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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후보 인터뷰:
“박근혜 정권에 맞서 성깔 있게 투쟁하는 민주노총을 만들고자 합니다”

그간의 민주노총을 어떻게 진단하십니까? 또 어떻게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처음 우리가 만들었던 민주노총은 노동자들에게 믿음을 주고 가슴을 뛰게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존재감이 없다는 게 제 진단이에요. 그동안 많은 이들이 ‘혁신’을 외쳤지만 이것도 전진하지 못했죠.

지금 전국에서 절절하게 싸우는 노동자들이 정말 많아요. 타임오프와 복수노조 시대, 노동3권도 갖지 못한 노조들도 있고, 손배가압류로, 해고와 구속으로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기도 하죠.

그런데 민주노총이 이런 투쟁을 방치했습니다. 각자가 싸우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어떤 곳들은 이기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1천 일, 2천 일 투쟁해야 하는 상황, 판사의 처분이나 국회의원에 기댈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상황이죠.

그러는 동안 우리 체질이 많이 허약해졌어요. 민주노총의 신뢰도 많이 떨어졌어요.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후보 ⓒ이미진

쌍용차 투쟁으로 옥살이를 하면서, 굴뚝에 올라서 여러 생각을 했습니다. 다시 패배하지 말자, 평조합원들의 운동을 게을리 하면 자본이 치고 들어올 수 있고 갈라치기 공세에도 제대로 대응하기 어렵다, 쌍용차 투쟁은 대리전이었는데 이런 투쟁이 지고, 지는 싸움이 반복되면 다른 노동자들도 움츠리게 되고 연대에 나서는 데도 위축된다.

정말 절박할 때 민주노총답게 싸워야 합니다. 전체 노동자들의 분노를 모아 투쟁을 조직하는 기관으로 역할을 충분히 해야죠. 선봉대장이 돼야죠.

조합원들은 싸우고 있는데, 민주노총은 그 뒤에 서서 방관만 하거나 ‘살살 가라’, ‘오늘은 거기까지만 하자’ 이렇게 지시하려면 없는 게 낫거든요.

지금은 투쟁을 피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미 목전에 다가오고 있는 공무원연금 개악, 지속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공기업 민영화 문제, 끝없는 노동의 유연화, 손배가압류, 기본권 쟁취, 최저임금 등의 문제들…. 이런 문제들을 하나로 모아 투쟁해야 해요.

민주노총이 지도력을 찾고 전체 노동자들의 희망을 만들어야 합니다. 투쟁을 위한 큰 발판을 마련해야, 2천만 노동자의 대표기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습니다.

2009년 77일간 영웅적인 점거 파업을 벌인 쌍용차 노동자들 한상균 후보는 당시 지부장으로 투쟁을 이끌었다. ⓒ이미진

‘투쟁하는 민주노총’을 강조하셨습니다. 이를 위한 전략은 무엇입니까?

혁신과 투쟁, 모든 후보들이 이런 얘기를 할 수 있죠. 이건 무슨 거창한 어젠다를 발굴하거나 제도적 방안을 마련하거나 할 문제는 아닐 겁니다.

과연 이 시대에 체념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마음을 누가 어떻게 모을 것이냐, 그것을 어떻게 한 판 싸움으로 만들 것이냐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내 일이 아닌데 함께 싸워야 하느냐’는 얘기도 팽배한데, 이것을 어떻게 다시 나의 일, 우리 일, 다음 세대의 일로 공감하고 갈 수 있느냐의 문제죠.

제가 생각할 때, 우선 지도부가 맨 선두에 서서 모든 걸 걸고 투쟁해야 합니다. 어떤 회유나 탄압이 있더라도 싸울 각오가 필요하죠. 나부터 헌신하고 그 마음들을 모으겠다는 겁니다.

그리고 저 한상균 후보를 지지하는 조합원들에게 선거 과정에서부터 말할 겁니다. 나와 함께 투쟁의 선봉에 서자고 설득할 겁니다. 저에 대한 지지는 바로 투쟁하라는 조합원들의 명령이고, 결의인 거죠.

박근혜 정권과 힘 있게 한 판 싸움을 벌이는 것. 이것이 다음 민주노총 집행부의 가장 중차대한 임무라고 생각해요. 조합원들에게 희망을 제공할 ‘노동자 살리기’ 총파업을 해야 합니다. 정권과의 대결은 피할 수 없는 문제예요. 사실 지금 노동자들이 처한 문제들은 개별 사업장의 노자 간에 풀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지금 단 한 번의 승리가 절박합니다. 가슴이 뛸 정도의 투쟁, 승리를 만들어야 합니다.

당면한 현장의 투쟁에 힘을 모아서 반란을 조직해야죠. 공적연금, 민영화의 문제로 투쟁을 모으고, 바닥에서 분출하고 있는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투쟁을 모으면서 말이에요.

