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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연금:
사회적 협의체 구성 요구에 대해 ― 투쟁에 방점을 찍어야

박근혜 정부가 공무원연금 개악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자, 사회적 논의 기구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박근혜는 철도 민영화와 의료 민영화 때도 그랬듯이, 민주적 토론에는 관심이 없다. 정부안을 발표할 때 이미 노동조합의 ‘사회적 논의 기구’ 구성 요구를 거부한 바 있다.

그래서 공무원노조는 박근혜 정부의 일방적인 개악 추진을 폭로하고 ‘공무원연금 개혁의 국민적 공감대’를 이끌어 낼 수단으로 ‘공무원연금법 개정을 위한 노사민정 사회적 협의체’ 구성을 거듭 요구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진보 정당들, 사회단체들도 사회적 논의 기구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정부의 일방적 개악 추진을 비판하고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들으라고 요구하는 것은 정당하다. 공무원 노동자들은 노후가 걸려 있는 중대 사안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며 노조를 무시하는 정부의 태도에 크게 분노하고 있다.

이렇듯 ‘일방성’도 문제지만, 진정한 문제는 삭감안 그 자체다. ‘일방성이 아닌 사회적 협의’를 요구하다 막상 협의 과정에서 양보의 여지를 열어 두는 태도는 위험하다. 가령, 통합진보당 진보정책연구원은 최근 이슈 분석에서 핵심은 소통 없는 강행 처리라며 ‘재정안정화와 국민연금 간의 형평성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다. 하후상박 문제나 수급개시연령 문제도 얼마든지 조정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하고 주장했다. 도대체 ‘협의’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설사 정부가 사회적 협의체를 구성한다 할지라도, 투쟁이 충분히 강력하지 않으면 연금 개악을 막는 수단이 되긴 어렵다. 역대 정부들은 사회적 협의체를 노동계급에게 양보를 관철하기 위한 외피로 이용했다.

김대중 정부 하에서 정리해고제와 파견제를 합의해 준 노사정위원회의 경험이 대표적이다. 지난 번 공무원연금 개악 때도 노사 동수로 ‘공무원연금제도발전위원회’가 구성됐지만, 발전위원회는 노동자들에게 양보를 요구해 결국 더 내고 덜 받는 개악안에 노조가 합의한 바 있다. 특히 당시 개악으로 신규 공무원들은 더 큰 불이익을 받게 됐다.

진보진영 일각에서는 영국·독일 등에서 ‘사회적 합의 기구’가 좋은 구실을 한 것처럼 주장한다. 그러나 이 나라들에서도 ‘사회적 합의 기구’는 노동자들에게 양보를 관철시키는 수단이었다.

2002년에 시작된 영국 신노동당의 ‘2차 연금 개혁’ 때 구성된 연금위원회는 민주적 합의의 모델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연금위원장은 미국의 금융투자회사인 메릴린치의 부회장이 맡았다. 또, 노동계를 대표해 영국노총 위원장이 참여했지만, 노동자들이 강력히 반대한 핵심 개악안(연금 수급 연령 늦추기)이 결국 관철됐다.

독일에서도 사회적 협의체는 노동조합이 실질임금 하락, 저임금·저질 일자리 확대, 공공서비스 질 하락을 합의해 준 결과를 낳았다.

새정치민주연합, 오락가락과 배신 전문 당

사회적 협의체에 들어올 새정치민주연합 등이 어떤 양보안을 가져 와 우리 편의 발목을 잡을지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박근혜 정부의 공무원연금 개악안에 분명히 반대하지 않고 있다. “연내 처리는 졸속”이라고만 할 뿐, “고령화 시대를 맞아서 공무원연금 개혁은 필연적”이라는 입장이다.

그리고 과거 민주당 정부들은 공무원연금 개악을 호시탐탐 시도했고 ‘재정안정화’를 앞세워 국민연금을 개악한 장본인이었다. 또, 올해 초 기초연금 사기극의 공범이기도 했다. 따라서 이들은 ‘재정 적자 해소를 위해 공무원 노동자들이 양보하라’고 압력을 넣을 개연성이 다분하다.

사회적 논의 기구에서 강조될 ‘갈등 해소’와 ‘중재’는 단지 정부를 향한 비판만이 아니라 노동자들도 투쟁을 자제하라는 요구로 돌아올 것이다. 〈경향신문〉은 ‘국민 협의체’ 구성을 제안하면서 “공무원연금 개혁이 … 투쟁으로 비화되는 양상이어서 유감스럽다” 하고 말했다.

지금은 개악에 대한 노동자들의 분노를 단호한 대중 행동으로 조직하는 것이 중요하다. 협상은 투쟁의 결과물일 때 우리 편에 유리할 수 있다. 따라서 공무원노조는 분명하게 투쟁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