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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침체에 직면한 중국 경제

경제 연구기관 컨퍼런스 보드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세계 2위 경제대국인 중국의 경제 기적은 끝났고, 앞으로는 곤란한 일들만 남아 있다고 주장했다. 컨퍼런스 보드는 전 세계 다국적기업들이 출자해 만든 기관이다. 이 보고서는 향후 몇 년 동안 중국이 심각한 금융 위기를 포함해 불안정과 혼란의 시기를 맞이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근 중국의 경제지표들을 보면, 이런 전망이 점점 현실이 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2014년 3분기 중국 GDP 증가율은 7.3퍼센트로 최근 5년 동안 가장 낮은 수준이다. 총리 리커창은 경제성장률을 7.5퍼센트로 유지하겠다고 장담했다. 그러나 중국 경제 전문가들은 7퍼센트 이하로 하락할 수 있다고 예상한다.

2014년 1~8월 고정자산 투자 규모가 지난해 같은 시기와 비교해 16.5퍼센트 증가했다. 이는 2002년 2월 이후 최저치였다. 같은 기간 부동산 투자 증가율은 13.2퍼센트 하락해 근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투자 증가율이 하락하면서 철강·시멘트·건축자재·중공업 등이 침체를 겪고 있다. 가구·가전·인테리어 업계도 수익성이 저하하고 있다. 2014년 8월 중국 제조업 부가가치 실질 증가율은 지난해에 비해 6.9퍼센트 증가해 2009년 이래 가장 낮았다.

구조조정 압력

과잉투자가 만든 중국의 유령도시 중국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이 낳은 ‘유령도시’는 오늘날 중국 경제의 불안정을 보여 주는 많은 사례 중의 하나다. ⓒ사진 출처 Bert van Dijk (플리커)

그래서 중국 지배자들은 경제 구조조정의 압력을 강하게 받고 있다. 2013년 3월 출범한 시진핑과 리커창 체제는 과잉설비 부문을 구조조정하는 한편, 중앙전면심화개혁영도소조를 만들어 시장개혁을 가속화하고 있다.

최근 석유방의 대부이자 전(前) 중국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인 저우융캉이 부패 혐의로 조사를 받으면서 시진핑의 반부패 정책이 주목받았다. 이런 반부패 사정은 경제 구조조정을 원만하게 추진하기 위한 사전 정지 작업으로 볼 수 있다.

시진핑은 지난 5월 허난성을 시찰하면서 중국 경제가 ‘신상태(新常態)’에 적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제 ‘신상태’(뉴 노멀)는 중국 경제의 고도성장이 끝났음을 알리는 용어가 됐다. 중국 지배자들에게 ‘신상태’ 시대의 특징은 네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중고속(中高速)의 경제 성장, 경제 구조의 고도화, 성장 동력의 전환, 그리고 불확실성의 증대.

현재 중국 정부는 자산 거품 붕괴와 금융 위기 없이 경기 침체를 적절히 관리하는 한편, 기존 경제 모델을 전환해야 하는 이중의 과제를 안고 있다. 하지만 둘 모두 달성하기 쉽지 않다.

첫째 과제와 관련해 컨퍼런스 보드는 이렇게 지적했다. “민간부문 부채는 2009년 말 GDP의 1백17퍼센트에서 지금은 2백 퍼센트에 이르러, 매년 15퍼센트씩 증가했다. 중국에서 이런 신용[거품] 창조의 속도는 전례 없는 일이었고, 그 결과는 모든 부문에서 부채가 증가하고 있다. 그래서 지금 중국은 다른 나라 같았으면 이미 금융 위기를 초래했을 임계점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다.”

다른 나라와 달리 중국은 국가가 금융 부문을 소유하고 통제한다. 그래서 정부가 위기를 방치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영국의 신자유주의 지지 성향 우파 잡지 〈이코노미스트〉의 편집자조차 이렇게 말했다. “설사 중국에서 막대한 규모의 대출에 문제가 생길지라도 그 결과가 리만 브라더스 같은 금융 붕괴는 아닐 것이다. 중국 정부가 금융 시스템을 꽉 틀어쥐고 있는 것에 감사해야 한다.”

‘신상태’ 시대 경제 성장 모델은 기존 제조업과 투자 중심에서 서비스업과 소비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제조업 이윤 총액의 증가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외연적 확장에 기초한 성장에서 탈피할 필요성이 반영돼 있다.

또한 수출주도형 성장 모델에서 내수 중심의 성장으로 전환할 필요성도 있다. 유로존과 미국의 소비시장이 회복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신형 도시를 건설한다거나, 도농 간 격차 축소를 위해 소득분배를 개선하려 한다. 그러나 근본적 한계가 존재한다.

세계은행 통계를 보면, 중국의 2013년 1인당 GDP는 6천8백7달러밖에 안 된다. 중국의 소득수준은 한국(2만 5천9백77달러)에 비해서도 턱없이 낮은 수준이며, 국제적으로도 이라크나 남아공과 비슷하다. 이런 낮은 소득 수준은 소비 위주의 성장 전략이 성공하기 힘들다는 뜻이다.

금리 인하

최근에 중국 인민은행이 경기 침체 때문에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그러나 경기부양 효과는 별로 없는 듯하다. 소비자물가지수도 예상과 달리 2퍼센트에도 못 미치면서 디플레이션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디플레이션은 채무자들의 부담을 늘리고 소비를 위축시킬 것이다. 그리 되면 투자 위주의 경제 성장에서 소비 위주의 성장 모델로 전환하는 것이 더욱 힘들어질 것이다.

이 때문에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의 경제 분석가들은 중국 정책당국자들이 기준금리 인하에 이어 은행의 지불준비율을 낮추는 한편, 국제적으로는 위안화 가치를 떨어뜨려 수출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려 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위안화 가치가 하락하면 수출이 늘어 중국의 과잉생산에 따른 디플레이션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이 위안화 평가절하에 나서면 환율 전쟁을 촉발해 세계경제의 디플레이션을 가중시킬 수 있다.

다른 한편 중국 경제의 침체는 빈번하게 대규모 노동자 투쟁을 자극하고 있다. 2010년 폭스콘 노동자 파업, 2010년 혼다 포산 공장 파업, 2012년 혼다 난하이 공장 파업 등. 올해 4월에는 위위안 신발공장 노동자들이 파업을 벌였다. 최근 30여 곳에서 교사들이 임금 인상과 사회보장을 요구하며 파업했다.

경제 위기 시기 구조조정은 지배계급 내 분열과 갈등을 부를 수 있는데, 이는 노동자들에게 투쟁하기 이로운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