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7일, 정부의 공무원연금 개악안이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 이미 제출된 연금학회의 삭감안에 더해, 그보다 더 공격적인 내용들까지 추가됐다.

지난달 공개된 연금학회의 안은 재직공무원의 연금 부담률을 10년에 걸쳐 높인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정부 안에서는 그 기간이 무려 3년으로 줄어들었다. 3년 안에 부담금을 급격히 높이겠다는 것이다.

물가인상률만큼 연금액이 자동 인상되게 돼 있는 현재의 제도도 개악했다. (부양율을 고려해) 물가인상률 아래로 인상하겠다는 이른바 ‘자동안정화 장치’를 포함시킨 것이다. 이렇게 되면 별도로 법을 고치지 않아도 연금의 실질적 가치가 자동적으로 계속 떨어질 것이다.

‘하후상박’은 말장난일 뿐이고, 정부의 관심은 상부든 하부든 노동자 연금을 깎는 데만 관심 있다는 것도 드러났다. 정부는 2016년 이후 신규 임용 공무원들의 연금을 아예 국민연금 수준으로 깎겠다는 연금학회의 안을 그대로 유지해 차별의 계단을 하나 더 만들었다.

월급이 6백70만 원 이상인 일부 고위 공무원들의 수령액을 깎겠다는 내용이 포함되긴 했다. 그러나 그만큼 보험료도 덜 내게 되므로 소득재분배 기능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이렇게 깎은 연금이 하위직 공무원에게 가지도 않는다.

연금을 대폭 깎는 대신 퇴직금을 민간기업 수준으로 주겠다지만 연금을 그대로 받는 것보다는 손해일 것이다. 게다가 퇴직연금을 도입하면 민간 보험회사 수중에 연금이 맡겨져 노동자들의 노후가 시장의 불안정성에 내맡겨질 것이다.

정부는 11월 1일에 있을 공무원 노동자들의 대규모 집회를 앞두고, 심지어 연금학회안보다 더 공격적인 안을 발표하며 공무원연금 개악의 의지를 천명했다. 그러나 이것이 곧 박근혜 정부의 강력함을 보여 주는 것은 아니다. 

8월 26일 공무원연금 개악 저지 새누리당사 앞 결의대회 ⓒ이미진

청와대

박근혜는 지난 6개월 동안 세월호 참사 여파에 시달렸다. 최근에는 박근혜 측근 비서관 3인방과 김기춘 비서실장 사이의 청와대 내부 권력 암투설까지 불거지고 있다.

청와대의 실세들이 분열하는 등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박근혜가 노동자들의 거센 반발을 부를 공무원연금 개악안을 신속히 발표한 것은 위험한 도박이다.

공무원 노동자들은 박근혜의 강경 자세와 그 이면의 약점을 잘 이해하면서 강력한 저항을 구축해 나가야 한다.

그동안 공무원노조 지도부는 연금 개혁을 위한 사회적 논의기구를 구성하라고 요구해 왔다. 그러나 정부는 개악안을 들이밀면서 ‘공적연금 개악 저지를 위한 공통투쟁본부’가 제안한 ‘사회적 협의체’ 구성을 거부했다.

따라서 공무원노조는 11월 1일 연금 개악 반대 총궐기 등 정부의 개악을 저지할 수 있는 투쟁을 건설하는 데 힘을 쏟을 때이다.

공무원노조는 지난 7월 대의원대회 때 “정부의 일방적인 공무원연금 개악 추진시” 전 지부 총회를 개최해 “총파업 및 총력 투쟁”을 논의한다고 결정했다. 정부의 일방적인 개악안이 발표된 만큼 이를 위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다른 노동계급 부문들도 공무원 노동자들의 연금 투쟁을 적극 지지·옹호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는 공무원이 철밥통이라는 이간질을 통해 공무원 노동자들과 다른 부문의 노동자들을 분열시키려 한다. 그러나 공무원연금이 삭감된다면 똑같은 재정 고갈 논리로 국민연금 추가 개악도 더 쉽게 이뤄질 수 있다.(최근 안철수가 국민연금 보험료를 올리는 국민연금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은 새정치연합의 한계를 또다시 보여 준다.)

또, 박근혜가 공무원연금을 공격하는 것은 다른 신자유주의적 공격들 — 공공기관 노동자들의 사내 복지 삭감, 민영화, 임금 체계 개편, 노동시간 유연화, 무상보육 예산을 지방정부와 교육청에 떠넘기기 등 — 의 일부분이다.

공무원 노동자들은 경제 위기에 책임이 없다. 그동안 각국 정부가 신자유주의를 강화했어도 경제는 살아나지 못했다. 경제 위기는 자본주의의 맹목적 이윤 경쟁이 낳은 끔찍한 결과일 뿐 노동자들 탓이 아니다. 따라서 그 책임도 국가와 기업주들이 져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