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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이간질에 정규직·비정규직 연대로 맞서자

박근혜 정부는 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맹공을 펴며 노동자들을 이간질하고, 경제 위기 고통전가를 관철하려 한다. 비정규직을 앞장서서 확대하고, 지금도 비정규직의 조건을 더 악화시키려고 혈안이 돼 있는 자들이 ‘비정규직 처우 개선’ 운운하는 건 역겨운 위선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노동운동 내에서도 ‘정규직은 이제 보수화됐다’거나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이해관계가 다르다’는 주장이 적잖이 퍼져 있다. 이런 주장은 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을 흔쾌히 지지하지 않거나, 더 나아가 정규직이 자신들의 요구를 자제하고 양보해야 한다는 논리로 쉽게 이어진다. ‘사회연대전략’, ‘건강보험하나로 운동’이 대표적 사례이다.

물론, 비정규직이 투쟁할 때 정규직 노조가 외면하거나 투쟁을 통제한 경험들도 있다. 그러나 이때 주된 문제는, 정규직 노조 지도부가 연대 투쟁을 조직하기보다 미덥지 못한 중재자 구실을 하거나 사측의 공격에 맞서 제대로 싸우지 못한 데서 비롯했다. 이것을 정규직 노동자 전체의 이해관계에서 비롯했다고 보는 것은 잘못이다.

정규직이 비정규직 차별로부터 이득을 얻는다는 주장은 아무런 실증적 근거가 없다. 오히려 현실에서 비정규직의 증가는 정규직의 ‘특권’ 강화가 아니라, 임금·노동조건 하락 압박으로 작용한다.

또, 비정규직이 늘어나면 정규직 노동자들의 조직력과 투쟁력도 떨어진다. 정규직 노조가 파업을 해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조업을 계속하거나, 대체인력으로 투입되면 그 효과는 크게 줄어든다.

반면, 잘 조직된 노동자들의 투쟁은 열악한 노동자들의 처지를 악화시키기는커녕, 전체 노동자들의 조건을 끌어올리는 구실을 한다. 노동자 계급의 임금은 통계적으로 동반 상승하고 동반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 비록 증감 정도에 따라 격차가 생길지라도 말이다. 정규직 노동자의 임금이 높아야 취약한 노동자들은 더 많은 임금을 받게 될 가능성도 크다.

지배자들도 이런 점을 잘 알기 때문에 매년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공공부문 임금을 억제하고, 대기업 노동자들의 기본급을 낮게 책정해 명목 인상률을 낮추려고 한다.

정규직이 비정규직 차별로 이득을 본다는 주장은 기업이 지급할 수 있는 임금 총액이 정해져 있다는 부당한 전제를 깔고 있다. 최경환도 “기업이 지불할 수 있는 임금은 한정돼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국민소득 중 임금의 비중을 나타내는·노동소득분배율은 1996년 47.6퍼센트에서 2012년 45.8퍼센트로 하락했다. 노동자 몫은 적어지고 기업 몫은 커졌다는 뜻이다.? 경제 위기 속에서도 지난해 10대 그룹 소속 대기업 70곳의 사내유보율은 평균 1천5백 퍼센트가 넘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즉, 계급 내 격차 문제보다 더 근본적인 계급 간 격차 문제를 봐야 한다.

정규직 노동자들이 집중 공격받는 지금, 노동운동은 정규직 투쟁을 적극 지지·엄호해야 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의 노동자,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노동자가 단결해 싸울 때, 저임금·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하고, 전체 노동자의 조건을 상향 평준화할 수 있다. 이때 특히 잘 조직된 부문이 더 열악한 노동자들의 투쟁에 연대하는 것이 중요하다.

경제 위기 속에서 계급 간 이해관계의 충돌이 첨예해지는 상황에서, 불필요한 타협을 추구하는 개혁주의 정치로는 노동자들의 이익을 일관되게 지킬 수 없다. 특히 새정치민주연합을 믿어서는 안 된다. 최근 민주노총은 한국노총과 함께 새정치연합과의 정례정책협의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그러나 새정치연합은 집권 시절에 파견법과 비정규직 악법을 통과시킨 당사자이고, 최근에는 ‘공무원연금 개혁은 필요하다’며 온건한 압력을 넣고 있다.

노동자들의 의식이 불균등하고, 투쟁과 연대보다 협상과 타협을 중시하는 노조 상층 관료주의 문제 때문에 노동자 연대가 자동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단결의 가능성과 필요성을 분명하게 이해하고 연대를 건설하려는 의식적인 노력이 중요하다. 그래야만 박근혜 정부의 이간질과 파상 공세에 효과적으로 맞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