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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 차별에 맞서 파업을 예고한 학교비정규직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임금 차별에 맞서 11월 20일 파업을 예고했다.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은 정규직의 57퍼센트에 불과하다. 지난해 파업의 성과로 근속에 따라 2만 원씩 인상되는 장기근속가산금(근속수당)이 생겼지만 정규직 호봉 인상보다 턱없이 낮은데다 그나마도 상한제 때문에 10년 이상 일하면 더는 임금이 올라가지 않는다. 이 때문에 오래 일할수록 정규직과의 임금 차별은 더 커진다.

또한 비정규직은 정규직과는 달리 방학 중 임금을 받지 못한다. 정부는 방학 중에 최소한의 생계를 위해 수당을 지급하라는 요구를 수용하기는커녕 현재 받는 임금을 12개월로 나눠 지급해 달라는 요구조차 외면하고 있다.

각종 수당과 상여금 차별도 심각하다. 비정규직한테는 명절상여금, 성과상여금 등이 전혀 없거나 턱없이 적다. 심지어 비정규직은 정규직이 매달 13만 원씩 받는 식대조차 받지 못한다. 노동자들은 “비정규직은 점심값도 차별 받아야 하냐?”며 분노를 터뜨린다.

따라서 상한 없는 3만 원 호봉제 실시, 식비 지급, 방학 중 생계 대책 마련, 성과상여금 지급, 전 직종에 처우개선 수당 지급 등은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기 위한 요구다. 또 “더 나은 교육”, “차별 없는 학교”를 위한 요구이기도 하다.

학교비정규직 처우를 더 불안하게 하는 교육재정 삭감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 그런데 중앙 정부는 자체 예산 책정도 하지 않을 뿐 아니라, 각 지방 교육청에 내려 보내는 교부금조차 축소했다.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과 교섭을 하는 교육감들은 “예산이 없다”며 노동자들의 정당한 요구를 외면하고 있다.

이에 대한 일차적 책임은 박근혜 정부에 있다. 박근혜는 자신의 대선 공약이기도 한 누리과정, 초등 돌봄교실 등을 시행하면서 필요한 예산을 지방교육청에 떠넘기고, 오히려 내년 지방 교육청에 주는 교부금은 3.3퍼센트 줄었다. 이 때문에 꼭 필요한 보육·교육 복지도 제대로 시행될 수 있을지조차 의문이고, 비정규직의 처우 개선 요구는 더 후순위로 밀려나고 있다.

따라서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요구하는 것처럼 교육공무직법을 제정해 노동자들의 신분과 처우를 법으로 보장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도 교육재정 확충을 내걸고 싸울 필요가 있다. 전교조는 최근에 지방교육재정 교부금 삭감에 항의하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교육재정이 열악해질수록 노동자들의 처우도 압박받을 수밖에 없다. 이미 정부와 여당은 교육재정 중 인건비 비중이 너무 높다며 노동자들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교육재정 확충은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과 더 나은 교육 복지를 위한 모두의 요구이다. 정부와 우파들은 가증스럽게도 무상급식 때문에 교육재정이 어려워졌다며 그나마 있는 교육 복지조차 공격하고, 정규직 교직원의 복지 삭감도 얘기하고 있다.

따라서 학교 전체 노동자들이 다 함께 교육 복지 확대와 노동자 처우 개선을 위한 교육재정 확충을 요구하며 싸워야 한다. 특히 전교조 교사들이 기층에서부터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 연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은 더 나은 교육을 원하는 전체 노동계급의 지지와 연대를 확대하는 데도 유리하다.

물론 지방 교육감들에게 어떤 책임도 없다는 뜻은 아니다. 특히, 올해 대거 당선된 진보 교육감들은 학교비정규직의 처우 개선을 약속한 바 있다. 진보 교육감들은 자신들이 약속한 바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이를 위해 정부와 우파에 맞서 싸우기를 주저해서는 안 된다. 중앙 정부 탓하며 책임을 떠넘긴다면 진보 교육을 위해 지지를 보내고 기꺼이 선거 운동에 나섰던 노동자들 사이에서 진보 교육감에 대한 불신만 키우게 될 것이다.

파업에 지지와 연대를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파업을 예고하자 일부 교육청과 우파들은 “급식 차질” 운운하고 나섰다. 그러나 어떻게든 기회만 나면 무상급식 비난하기 바쁜 자들이 아이들 급식을 걱정하는 척하는 것은 역겨울 뿐이다.

오히려 이것은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학교 운영에 “차질”을 빚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부자감세·서민증세에 열을 올리고, 노동자 공격에 혈안인 된 박근혜 정부가 쉽게 물러서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그동안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학교비정규직 노조들의 단결과 단호한 투쟁, 사회적 지지·연대 속에서 소중한 성과를 거둬 왔다. 지난 투쟁과 성과들은 노동자들이 더 단호하게 투쟁할 때 정부의 양보도 강제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줬다. 올해도 이런 점들을 살려 나가야 한다. 그 속에서 임금 차별을 해소하고 진정한 호봉제와 교육공무직 쟁취도 가능할 것이다.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우파 정부 하에서도 투쟁하면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며 다른 노동자들의 사기와 자신감을 높여 왔다. 박근혜 정부가 기만적인 비정규직 종합대책으로 비정규직 대거 양산을 획책하고 있는 이 때,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은 전체 노동운동에도 중요하다.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에 지지와 연대를 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