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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 임금 깎아 비정규직 처우 개선?:
임금체계 개악은 노동자 전체의 임금 하락을 노린 것

정부가 2015년 경제정책 운용의 핵심 과제로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제시한 가운데, 그 핵심 타깃은 정규직에 대한 임금 공격으로 모아지고 있다.

경제부총리 최경환은 최근 “정규직 고임금 양보 불가피”론을 펴며 공세에 나섰다. 박근혜는 이를 거들며 “심하게 경직된 연공서열형 임금 구조”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장기근속자들의 임금이 너무 높아 노동시장 양극화가 심해졌다는 것이다. 정부는 특히 2016년부터 정년이 60세로 연장돼 기업의 임금 부담이 커졌다는 점을 걱정한다.

그러나 현재 문제의 핵심은 ‘임금 없는 성장’, 즉 정규직·비정규직 할 것 없이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이 공격받고 있다는 점이다. 2007~12년 이래 실질임금은 2.3퍼센트나 하락했다. 최근에도 실질임금 상승률은 6분기 연속 떨어졌다. 올해 3분기 실질임금 상승률은 급기야 0.1퍼센트에도 미치지 못했다. 비정규직은 몇 분기째 연속 마이너스다.

진정한 문제는 계급 간 차이다. 30대 대기업의 임원과 노동자 연봉 격차는 평균 13배이고, 삼성에선 17.55배에 이른다.

임금체계 개악은 전체 노동자의 임금 하락을 노린 것. ⓒ이미진

정부는 정규직의 고임금이 비정규직 양산의 원인이라고 비난한다. 그러나 그동안 비용절감을 위해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열악한 처우를 강요해 온 것은 정부와 기업주들 자신이다.

물론, 정규직·비정규직의 임금 격차는 마땅히 줄어야 한다. 이는 정규직의 임금을 깎아서가 아니라, 비정규직의 임금을 대폭 높여서 해결해야 한다. 비정규직 처우를 대폭 개선하고 최저임금을 생활임금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계급 간 격차

그런데 지금 정부가 제시하는 임금체계 개편 방향은 이런 해결책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박근혜는 임금체계를 개악해 노동자 계급 전체의 임금을 끌어내리려 한다.

정부는 우선 공공기관에서부터 장기근속자들의 임금을 삭감하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반영해 강제 의무화한 뒤, 민간부문으로 확산시키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또 현행 연공급제를 해체하고 직무·성과·능력에 따른 임금체계를 도입·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임금체계 개악은 오랫동안 기업주들이 노동자들의 임금을 줄이거나 적어도 상승폭을 줄이려는 대안으로 제시해 왔던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이미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서도 이 방향을 제시했다.

이는 정규직의 임금 하락뿐 아니라, 비정규직·저임금 노동자들의 처우를 더 악화시키거나 개선을 가로막는 압력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 예컨대, 기존 정규직의 연공급제가 공격받는 상황에서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호봉제 도입 요구가 힘을 받기는 더 어려울 것이다.

성과 중심의 임금체계는 노동조건 악화도 수반할 것이다. 성과 경쟁은 필연적으로 장시간 노동, 노동강도 강화 등을 낳을 수 있다. 더구나 정부는 탄력적 근무시간제도 등을 적극 도입해 유연성을 확대해 나가려 한다.

이는 노동자들 사이에 경쟁과 분열을 조장해 단결력을 저해하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고령 노동자와 청·장년을 분열시키는 효과도 노린다.

따라서 정부의 임금체계 개악 시도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 노동자들에게 임금은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다. 경제 위기가 심해질수록 임금 공격은 더 악랄해질 것이다.

정부가 연공급제를 무너뜨려 노동자들 전체의 임금 수준을 공격하려는 상황에서, 노동운동은 주저 없이 개악 저지 투쟁에 나서야 한다. 현행 연공급제가 보장하지 못하는 신규·청년 노동자들의 안정적 생계를 위해 신입사원 초봉 대폭 인상 등도 필요하다.

임금체계 개악 저지를 ‘정규직 이기주의’쯤으로 치부해서도 안 된다. 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 투쟁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 요구와 투쟁에도 유리한 조건을 만들 수 있다. 노동자들의 기본급이 대폭 오르고 장시간 노동이 줄어야 신규 고용도 늘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