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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평가 강화, 기업 입맛에 맞는 학점관리 …:
학생간 경쟁을 부추기는 대학 구조조정 중단하라

2014년 12월 말 교육부는 ‘대학 구조개혁 평가 기본 계획’을 발표했다. 정부는 모든 대학을 5등급으로 줄 세우고, 최우수 등급 외 나머지 대학들은 등급에 따라 차등적으로 정원을 감축하려 한다. 또, 낮은 등급을 받은 대학의 학생들은 국가장학금 지급과 학자금 대출이 제한된다. 이를 위해 정부는 대학 평가 지표를 확정했다. 대학 구조개혁 평가의 핵심 골자는 학생들간의 경쟁 강화 · 학과 구조조정 · 정원감축이다.

교육부는 학령인구의 감소로 말미암아 대학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진정한 문제는 학생 수가 줄면 등록금 수입이 감소해 적잖은 대학들이 재정난을 겪는다는 것이다. 사실 학생 수가 줄어도 정부가 대학 교육에 충분히 투자하고 책임을 진다면 인위적으로 정원을 줄이는 구조조정을 할 필요는 없다. 정부의 대학 구조조정은 고등교육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회피하고 학생과 교수, 교직원들에게 고통을 전가하는 것이다.

이번에 발표한 평가 지표 중 ‘학생 평가’ 부분에서 핵심은 ‘성적 분포의 적절성’과 ‘엄정한 성적 부여’를 위한 제도 운영이다. 이 때문에 대학들이 지표를 끌어올리려고 상대평가를 강화하고 학생들의 경쟁을 부추기는 방식으로 성적 평가 방식을 바꾸고 있다.

경희대학교는 지난해 2학기 기말고사 시험을 앞두고 ‘학점 인플레이션’을 해결하겠다며 ‘강좌 당 학점을 평균 3.0(B0) 이하가 되도록 하라’는 지침을 내렸다가 학생과 교수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덕성여자대학교는 지난해 말 성적 평가 학칙을 개정해 2014년 2학기부터 A 등급은 10퍼센트 축소하고 B 등급을 10퍼센트 확대하기로 했다.

한국외국어대학교도 지난해 2학기 기말고사 종강 직후에 2014년 2학기부터 상대평가 전면화를 소급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 학교 측은 상대평가를 전면화하지 않으면 국가장학금을 받을 수 없고 학자금 대출도 제한된다며 학생들을 협박했다. 분노한 학생들은 해당 방침이 발표된 지 하루 만에 임시학생총회를 열었다. 방학인데도 학생총회는 성사됐고 학생들은 5일간 본관 점거 농성을 했다. 학생들이 투쟁에 나서자 대학 노조도 학생들의 투쟁을 지지했고, 일부 교수들도 기말고사 성적을 입력하지 않는 일에 동참하는 등 학생들의 저항에 함께했다.

홍익대학교는 지난해 2학기 성적을 모두 상대평가 방식으로 바꾸라고 교수들에게 통보한 사실이 학생들에게 알려져 논란이 일자 이를 취소하기도 했다.

학점 인플레이션?

정부와 기업주들은 학점이 높은 학생들이 너무 많아 변별력이 없다며 ‘학점 인플레이션’을 해결해야 한다고 대학들을 압박한다. 대학들도 이를 그대로 수용한다.

그러나 ‘학점 인플레이션’ 논리는 철저히 기업들의 인력수요 관점에서 대학 교육을 바라보는 것이다. 진정한 문제는 양질의 일자리가 너무 적어 취업 경쟁이 심각한 것이다. 안 그래도 미칠 듯한 경쟁 속에 내몰리고 있는 대학생들에게 상대평가와 학점 경쟁을 강화하는 것은 낮은 취업률의 책임과 고통을 평범한 학생들에게 전가하는 것이다.

또한 상대평가는 교육에도 해악적이다. 대학에서 이뤄지는 평가는 교육의 목적을 얼마나 달성했는가 여부에 종속돼야 한다. 상대평가 제도에서 교수들은 학생들을 줄 세워야 한다는 압박을 받기 때문에 오히려 학생들의 진정한 능력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할 수 있다. 누군가에게는 낮은 학점을 주기 위해 온갖 과제들을 줘야 하고 점수를 입력하고도 학생들의 항의 전화에 시달려야 한다. 이런 상황은 학생과 교수 모두 교육에 집중하지 못하고 평가 결과에 집착하게 만든다.

정부의 대학 평가 지표 중에는 교육비 환원율, 장학금 지원율 등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이윤 추구에 눈이 먼 대학들은 교육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투자는 하지 않으면서 돈 들이지 않고 개선할 수 있는 지표만 건드리고 있다.

대학 구조조정안 폐기하라! 재정 지원을 확충하라!

정부가 내놓은 대학 구조개혁 평가는 학생들 간의 경쟁을 강화할 뿐 아니라 가뜩이나 심각한 대학 서열화를 더욱 부추긴다. 서열 중하위권 대학들은 더 큰 구조조정 압력을 받고 있다.

흔히들 말하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교육 부문에서도 심화되는 것이다. 가난한 노동자 계급의 자녀들이 더 많이 다니는 지방의 하위권 대학들은 정부의 재정 지원에서 계속 제외될 것이고 그 대학의 학생과 교수, 노동자들은 고통받을 수밖에 없다.

정부는 경쟁을 부추기는 대학 구조조정을 할 것이 아니라 모든 대학에 고르게 재정 지원을 하고, 고등교육의 질을 끌어올려야 한다. 또 정부와 기업주들은 경쟁으로 고통받고 있는 학생과 청년들에게 ‘학점 인플레’ 운운할 것이 아니라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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