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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반년:
무엇을 남겼고, 무엇을 해야 하는가

세월호 참사 반년이 지났다. 그러나 진실·책임 규명은 여전히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아직 10명의 실종자가 남아 있다. 실종자 가족의 시계는 여전히 4월 16일에 멈춰 있다.

세월호 참사는 사고 원인부터 구조, 수습 과정까지 이윤 체제의 우선순위가 노동계급 대중의 생명과 안전에 있지 않다는 것을 명백하게 보여 줬다.

청해진해운은 비용 절감을 위해 노후한 선박 세월호를 안전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한 비정규직 선원들로 채워 넣었다. 과적도 빈번했다. 이런 ‘시한폭탄’이 버젓이 바다에 떠다닐 수 있었던 것은 기업 이윤을 위한 정부의 규제 완화와, 정부 관료와 기업인 간의 부패한 유착 덕분이었다.

박근혜 정부는 구조 과정에서 총체적 무능·무책임을 드러냈다. 박근혜 정부는 배에서 스스로 빠져나온 사람을 제외하면 단 한 명의 목숨도 구하지 못했다. 사고 당일 오전 청와대가 승객 다수가 선내에 잔류하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는 것이 최근 국정감사에서 드러났다. 그러나 박근혜가 어떤 조처를 취했는지 여전히 불분명하다.

청와대가 컨트롤 타워 구실을 하지 않은 것이다. 책임 규명 과정에서 청와대를 제대로 조사해야 하는 이유다. 진실 규명에 따라 박근혜 정부에 참사의 실질적 책임을 물어야 할 수 있다. 이미 가족대책위는 5월부터 성역 없는 철저한 조사에 대통령까지 포함해야 한다고 강력히 요구해 왔다.

잊지 말아야 할 그날 4월 16일 유가족들은 세월호 참사 반년이 된 10월 16일을 1백84번째 4월 16일이라고 불렀다. 정의는 반드시 실행돼야 한다. ⓒ이윤선

사회적 각성

물론 박근혜 정부는 자신의 책임을 은폐하는 것에 혈안이 돼 있다. 세월호 참사의 진실이 정부를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음을 잘 알기 때문이다. 구조 첫날부터 해경 인력의 5분의 4가 - 구조가 아니라 - 유가족 감시에 배치됐다. 경찰은 유가족들을 미행하고 사찰했다.

박근혜 정부는 유가족들의 진실·책임 규명 요구를 뭉개거나 묵살했다. 10월 6일 검찰이 수사 결과를 발표했지만 알맹이가 없었다. 가족대책위의 지적대로 “검찰이 얼마나 진상 규명에 무능한지 혹은 의지가 없는지에 대한 의혹만 가지게” 했을 뿐이다.

세월호 급변침의 원인, 국정원 실소유주 의혹, 유병언 정관계 로비 등등 밝혀야 할 의혹은 아직 많이 남아 있다. 무엇보다 참사의 책임을 진정 져야 할 고위 인사들은 요리조리 다 빠지고 송사리들만 언론과 사법 권력의 몰매를 맞고 있다.

더군다나 박근혜는 세월호 참사를 마치 경제 위기의 원흉인 양 몰아가며 규제 완화를 확대하고 있다.

따라서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낱낱이 들춰내는 것은 이 사회의 정의를 바로 세우는 일이자 민주주의를 확대하는 일이다. 특별법은 이런 염원의 상징이다. 세월호 특별법 서명 운동에 5백 만 명이 가까이 동참했다. 또, 최근에는 작가들이 세월호 참사에 대해 써내려 간 《눈먼 자들의 국가》(문학동네)가 출간 1주일 만에 3만 부가 팔려 나가며 큰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실로 국민적으로 관심과 지지가 여전한 것이다.

이런 정서는 계기가 생기면 다시 폭발할 가능성이 있다. 국가 권력을 상대로 싸우는 것인 만큼, 지난한 과정을 거칠 수 있고 곡절도 많을 것이다. 조급함 때문에 ‘수사권·기소권 보장’ 같은 진실 책임 규명을 위한 필수 장치들을 하나둘 양보하다 보면 오히려 운동의 동력이 약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