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학회의 공무원연금 삭감안이 나온 후, 진보진영 일각에서 ‘공무원연금에도 개혁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며 공무원연금에 하후상박 기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현재 공무원연금 제도는 재직 시의 소득과 퇴직 후의 연금이 비례한다. 그래서 월급을 많이 받는 고위직일수록 연금도 많이 받는 반면, 임금이 열악한 하위직은 연금도 적게 받는 ‘상후하박’ 구조라 할 수 있다. 소득 재분배가 안 된다는 점에서 정의롭지 못하다.

따라서 바람직하기로는 연금액이 적은 하위직 공무원 노동자들에게 더 두텁게 연금을 보장해 주는 것이 옳다. 반면, 재직 시 연봉도 매우 높고 퇴직 후 공기업이나 민간기업 ‘낙하산’으로 내려가 풍족한 노후를 누릴 기회가 널려 있는 고위직 공무원들은 더 내고 덜 받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 정부가 추진하는 연금 ‘개혁’은 하위직 노동자들의 연금을 더 두텁게 보장해 주는 정의로운 ‘하후상박’과는 거리가 멀다. 이번 정부안 발표는 오로지 노동자들의 연금을 깎는 데만 관심이 있을 뿐이라는 것을 보여 줬다.

연금 차별

사실, 정부는 신규 공무원 노동자들에게 더 열악한 연금을 주며 ‘하박’을 주도해 왔다. 2009년 공무원연금 개악으로 2010년 이후 신규 공무원들의 연금액을 대폭 삭감해 공무원 노동자 내에 차별의 계단을 만들었다. 이것도 모자라, 이번 개악안은 2016년 이후 신규 공무원들의 연금을 더 큰 폭으로 삭감해 차별의 계단을 한 층 더 만들려 한다. 새누리당이 ‘하후상박’을 말하려면 신규 공무원들에 대한 연금 차별부터 철회해야 마땅하다.

이를 위해 일단은 공무원 노동자들이 단결해 당면한 정부의 삭감 공격에 맞서 공무원연금을 지키는 것이 우선이다.

정부의 연금 삭감 공격의 맥락과 떼 놓은 채 공무원연금 제도 개혁을 앞세우는 주장은 ‘노동자 측도 결국 어느 정도 양보는 해야 한다’는 논리에 일관되게 맞서기 어렵다. 공무원노조 일각에서 ‘재정 안정화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할 필요성에 공감하면서 노동자들 내의 ‘일부 고액 수급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그런 점에서 우려스럽다.

일단 당면한 연금 삭감 공격을 저지해야만, 진정 노동자들에게 정의로운 연금 구조가 무엇인지 논의하고 개선할 여지도 생긴다.

우리는 노동자 내부의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그 방식도 중요하다. 상대적으로 더 많이 받는 노동자가 제 살 깎기를 해서 열악한 노동자에게 주는 것은 하향평준화일 뿐이다. 또, 노동자들 내의 양보 논리는 더 열악한 부문의 노동자들의 연금이 적은 것이 더 많이 받는 노동자들 탓이 아님에도 서로를 경원시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단결에도 해롭다. 공무원 노동자가 단결해 개악을 막는 한편, 더 열악한 노동자들의 몫을 더 많이 인상하라고 요구해 노동자 몫 전체를 늘리는 방식으로 하후상박을 달성하는 대안을 추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