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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연대와 함께 실천한 2014년을 되돌아본다

알게 모르게 2014년이 훌쩍 지나가고 있다. 언제는 안 그랬냐만은 올해만큼은 정말 많은 일을 보고, 느끼고, 경험하면서 지나갔다.

올해 초만 해도 나의 주요 관심사는 내 또래가 으레 그렇듯이 어떤 곳에 취직을 해야하는지, 어떻게 먹고 살 것인지에 관한 것들로 가득했었다. 나 자신의 고민만 아니라 집안 여기저기서 "어느 직장이 좋다더라","아니, 그래도 사기업보다는 공기업이나 공무원이 낫지"라는 말을 들으면서 꽤 피곤했었다.

나름 전공을 살릴 수 있는 길인 정치 활동도 해보고 싶었지만 왠지 모르게 그 쪽은 의회라던가 직업 정치인들이 알아서 잘 하리라 싶어서 내 영역이 아닌 것 같아 한 발 빼기로 했다.

그러다가 세월호 참사를 목격하게 되었는데 처음에는 전부 무사히 돌아왔다길래 "아, 다행이다. 제주도는 못 갔지만 그래도 목숨은 건졌구나" 싶어서 안심했다. 그러나 하루이틀이 지나면서 전원 구조라는 기쁜 소식은 TV 화면 오른쪽 상단에 나온 "구조 xx명, 실종 xx명, 사망 xx명"으로 표현되는 우울한 소식으로 바뀌었다.

그 와중에서 나는 학문으로 배우던 정치학과 실제 사회현상의 괴리를 발견했다. 배에서 구조를 기다리는 승객들을 빨리 구조하라는 대중들의 투입(input)은 있는데 왜 정부의 산출(output)은 느린건지, 대중들의 여론이 정부에게 제대로 전달되어 환류(feedback)를 생성하는건지 하나도 알 수 없었다.

여기까지 다다랐을 때 나는 도저히 못 버티겠다 싶어서 용혜인씨가 주도한 '가만히 있으라' 행진에 참여하기 위해서 교회 청년부 임원모임을 마치고 난 어느 주말 오후 무작정 ITX를 타고 서울로 갔다. 청계천에서 집회를 마치고 용혜인씨의 주도에 따라 청계천 광장에서 광화문으로 방향을 틀었을때쯤 갑자기 길목을 경찰이 막아섰다.

1시간이 지나고, 2시간이 지나고, 3시간이 지나도 경찰이 막고 있는 길목은 열릴 줄 모르고 그 와중에 길을 비키라고 소리 지르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지금 이 시간도 저 캄캄한 바닷속에서 구조를 기다릴 사람들을 생각하니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아무튼 그 날 경찰과 실컷 대치만 하다가 도망치듯 지하철역을 타고 춘천으로 밤 늦게 돌아왔다.

그 뒤로도 몇번씩 서울을 오고 가면서 시위에 참여했었다. 그러다가 6월 말경에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의 투쟁을 접하고 나도 무언가 도울 일이 없을까 싶어 이리저리 알아보던 차에 시외버스터미널 근처에서 출근 선전전을 진행한다는 사실을 알고서는 무작정 시외버스터미널을 찾아가서 나도 도우러 왔노라고, 같이 하고싶다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그 전에는 아무런 단체에도 적을 두지 않았지만 그 때 한 노동자연대 회원을 만나면서 노동자연대라는 곳을 알게 되었다. 보통 이런 단체에 가입할 때에는 몇번이고 고민했었는데 희한하게 노동자연대 가입을 권유받았을 때에는 '삼고초려'가 '삼초고려'가 되면서 흔쾌히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 같다.

그 뒤로 나는 노동자연대에서 활동하게 되었고, 학내에서 무언가 큰 바람을 일으키고 싶다는 생각을 조금씩 가지게 되었다. 그러다가 통합진보당 학생당원 동지들, '청춘의 지성' 동지들과 함께 학내에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촉구 학내 선전전을 진행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내가 운동을 주도하고 싶어 못마땅한 감도 있었으나 이내 익숙해지고 흥미를 붙이면서 공동전선을 꾸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어렴풋이 알게 되었던것 같다.

학내 선전전을 진행하면서 또한 학내에서 〈노동자 연대〉 신문 가판도 진행하게 되어 참 반가운 일이었다. 항상 신문을 통해 급진적인 대중을 조직하는 것이 중요하다는건 알고 있었지만 어떻게 하는 줄을 몰랐는데 직접 실천을 통해서 사람들을 만나고 여러가지 진보적 의제를 놓고 이야기를 하면서 정치적 네트워크를 어떻게 건설하는건지, 학생 대중의 정서를 파악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느끼게 되었다.

결론을 말하자면, 올 한 해 노동자연대를 알게 되고, 또 거기에 가입해서 활동을 하면서 진정한 자기 정치를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생기게 되어 정말 기쁘게 생각한다. 올해 초만 하더라도 취업과 진로를 고민하던 평범한 대학생이었던 내가 급진화 과정을 거쳐서 아직 부족하지만 그래도 내가 '노동자연대 학생그룹 활동가'라고 떳떳하게 이야기할 수 있었던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다. 이 일들은 내가 혼자 한 것이 아니라 나를 알게 모르게 도와주셨던 여러 동지들의 애정어린 충고와 조언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몇 시간 뒤면 2015년이다. 2015년에는 나도 졸업을 앞두고 여러가지 할 일이 많아질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가지 일 중에 내가 적성에 맞는 일을 하게 될 것이므로 나는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2015년, 2016년 그리고 몇 년 후에도 노동운동 활동가로서, 사회주의자로서 더욱 발전하는 내 모습을 볼 수 있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