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과 한 약속을 지켰습니다. 제 모든 걸 걸고 여러분을 현장 복귀하도록 하겠다는 그 약속 지킬 수 있어서 정말 가슴이 뿌듯합니다.”(고공농성자 임정균)

씨앤앰 노동자들이 파업 투쟁 2백5일, 노숙농성 1백77일, 고공농성 50일 만에 사측에 맞서 승리했다.

씨앤앰 사측은 비정규직 해고자 전원(1백9명 중 전직·이직을 제외하고 83명)을 새로운 법인을 만들어 채용하고, 지난 6개월 동안의 임금을 생계지원비로 지급하기로 했다. ‘매각 과정에서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 등 고용 보장 약속도 했다. 2014년 임단협도 체결했다. 노사는 정규직 임금은 4퍼센트 인상하고, 비정규직 임금은 12만 원 인상하기로 합의했다.

임금 문제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표현하는 노동자들도 있지만, 대체로 만족하는 분위기이다. 12월 31일 정규직은 87퍼센트(투표율 82퍼센트), 비정규직은 91.4퍼센트(투표율 76.8퍼센트)로 이 합의안을 가결시켰다.

“긴 시간 정말 아프고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서로 의지하며 버텼습니다. 그래서 더욱 이 같은 승리가 가슴에, 머리에 확실하게 각인됐습니다.”(비정규직 노동자)

“씨앤앰지부[정규직 노조], 케비지부[비정규직 노조]의 복귀 대오들이 해고자 문제를 자신의 문제라고 생각하고 투쟁해서 얻어낸 결과물입니다. 정말로 감사합니다.”(해고 노동자)

“무엇보다 노조를 무너뜨리려는 자본에 맞서 노조를 지켜냈습니다.”(비정규직 노동자)

“이번 싸움으로 조합원들이 더 단단해졌습니다. 내년[2015년] 매각을 앞두고 분명 싸움이 또 있을 겁니다. 그때 싸울 동력을 얻었습니다.”(정규직 노동자)

사측의 전술 – 갈라치기

씨앤앰 사측은 2014년 초부터 “경영상의 어려움”을 이유로 기존 노사 합의도 파기하고 노동자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정규직에게는 동종업계 수준으로의 임금 인상 약속을 어기고 3퍼센트 인상, 비정규직에게는 임금 20퍼센트 삭감을 요구했다. 매각을 앞두고 구조조정도 시사했다.

그러나 “경영상의 어려움”은 노동자 탓이 아니다. 2007년 맥쿼리와 MBK가 무리한 차입으로 씨앤앰을 인수한 탓에 씨앤앰은 이자 비용으로만 매년 1천억 원을 지불하고 있다.

게다가 경영진은 2012년 채권단에게 ‘순차입금 대비 연간 영업이익율을 유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채무 조건을 지키려면 씨앤앰은 꾸준한 이익을 내야 한다.

그러나 IPTV의 성장 등으로 케이블방송 업계 경쟁은 격화됐다. 그래서 경영진은 2012년부터 씨앤앰을 매각하려고 했지만 실패를 거듭했다. 2016년 6월에 2조 원이 넘는 차입금을 상환해야 하는 상황에서 경영진은 비용 절감의 압박을 더욱 느꼈을 것이다.

그래서 사측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공동 임단협 투쟁을 앞두고 매우 강경한 태도를 취했다. 지난 6월 10일 정규직·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경고 파업을 하자, 사측은 6월 말 하청업체 재계약을 핑계로 비정규직 조합원을 대량 해고했다. 해고에 항의해 노동자들이 다시 파업에 나서자, 기다렸다는 듯이 비정규직에 대해서만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이는 정규직·비정규직 공동 투쟁에 맞서 이 둘을 갈라치기 하려는 사측의 전술이었다. 이에 맞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함께 파업에 나섰다면 사측을 압박하는 데 더 효과적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직장폐쇄 이후 정규직 노동자들은 현장으로 복귀했다. 정규직 노동자들은 복귀 이후 비정규직 생계 자금 지원, 노숙농성 참가 등의 적지 않은 연대를 했지만, 그것이 공동 파업만큼의 효과를 낼 순 없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지난여름 내내 파업과 농성을 벌였지만, 결국 요구를 쟁취하지 못하고 쓰라린 마음으로 8월 29일 복귀했다. 해고자들은 더 어려운 조건에서 농성을 이어갔다.

실패를 딛고 2라운드 투쟁 – 정규직이 나서다

이런 상황에서 11월 12일 비정규직 노동자 두 명이 고공농성에 돌입하면서 2라운드 투쟁이 시작됐다. 임정균 동지(비해고자)는 “난 따뜻한 방에서 자고 있는데 우리의 해고 동지들이 점점 추워지는 길바닥에서 자고 있다고 생각하니 매일매일 하루가 지옥이다” 하는 편지를 아내에게 남기고 전광판에 올랐다.

