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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티칸이 동성애 포용이라는 전향적 발걸음을 내딛는가?

“동성애자는 기독교 공동체에 기여할 재능과 자질을 가지고 있다.”

가톨릭 세계주교대의원대회의 중간 보고서에 등장한 이 문구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가톨릭은 약 2천 년 동안 동성애를 ‘단죄’하는 교리를 고수해 왔다. 요한 바오로 2세는 동성애가 ‘자연 법칙을 거스른다’고 했고, 베네딕토 16세는 동성 부부의 입양은 ‘아동 폭력’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런데 “우리는 동성애자들의 성적 지향을 받아들이고 가치 있게 여기며, 그들에게 안락한 집 같은 교회를 제공할 수 있을까?” 프란치스코 교황과 전 세계 주교 2백53명은 ‘단죄’ 대신 고심 어린 물음을 던졌다. “동성 연인이 서로 희생하며 돕는 것은 귀중하다”는 문구도 있다. 가톨릭 교회가 성 문제에서 대체로 보수적이고 수구적인 입장을 취한 것에 비춰 보면 상당히 전향적인 발걸음을 내딛은 것이다.

물론 동시에, 남녀의 결혼과 동성애가 같을 수 없다는 구절도 있고, 보수적 주교들이 이번 보고서에 반발하고 있어 10월 19일에 발표되는 최종 보고서가 다소 후퇴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바티칸의 다소 전향적인 메시지는 전 세계 동성애자들에게 커다란 희망을 줬을 것이다. 미국의 동성애자 인권 단체 하나는 이번 보고서를 “어둠 속의 광명”이라고 표현했다.

전 세계적으로 동성애에 대한 사회적 지지가 꾸준히 늘어 왔다. 최근 미국에서도 동성 결혼 합법화가 확대되고 있다. 미국 연방 대법원은 얼마 전 5개 주에서 동성 결혼을 금지해 달라며 낸 상고를 각하했다. 가톨릭이 강한 프랑스나 브라질 등지에서도 동성 결혼이 최근 합법화됐고, 이런 분위기가 바티칸에 일부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편협

물론 편협한 우파들의 반발과 비난도 여전하다. 편협한 우파들은 동성애를 인간 본성에 반하는 행위로 본다.

그러나 대부분의 인간 역사에서 동성애는 이성애만큼 자연스러웠다. 동성애에 대한 체계적인 차별은 역사가 그리 깊지 않다. 현대의 동성애 탄압은 자본주의적 가족이 형성되던 19세기 중엽부터 시작됐다. 당시 자본가 계급은 거의 붕괴된 전통적 가족을 다시 부활시키려 애썼는데, 그 과정에서 그들이 보기에 ‘정상’이 아닌 것들을 공격했다. 이는 온갖 폭력과 위협을 동원해야 했을 정도로 인위적이고 억지스러운 통제였다.

지난해 러시아는 동성애를 ‘비전통적 성적 지향’이라며 동성애자탄압법을 제정했다. 그러나 10월 혁명 후 러시아는 세계 최초로 동성 결혼을 합법화한 전통이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은 아직도 동성애를 사형으로까지 처벌할 수 있다. 그러나 18~19세기 서방 지배자들은 무슬림들이 동성애에 굉장히 관대한 것을 보고 놀라워하기도 했다.

중세 가톨릭 교회는 동성 간 성관계를 못마땅하게 생각했지만 이것을 수간, 피임처럼 생식과 관계 없는 성행위와 똑같은 측면에서 못마땅하게 생각했을 따름이다.

동성 결혼을 합법화하는 것은 인간의 다양한 성애를 현실로 인정하는 문제이다. 이를 위해 이미 세계 전역에서 동성애자들은 투쟁으로 권리를 쟁취하고 자긍심을 찾아 왔다. 한국에서도 김조광수 씨가 동성 결혼 합법화를 위한 법원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동성 결혼이 합법화된 날 정부 청사에 혼인 신청을 하려는 인파가 몰려서 줄을 설치해야 할 정도였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많은 동성애자들이 차별과 천대를 견디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하루빨리 동성 결혼이 합법화돼야 한다.

기사의 제목을 수정했다. 원래 제목은 '환영한다 - 바티칸이 동성애 포용이라는 전향적 발걸음을 내딛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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