 내려야죠. 적어도 공무원이면 이 정도는 받아야 한다는 기준선을 정해서, 고위직들의 넘치는 연금은 하위직에게 줘서 적정하게 노후 소득을 보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유의해야 할 것은, 공무원 노동자의 연금은 온전히 노후 소득 보장 기능만 하는 게 아니에요. 퇴직금, 고용보험, 산재보험 비용 등이 모두 합쳐진 것입니다. 그래서 민간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이 받는 부분을 다 연금이라고 가정하고 얘기하는 것은 불편한 부분이 있어요.

연금 보장성 강화나 복지 확충을 위한 재원은 어디서 마련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상대적 고소득 노동자가 양보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데요.

제가 일반적으로 공적연금 얘기할 때 강조하고 싶은 것은, 지금의 경제 시스템으로는 개인의 기여금으로 노후 소득 보장이 불가능하다는 점이에요. 노동 소득이나 사업 소득만으로는 노후 보장이 안 돼요. 젊었을 때 노후 소득까지 벌 수 있는 직업군에 있는 사람이 많지 않아요. 기대 수명도 길어졌고, 임금 소득이 줄었고, 물가는 올랐어요.

그럼 이 비용을 누가 보장해야 하느냐? 이것이 진정 물어야 할 질문이라는 거죠. 저는 현 세계 경제 수준이 고령화를 부양할 수 있다고 봅니다. 총 경제생산력을 봤을 때 충분히 부양하고 남을 수 있는데, 분배가 그렇게 안 되고 있는 거죠.

프랑스 파리경제대학의 세계 상위소득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한국의 소득 상위 10퍼센트가 전체소득의 45퍼센트를 갖고 있는 걸로 나왔잖아요? 이 사람들 것을 가져와야죠. 우리 사회가 지속가능하게 되는 걸 원한다면 기업 유보금 등 쌓아 놓은 총 이윤을 내놓게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왜 더 있는 사람들이 안 내는 것은 이해해 주고, ‘그분들은 안 내실 거니까 우리가 먼저 냅시다’라고 말해야 합니까.

인터뷰·정리 최미진 / 녹취 박충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