투쟁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고 봐요. 지난해 12월 22일처럼 저들이 우리의 심장부(민주노총 본부)를 짓밟을 때는 눈치 볼 거 없죠. 그럴 때 민주노총의 이름으로 이 땅 노동자들의 총파업을 선언하고 공장을 멈추게 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세월호 참사 대응에서도 사실상 골든타임을 놓쳤어요. 민주노총은 우왕좌왕하면서 제대로 입장도 내지 못하다가, 대책기구가 구성되면서는 수백 개의 소속 단체 중 하나로 들어가 있는 수준이었어요. 이런 투쟁에서 자신의 책무를 분명히 할 때, 민주노총이 이 사회 민주성을 회복하고 전체 노동자들의 삶을 대변하고 있다는 인식을 만들 수 있어요.

이런 투쟁을 벌일 때, 그 대의 앞에서는 정파 간 갈등은 부차적인 거라고 봅니다. 노선 갖고 싸울 때는 하더라도, 투쟁할 때는 모여야죠. 저는 이런 마음을 모아나갈 자신이 있습니다.

‘현장이 죽었다’는 얘기도 있는데요?

쌍용차 파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조합원들이 싸웠다는 겁니다. 사실 당시 지도부는 조합원을 믿었을 뿐이에요. 조합원들이 스스로 결정하고 투쟁했던 겁니다.

현재 많은 사업장에서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여전히 민주노조가 희망이라는 걸 가슴에 담고 있을 거라고 봐요. 전국을 돌아보면, 많은 노동자들이 처절하게 싸우고 있어요. 각 산업별로 들어가면 치고 들어오는 공격이 많습니다. 투쟁은 피할 수 없는 거거든요.

민주노총이 이런 투쟁을 하면서 성깔을 보여 줘야, 조합원들도 ‘그래, 민주노총이 잘하는구나, 해 볼 만한 동네구나’ 하면서 다시 모여들 것이라 생각해요.

2009년 점거파업을 하고 있는 쌍용차 노동자들. ⓒ이윤선

민주노총이 ‘계급 대표성’을 잃고 있다는 비판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비정규직 문제입니다.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이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투쟁의 주체로 나서고 있고, 이를 키우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지금까지 투쟁해서 불법파견 문제를 사회적 의제로 확실히 끌어올렸습니다. 간접고용 노동자들 투쟁, 희망연대노조와 삼성전자서비스 투쟁. 이런 투쟁으로 조직도 확대됐습니다.

이들이 스스로 투쟁해 근력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여기에 불이 붙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는 힘이 될 거고.

그런데 이런 비정규직 투쟁이 잘 되게 하려면, 구호만 갖고 되는 건 아니거든요.

케이블 노동자들도 정규직이 이들을 존중하고 손을 잡아 주면서 투쟁이 시발되기도 했어요. 제조업 사내하청도 그랬거든요. 정규직 노조가 비정규직 문제를 남의 문제로 볼 것인지, 아니면 나의 문제로 볼 것인지. 그에 따라 조직률이나 투쟁에 확연히 차이가 나는 것을 볼 수 있죠.

그동안 민주노총의 주류를 이뤄 왔던 대공장의 활동가들이 비정규직 문제를 나와 내 가족과 모두의 미래에 관한 문제로 정확히 바라봤을 때, 이 투쟁에 힘이 실릴 것이라고 봅니다. 비정규직 연대는 이 시대가 요구하는 민주노총의 대의, 원칙으로 자리매김해야 합니다.

그동안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투쟁이 분출했는데, 민주노총이 이것을 주요 과제로 안지 못하고 방치하는 모습을 봤어요. 이래선 안 됩니다. 민주노총은 비정규직 동지들의 울타리가 돼 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비정규직 투쟁을 전체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끌어 안아야 해요.

물론, 민주노총이 미조직 사업을 안 한 게 아닙니다. 적지 않은 예산을 투입해 전략조직화 사업도 벌였습니다.

그런데 조직화 사업이 얼마나 성과를 냈는지 짚어볼 필요가 있어요. 조직화 사업으로만 접근해서도 안 돼요. 허황된 구호로도 희망을 주지 못합니다. 투쟁을 확대해서 승리를 일궈야, 조직도 확실히 넓힐 수 있습니다.

이른바 ‘통합후보’ 논의를 통해 출마한 상대후보가 있습니다. 민주노총 전직 간부들이 이런 주장에 힘을 싣기도 했는데요, 이에 대해 어떻게 보십니까?

단일 지도부를 꾸려 조용하게 선거를 치르자는 얘기에는 동의할 수가 없어요. 위에서 짝짜꿍 해서 지난 시간을 반복하자고 엄청난 돈을 들여가며 직선제를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이건 조합원을 무시하는 거예요.

직선제 과정에서 여러 문제가 생길 거라는 우려도 있지만, 저는 우리 조합원들을 믿어요. 훌륭하게 잘 수행할 거라고 봐요. ‘통합후보’가 현재의 민주노총을 정확히 진단하고, 거기에 맞는 발전적 과제를 제시할 것인지 여부는 조합원들이 판단하겠지요.

선거 전에 정파 간 연합으로 당선을 쫓는 것은 진정한 단결이 아니예요. ‘대동단결’을 말하려면, 민주노총을 어떻게 단결시키고 투쟁을 만들 것이냐가 중요합니다.

인터뷰·정리 박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