그리고 엿새 뒤 정규직 노동자들이 ‘해고자 109명 복직, 고용보장, 임단협 체결, 위로금 지급’을 요구하며 무기한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파업에 나선 정규직 노동자는 “비정규직과 정규직은 한 몸입니다. 지난여름 케비[비정규직 노조]가 너무 많은 고생을 했습니다. 이제 우리가 나갈 차례입니다” 하고 말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정규직 파업에 힘입어 6개조로 나눠 부분 파업에 나섰다. 노동자들은 고공농성하는 두 동지를 지키기 위해 겨울 칼바람을 맞으며 노숙농성을 하고, 매일 MBK, 맥쿼리 본사 앞에서 집회를 했다. 자발적인 삭발, 단식도 이어졌다.

노동자들이 꿋꿋이 버티며 싸운 덕에 사회적 연대도 확대됐다. 종교·언론·정치·시민사회·노동단체 등 각계의 연대가 이어졌다. 투쟁 막판에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연내 해고자 원직복직 현안을 해결하지 않으면 [씨앤앰] 청문회를 추진하겠다” 하고, 새정치연합 을지로위원회도 농성에 동참했다.

2008년 사모펀드[MBK와 맥쿼리]에게 방송 진입을 허가해 주고, 이후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은 정부 책임론도 대두됐다. 그러자 케이블방송 최대주주 변경 심사를 하는 미래창조과학부의 관계자조차 “공적 책무가 있는 방송사업자의 최대출자자가 이번 사태의 책임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매각을 추진해야 하는 씨앤앰 사측으로서는 투쟁이 길어지고, 이 투쟁이 쟁점화 되는 것을 원치 않았을 것이다. 가뜩이나 케이블방송 경쟁 격화 등으로 매각 단가가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노조가 투쟁에 나선 6월부터는 가입자 수도 급감했다. 그래서 그동안 “[해고 문제는] 우리와 관계없다”던 씨앤앰 원청이 교섭에 나왔고, 결국 상당한 양보를 하며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끝이 아닌 시작입니다”

씨앤앰 투쟁은 노동자 단결의 중요성을 다시금 보여 줬다. 해고자와 비해고자,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연대와 단결 투쟁이 강경한 사측을 물러나게 하는 주된 동력이었다.

올해도 씨앤앰 사측은 매각을 앞두고 또다시 공격에 나설 수 있다. 이번 투쟁의 성과를 발판 삼아 다음 투쟁을 대비해야 한다.

이때 ‘조합원이 비조합원보다 더 나은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생각은 노동조합을 성장시키기보다는, 사측의 이간질에 더 취약하게 만들 수 있다. 오히려 노동조합이 전체 노동자의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싸울 때 노동자들은 노조에 가입할 의의를 느끼고, 조합원들도 자부심을 가지고 투쟁할 수 있다.

한편, 이번 투쟁은 간접고용 비정규직 투쟁의 가능성을 보여 주기도 했다. 이번 승리는 50일 넘게 전면파업을 하고 있는 LG유플러스·SK브로드밴드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도 큰 힘이 됐을 것이다. “씨앤앰 동지들이 비정규직의 희망을 만들었고, 질긴 놈이 이긴다는 것, 끝까지 싸우면 이긴다는 것을 보여 줬습니다. SK와 LG 노동자들에게도 큰 희망을 줬습니다.”(LG유플러스 경상현 지부장)

박근혜 정부가 파견제, 기간제 비정규직을 늘리는 공격을 하려는 시점에서 비정규직 노동자 당사자들이 조직을 결성하고 투쟁에 나서 성과를 거두는 것이 중요하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단결 투쟁’을 강조해 당선한 민주노총 새 지도부의 중요한 과제이기도 하다.

고공농성을 마무리한 강성덕, 임정균 동지는 이렇게 호소했다.

“저희는 이제 땅을 밟고 내려 왔지만, 가까이는 저희 형제지부인 LG유플러스·SK브로드밴드 지부가 투쟁 중이며, 아직도 45미터, 75미터 고공에는 세 명의 노동자들이 투쟁하고 있습니다[스타케미컬 노동자와 쌍용차 해고자]. 그들의 투쟁은 자기 자신의 승리를 위한 투쟁이 아님은 여러분들이 더 잘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 저희들의 투쟁은 끝이 아닌 시작입니다. 저희는 앞으로의 투쟁에도 열심히 연대해 가며 항상 함께하겠습니다. 오늘을 지켜보셨던 많은 분들도 끝까지 함께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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