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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의 온실가스 합의:
저들은 지구를 구하는 것이 아니라 망가뜨릴 작정이다

 11월 12일 오바마와 시진핑은 향후 수십 년 동안 온실가스를 대대적으로 늘릴 계획에 합의했다. 다음은 영국 ‘기후변화에 맞선 캠페인’ 활동가 조너선 닐의 글이다. 조너선 닐은 《기후변화와 자본주의》(책갈피, 2011)의 저자이다.

미국 오바마와 중국 시진핑이 기후변화에 관해 양국이 합의한 내용을 밝혔다. 대부분의 영·미 언론과 미국 민주당 인사들은 이를 진일보라고 치켜세운다. 반면에 미국 공화당 인사들은 과도한 합의라고 비판한다.

공화당이 비판하는 내용이니까 좋은 것일까? 그렇지 않다. 합의 내용은 간담을 서늘케 할 정도로 끔찍하다.

구체적 수치를 따져 보자.

미국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2005년 기준으로 28퍼센트 줄이기로 했다. 그런데 2005년은 미국 온실가스 배출량이 사상 최대였던 해이다. 지난 8년 동안 미국은 배출량이 10퍼센트 줄었다. 오바마는 향후 15년 동안 고작 18퍼센트 줄이겠다고 한 것이다.

중국은 2030년 이후부터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로 했다. 중국 경제는 해마다 10퍼센트씩 성장하고 있다. 이 추세를 유지한다면, 중국 온실가스 배출량은 2030년에는 지금의 4배가 된다. 물론 경제가 지금 속도로 계속 성장하지 않을 것이고 에너지 효율도 지금보다 높아질 것이다. 이런 것을 감안해도 이번 합의 덕분에 중국은 2030년까지 배출량을 2배로 늘릴 수 있게 됐다.

오늘날 미국과 중국 단 두 나라가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절반 가량(45퍼센트)을 차지한다. 만일 미국의 배출량이 18퍼센트 줄고 중국의 배출량이 2배로 늘어난다면, 전체적으로 지금보다 배출량이 3분의 1가량 늘어나는 것이다.

그러나 단지 그것만이 아니다. 설령 그들이 당장 배출량을 지금의 절반으로 줄이더라도 해마다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는 높아지게 돼 있다. 그리고 지구는 더 뜨거워질 것이다. 그런데 이들은 지금보다도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겠다고 한다. 다시 말해 지금보다 더 빨리 지구를 데우겠다는 것이다.

나쁜 소식은 또 있다. 향후 15년 동안 온실가스 배출을 늘린다면, 그때 가서 지금 수준으로 도달하려면 온실가스 배출을 훨씬 더 빨리 줄여야 한다. 설령 그들이 온실가스를 배출한 만큼 빠르게 줄인다 하더라도 현 수준으로 돌아오려면 2040년 이후가 될 것이다. 그런데 모두 알다시피 이미 지금 수준도 지구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많다.

나쁜 소식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 합의 내용은 약속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 약속은 지키지 않아도 그만이다. 그리고 이번 약속은 2030년에 관한 것이다. 이들은 내년 온실가스 배출에 대해서는 단 1퍼센트 줄이겠다는 말도 안 했다.

가장 나쁜 소식은 이 합의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이뤄졌다는 것이다. 두 나라에서 온 단 2명이 전 세계를 대신해 모든 결정을 내렸다. 이 자들은 우리 같은 나머지 70억 명의 지구인은 자신들이 정하는 대로 따르리라고 본다.

이 자들의 실무진들은 비밀리에 이 모든 것을 협상했다. 기후변화에 관한 숱한 유엔의 협상, 교토 의정서, 그 많은 회담과 협상은 모조리 무시됐다. 미국과 중국의 두 대통령이 전 세계의 운명을 정하겠다고 한다. 게다가 잘못된 결정을 내렸다.

우리 ‘기후변화 저지 캠페인’이 1백만 개 기후 일자리를 요구하고,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일자리를 만들 사업에 투자를 요구하는 까닭이다. 나오미 클라인의 말처럼 우리는 기후변화에 관한 “대규모 사회 운동”이 필요하다. 우리가 다른 단체들과 함께 2015년 3월 7일과 파리 ‘기후변화 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대규모 시위를 준비하는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