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고강도 대학 구조조정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9월 30일 교육부는 한밭대에서 올해부터 추진할 대학 구조조정을 위한 평가지표 초안을 발표했다. 교육부는 평가지표 총 38개를 발표했고 10월까지는 지표를 확정해 11월부터는 평가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이 정책 추진을 법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대학평가 및 구조개혁에 관한 법률(이하 ‘대학구조개혁법’)도 지난 4월 국회에 제출된 상태다.

2015년 교육부 예산안에는 대학 구조조정 촉진을 위한 ‘대학 구조개혁 지원’액을 늘렸다. 특성화사업 지원비도 유지해 내년에도 대학 특성화사업과 구조조정을 병행할 것임을 드러냈다.

정부는 평가를 통해 모든 대학을 5등급으로 나누고 최우수 등급을 제외한 나머지 대학들은 등급에 따라 차등적으로 입학정원을 감축하는 것을 강제하려 한다. ‘미흡’과 ‘매우 미흡’ 등급을 받은 대학의 학생들에게는 국가장학금과 학자금대출을 제한하고 ‘매우 미흡’ 등급을 2번 연속 받은 대학은 강제 퇴출시킬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퇴출될 사학 재단이 잔여재산을 챙길 수 있도록 하는 특례도 법안에 포함시켰다.

정부가 나서서 대학을 5등급으로 나누어 발표하면 대학의 구조조정 압력은 지금보다도 커질 것이다. 교육부가 최근 발표한 평가지표에는 취업률, 재학생충원률 등 지방대와 인문, 예체능 계열에 불리한 지표가 그대로 남아 있다. 또 정원조정과 대학 특성화 운영 현황 등이 평가 지표에 포함돼 있어 각 대학이 얼마나 구조조정과 정원 감축을 많이 하느냐에 따라 대학 평가가 갈리게 된다. 이렇게 되면 당장 취업률이 높지 못한 지방대와 기초학문이 대거 구조조정 돼 학문의 균등한 발전이 저해될 것이다. 이미 2015년 정원 감축분의 95.6퍼센트가 지방대에 몰려 있다는 사실이 최근 국정감사에서 폭로됐다.

또 수업과 성적관리의 엄정성, 교원업적평가와 우수 교원 인센티브, 직원 평가제도 등 학생, 교수, 교직원들의 경쟁을 강화시킬 지표도 포함됐다. 전임교원 확보율, 교직원 확보율은 좋은 지표 같아 보이지만 사실은 비정규직으로 채용해도 지표를 올릴 수 있다. 이는 정부의 구조조정이 대학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 준다.

학령인구 감소?

정부는 2018년부터 대학 입학정원보다 학령인구가 줄어들기 때문에 정원감축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이런 강제적 정원감축으로 2023년까지 입학정원 28퍼센트를 줄일 계획이다. 1백10여 대학이 문을 닫아야 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학생 수가 줄어들어도 대학을 운영할 재정이 뒷받침된다면 지금과 같은 구조조정으로 이어져야 할 이유가 없다. 문제는 한국의 대학이 사립대학 중심으로 학생들의 비싼 등록금에 의존해서 운영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학생 정원이 줄어드는 것이 곧 대학의 (재정)위기로 이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의 고등교육 재정 지원 비율을 대폭 끌어올려서 고등교육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것이 대안이다. 부유층과 기업들에게 세금을 걷고 12조 원에 육박하는 사립대학들의 적립금을 재정지원에 쓴다면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 또 부실하고 부패한 대학은 사학재단을 퇴출시키고 국공립화해야 한다.

눈높이

그러나 정부는 고등교육에 대한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면서 대학을 기업의 입맛에 맞게 재편하려 한다. 지배자들은 체제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대학에 재정지원을 몰아주고 그렇지 못한 대학은 구조조정해서 재정지원의 효율을 높이려 한다. 그래서 최상위권 대학들은 연구중심대학으로 선정해 재정지원을 몰아주고 다른 대학들은 특성화를 강조해 시장의 수요에 맞고 수익성이 나는 학과에 선택과 집중을 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차별화할 것이 없고 경쟁력이 떨어지는 대학은 알아서 살아 남거나 문을 닫으라는 것이다.

또 지배자들이 대학 구조조정을 하는 데는 노동계급의 대학진학률을 줄여서 청년들에게 저질 일자리를 강요하려는 것도 포함돼 있다. 경제 위기로 인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기는커녕 안정적인 일자리도 공격해야 하는 지배자들은 청년실업의 원인을 대졸자들의 ‘눈높이’ 탓으로 돌리고 싶어 한다. 박근혜 정부는 시간제 일자리 확대를 추진하면서, ‘중소기업 인력 미스매치(불일치) 해소’를 목표 중 하나로 내놨다. 기업들이 원하는 고급 인력에 비해 대학 졸업자 수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실제로 교육부의 대학구조개혁 정책연구팀을 이끌고 있는 배상훈 교수는 구조조정의 결과 감축되는 정원은 적게는 16만 명, 많게는 28만 명에 이를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를 보면 정부가 대학 퇴출을 통해 원래 자연스럽게 감소하는 학령인구보다 더 많은 정원을 줄일 의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대학진학률이 높은 것은 비난받을 일이 아니다. 고등교육은 모두에게 주어진 권리여야 한다. 게다가 한국에서 비대학졸업자는 대학졸업자에 견줘 임금이 56퍼센트나 낮고 불안정한 저질 일자리를 전전하고 일상적 차별에 시달린다. 청년실업의 원인은 대졸자의 눈높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지 않는 정부와 기업에 있다.

