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에 알려지지 않았지만 10월 유명 대학병원의 분원 특정 과의 전공의들이 파업을 준비했다. 전공의들은 4~5년이라는 한정된 기간 동안 일하고, 분원에서 근무하는 기간은 그보다 훨씬 짧기 때문에 웬만하면 “더러워도 참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들이 파업까지 계획한 데는 해당 병원이 지난해 5백 병상 가까이 증축하면서 의사 인력을 충원하지 않아 노동강도가 급격히 높아졌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이를 견디지 못한 해당 과의 1년차 전공의 몇 명이 병원을 그만두면서 남아 있는 사람들의 노동강도가 더욱 증가했다. 거기까지가 임계점이었다. 병원 측이 전공의들의 불만에 아랑곳하지 않고, 올 하반기에 병상을 더 늘릴 계획을 발표하자 해당과 전공의들은 결국 파업을 경고했다.

막상 파업을 경고했지만 그들은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몰랐다. 하지만 병원 측은 달랐다. 거의 매년 병원노조의 파업 경고에 닳고 닳은 사람들이었다. ‘병원의 전공의 수는 학회에서 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마음대로 못 늘린다’ 하는 교묘한 변명을 늘어놓았다. 그래도 해당 과의 전공의들은 물리적으로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파업을 철회할 수도 없었다.

그러나 파업을 하루 앞두고 갑자스레 병원 측으로부터 요구안을 전격 수용하겠다는 통보가 왔다. 전공의들도 스스로 놀랐다. 1년 전부터 그렇게 문제제기를 해도 눈 하나 깜짝 안 하던 병원 측이 파업을 하루 앞두고 자신들의 요구를 거의 다 들어주겠다니 말이다.

사실 병원 측이 그렇게 나온 것은 당연하다. 전공의들은 병원이 굴러가는 데서 핵심적 노동력을 제공하고 있다. 노동시간도 어마어마하다. 2012년 대한병원협회 자료를 보면, 노동시간이 1주일 1백68시간 중 91.8시간에 달한다. 같은 해 노동자 평균 노동시간(41시간)보다 2배가 넘는다. 즉, 그들의 파업은 말 그대로 병원이 멈추는 것을 의미한다.

더욱이 이 파업이 다른 병원 노동자들에게 끼칠 영향을 생각한다면 병원 측으로서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아야 했을 것이다. 게다가 이 병원은 박근혜 정부의 의료 민영화 정책에 맞춰 영리사업을 적극 추진하며 본원보다 높은 수익을 내고 있던 터였다.

결국 병원 측은 추가 확장을 중단하고 인력 충원과 노동조건 개선을 약속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몇 년에 걸친 단계적 개선이라는 조건이 따라 붙었다. 전공의 특성상 그 몇 년이 지나면 결의에 찬 지금의 사람들은 떠나고 없다. 그리고 그 몇 년 동안 병원 측이 쓸 수 있는 꼼수도 많다.

만약 그들이 떠나도 병원 측의 약속 이행을 감시하고 계속해서 전공의의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할 노조와 같은 조직이 있다면 미래는 훨씬 다르게 전개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번에 전공의들이 보여 준 성과는 결코 작지 않으며, 이들의 싸움이 다른 병원 전공의들과 병원 노동자들에게 미칠 영향 또한 작지 않을 것이다. 이번 일은 의료에서의 영리 추구가 어떻게 의사들의 노동조건도 악화시키는지를 보여 준다. 그리고 제대로된 진료가 가능하려면 의료 민영화를 꼭 막아야 한다는 점도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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