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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LG유플러스 비정규직 노동자 기고:
프리랜서라면서 노동조합 가입했다고 일감 뺏는 사측

“눈을 뜨니 아침이다. 어제 엄마가 다치셨다는 소식을 듣고 본가로 향했다. 생각보다 긴 깁스에 소주 한 병. 아이의 학원비와 생활비 및 카드값 등을 걱정하는 애 엄마의 한숨에 또 한 병. 그렇게 술에 취해 잠이 들었나 보다. 다가오는 숙취에 후회를 해보지만, 이미 마셔버린 술... 정신을 차리려 얼른 샤워를 한다. 스마트폰을 들어 조회를 해본다. 할당되어 있는 건수는 한 건. 오늘은 몇 건이나 더 할 수 있을까? 일을 하고 싶어도 일을 주지 않으니.

고용노동부에서는 우리가 근로자가 맞다고 발표했고 회사가 우리를 직원으로서 대해야 하지만 회사는 콧방귀도 뀌지 않는다. LG유플러스가 직원이라 인정하지 않는 직원들이 생활고로 신음하고 있는데도, 저들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다. 오히려 일감을 주지 않아 말려 죽이려 하고 있다. 8월에 받은 급여가 1백10여 만 원, 9월엔 80여 만 원, 10월은 50여 만 원... 10월엔 이런 사측에 항의하며 경고파업 등을 했기 때문에 일을 더 못했는데... 11월 급여는 얼마가 될지 걱정이 앞선다.

이건 뭔가 잘못된 것 같다. 아니 잘못되었다. 노동자가 노동을 하겠다는데, 직원이 일을 하겠다는데, 일감을 다른 데로(가상센터) 빼돌리는 회사가 분명 잘못되었다. 악덕사용자가 법을 어기고 있음에도 떳떳하게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있는 이 사회가 잘못되었다. 잘못된 것들을 고쳐야 한다. 일단 내 억울함과 나와 같은 길을 가고 있는 사람들의 억울함부터 고쳐 보고자 한다. 오늘도 난 내 차에 앉아 투쟁 가요를 한껏 틀어놓고 출근한다”

복정준 LG유플러스 비정규직지부 강북성북지회 사무차장. ⓒ이미진

안녕하세요? 저는 성북구에서 LG유플러스 인터넷, IPTV, 인터넷전화 등을 설치하는 개통기사입니다. 이 글을 보고 계신 분들 중에는 제가 방문 드렸던 분들도 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간혹 저희에게 LG나 SK같은 대기업에 다닌다며 좋겠다고 말하시던 고객님들이 있습니다. 고객님의 시선에서는 제가 LG유플러스 옷을 입고, LG유플러스 가방을 메고, LG유플러스 상품을 설치 해드리니 당연히 LG유플러스의 직원이라 생각을 하셨겠죠,

하지만 저희는 LG유플러스의 직원이 아니랍니다. 하물며 우리를 고용한 LG유플러스의 협력업체인 강북서비스센터 ㈜누리온정보통신에서도 우리를 직원이 아닌 프리랜서라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노동조합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일감을 뺏고 있습니다.

주당 70시간 이상 일하고 평균 2백50여 만 원이던 현장기사들의 급여가 지금은 1백만 원도 안 됩니다. 이 돈으로 차 할부금이며 주유비, 통신비 등을 기사가 부담해야 합니다. 식대? 점심시간조차도 보장하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수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각종 부당행위들 말이죠. LG유플러스 협력업체 사장단협의회 대표이기도 한 저희 사장은 3월 30일에 비정규직 노동조합이 결성되자 조합원들끼리 이간질시키고, 일감을 줄여 생활고 때문에 노조를 탈퇴하게 하고, 그것도 모자라 노조에서 원하는 주40시간 근무를 맞춰주겠다며 평일 중 하루는 강제로 쉬게 하였습니다. 물론 하루 쉬었으니 토요일에 근무를 해야 합니다. 기본급 없이 건당 수수료만으로 급여가 책정되는 우리에게는 엄청난 타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같이 원청과 협력업체는 말로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비열한 짓들을 벌이고 있습니다.

근로기준법? 비정규직? 그동안 몰랐습니다. 하지만 알고 나니, 어이가 없고 분노가 치솟았습니다. 노동자가 보장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법! 그 법. 저흰 그 법의 테두리에서 보호를 받지 못했습니다. 인간답게 살고 싶다고, 점심시간을 보장해 달라고, 명절과 저녁에 식구들과 둘러앉아 오손도손 밥 먹고 싶다고, 이렇게 살고 싶다고 외치는 우리가 잘못되었나요?

여러분. 힘들고 어려운 투쟁을 하는 저희에게 지지와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여러분의 관심어린 시선이 노동인권 보장과 질 좋은 최상의 서비스를 보장하는 데 큰 힘이 됩니다. 잘못된 것들을 고쳐 나가는 노동자가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