계급 불평등 심화시킬 대학 구조조정

교육 불평등은 계급 불평등도 더 심화시킬 것이다. 정부의 평가에 따라 ‘미흡’이나 ‘매우 미흡’ 등급을 받을 대학은 노동계급 자녀의 비중이 상위권 대학보다 더 높은 대학일 것이다. 따라서 정부의 안은 노동계급 자녀들이 교육받을 권리를 공격하는 것이다. 반면 정부가 ‘최우수’ 대학으로 분류할 그룹은 재정이 비교적 탄탄하고 이름난 대학들로 이뤄질 게 불 보듯 뻔하다.

정부의 재정지원은 지금도 이미 심각하게 불평등한데 말이다. 2012년 교육부가 사립대에 준 국고보조금 총액의 40.4퍼센트가 상위권 10개 대학에 집중됐다.

똑같이 법인화됐지만 정부의 재정지원이 늘어난 서울대와 달리 인천대는 정부가 서울대에 지급한 예산의 1퍼센트밖에 받지 못했다. 재정난이 심각해진 인천대는 최근에 송도캠퍼스 증축 공사를 중단했고, 학생들은 강의실과 학생식당이 부족하고 실험실과 학생자치공간이 없는 채로 학교를 다니고 있다. 인천대 청소 노동자들은 노동자 한 명이 한 건물 전체를 맡아야 할 정도다.

구조조정은 몇몇 지방대학이나 ‘비인기’ 학과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학이 퇴출돼도 대학을 운영한 사학 재단과 그 대학을 다닌 교수, 학생, 교직원들의 처지는 완전히 다르다. 원래 사립대학이 퇴출되면 현행법상 대학의 잔여재산은 국가에 귀속된다. 그런데 정부는 사학재단들에게는 교육용 자산을 수익용 자산으로 전환하게 해 주고 잔여재산도 가져갈 수 있도록 보장하는 엄청난 특혜를 주려 한다.

한편, 퇴출되는 대학의 학생·교수·교직원들은 하루아침에 대학에서 쫓겨나고 직장을 잃는다. 2012년 이후 폐교된 대학의 학생 중 44퍼센트만이 인근 대학으로 특별편입학을 했고 심지어 편입을 한 대학도 퇴출 위험에 처해 이중고를 겪는 학생들이 많다는 것이 최근 국정감사에서 폭로됐다.

굳이 대학이 퇴출되지 않아도 이미 시간강사들은 대량해고를 겪고 있다. 대학들이 정부의 대학평가 지표인 전임교원확보율을 높이기 위해 소수의 강의전담교원을 채용하고 그들에게 강의를 몰아주는 대신 훨씬 많은 수의 시간강사를 해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명예퇴직을 당한 교수가 비정규직 교수로 다시 채용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중앙대는 구조조정을 이유로 문예창작학과 교수를 충원하지 않아 교수 3명이 학생 3백 명을 지도해야 하는데 그나마 내년에는 교수를 2명으로 축소할 계획이라 교수와 학생 모두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다.

지금 정부의 대학 구조조정은 퇴출될 몇몇 대학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명박 정부 때 실시한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 선정은 하위 15퍼센트의 대학만 발표했지만 이제는 모든 대학을 5등급으로 나눠서 발표할 것이므로 수도권의 상위권 대학들도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엄청난 구조조정 압력을 받을 것이다.

최근 고려대, 한양대, 경희대, 성공회대 총학생회 등이 〈중앙일보〉 대학평가를 거부한 것은 경쟁과 서열화를 부추기는 교육 정책이 몇몇 지방대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또 사립대학들은 정원감축을 명분으로 등록금을 인상하거나 교육의 질을 후퇴시키고 교수, 학생, 교직원에 대한 구조조정과 경쟁을 강화시킬 것이므로 구조조정의 피해는 사학 재단을 제외한 모든 대학의 구성원들이 함께 겪게 될 것이다. 따라서 학과 구조조정이 벌어질 때 해당학과 학생들만 싸우는 것이 아니라 교수, 학생, 교직원들이 단결해 공동대응으로 막아야 한다. 또 박근혜 정부의 대학구조조정 정책에도 함께 맞서야 한다.

그러려면 ‘학령인구 감소로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대학진학률이 너무 높은 것이 문제다’, ‘부실한 대학은 퇴출돼야 한다’는 지배자들의 주장을 반박하고 교육 공공성을 높이는 대안을 제시하면서 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