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은 재정안정성을 위해 공무원연금을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새누리당의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3년 동안 공무원연금 재정적자를 보전하기 위해 12.2조 원을 부담했고, 향후 10년간 추가로 약 53조 원의 보전금을 부담하게 된다.

사실, 이 정도의 적자 규모는 현재로서는 엄청난 문제는 아니다.

기획재정부 장관 최경환은 2015년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우리나라의 재정은 주요 선진국에 비해 양호하고,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확대 재정정책에도 충분한 여력이 있다”고 밝혔다.

박근혜는 10월 29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재정적자를 늘려서라도 경제를 살리는 데 투자”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문제는 노동자들의 안정적인 삶보다 기업의 이윤을 앞세우는 정신나간 자본주의 체제의 우선순위다.

노동계급을 위한 복지 비용과 공무원 노동자들의 노후를 위해 국가 재정을 투자하는 데는 그토록 인색한 정부가 군비를 늘리고 부자와 기업주들을 지원하는 데에는 천문학적인 돈을 꺼리낌 없이 쏟아붓는다.

박근혜 정부가 제출한 2015년 예산안을 보면 경제활성화라는 명분으로 중소기업정책금융을 92조 원에서 97조 원로 무려 5조 원이나 확대했다. 방위력 개선 비용으로 11조 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붓는다.

이명박 정부 때 시작한 부자 감세로 대기업와 부자들이 수십조 원의 엄청난 특혜를 얻었다. 정부는 위기에 내몰린 기업들을 구제하기 위해 수십조 원의 공적자금을 지원해 주기도 했다.

삼성전자가 지난 몇 년간 법인세 공제감면으로 정부에 내지 않은 세금이 같은 기간 정부가 공무원연금 재정적자를 보존하는 데 지출한 돈보다 훨씬 많다! 박원석 정의당 의원에 따르면 2008~2012년 사이에 삼성전자의 법인세 세액공제금액은 6조 원이 넘는다.

도둑질

이미 허리띠를 꽉 졸라매 가뜩이나 삶이 팍팍해진 대다수 노동계급과는 반대로 자본가들은 재정적자를 책임질 충분한 여력이 있다.

오랫동안 조세피난처를 추적해 온 영국의 조세정의네트워크는 한국의 부자들이 중국, 러시아에 이어 세계에서 3번째로 많은 돈(무려 9백조 원!)을 해외로 도피시켰다고 폭로한 바 있다.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단기부동자금도 7백50조 원이 넘는다.

지난 5년간 10대 재벌의 자산은 4백30조 원 증가해 자산규모가 1천2백40조 원이다.

반대로 노동자들은 실질 임금 삭감과 늘어나는 세금에 고통받고 있다.

노동자들은 부자들을 위해 노동자들의 호주머니를 털고 노후를 도둑질해가려는 날강도짓에 분명히 반대해야 한다.

그런데,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은 재정적자 해소를 위해 공무원연금 개악이 어느 정도는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예산은 제약돼 있고, 결국 전체 복지 지출에 압박”을 가하기 때문에 공무원 노동자들이 “포괄적 시야”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포괄적 시야를 가지려면 정반대로 현실을 봐야 한다. 공무원연금을 양보하는 게 아니라 지키는 것이 전체 복지를 지키고 늘리는 데에 도움이 된다.

재정적자 때문에 가장 잘 조직된 공무원 노동자들이 양보한다면, 국민연금도 곧 공격받을 뿐 아니라, 다른 공기업 노동자들도 재정적자를 위해 희생을 감내하라는 압력을 받게 될 것이다. 철도와 의료 민영화 추진도 탄력을 받을 것이다.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구조조정은 민간부문 공격의 지렛대로 활용될 것이다.

따라서 박근혜 정부의 공무원연금 공격의 칼날은 단지 공무원 노동자들만 향한 게 아니다. 긴축을 위한 전면적 공격의 일부인 것이다. 민주노총이 적극적으로 연금 공격에 맞서 연대 투쟁을 조직해야 하는 까닭이다.

박근혜 정부의 공격에 맞서 공무원연금 개악을 잘 막아내면 경제 위기의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려는 일련의 공격에 맞설 수 있는 노동자들의 자신감을 키울 수 있다.

한편, 지금 같은 경제 위기 상황에서 강경 우파 정부의 공격에 맞서서 정부의 양보를 얻어내려면, 연가 파업을 포함한 강력한 투쟁과 연대의 확산이 중요하다.

로자 룩셈부르크가 1898년에 한 경고를 곱씹어 봐야 한다.

“우리의 입장으로부터 한치의 양보도 하지 않는다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우리는 정부와 부르주아 정당이 양보할 수밖에 없도록 강요해 다소나마 즉각적인 성과를 쟁취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우리의 원칙과 무관하게 기회주의적 원칙에 근거하여 ‘가능한’ 것을 ─ 부르주아 정치꾼처럼 협상을 통해 ─ 뒤쫓기 시작한다면, 사슴사냥에도 실패하는 것은 물론 그 와중에 총까지 잃어버리는 사냥꾼의 처지로 전락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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