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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경제 전망:
유가 하락과 불안정성 증대로 타격받을 한국 경제

세계은행(WB)은 최근 발표한 2015년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6월의 전망치 3.4퍼센트에서 3.0퍼센트로 낮췄다. IMF도 지난해 10월에 발표한 전망치 3.8퍼센트보다 0.3퍼센트포인트 줄어든 3.5퍼센트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로 세계경제가 2008년 위기의 여파에서 아직 빠져나오지 못해 애를 먹고 있고,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그만큼 침체 압력이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그렉시트’)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유로화 위기 가능성이 다시 커졌고, 일본 경제는 디플레이션 위험과 높은 부채, 낮은 성장률로 여전히 허우적거리고 있다.

게다가 미국의 양적완화 종료와 (올해로 예상되는) 금리 인상으로 신흥국들이 외환 위기의 충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중국 등 주요 신흥국들은 성장세가 확연히 둔화되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중동에서는 지정학적 갈등도 격화할 수 있다.

이처럼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침체 압력이 커짐에 따라 한국은행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9퍼센트에서 3.4퍼센트로 낮췄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이 됐던 수출이 중국 성장세 둔화, 엔화 약세, 저유가 등으로 그 전망이 불확실해지면서 경제성장률 목표치 달성 여부가 불투명하다.

특히 유가 하락이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을 살펴봐야 한다. 저유가로 러시아·베네수엘라·나이지리아 같은 산유국들의 외환 위기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이는 결국, 이들 나라에 많은 돈을 빌려 준 주요 나라들(예를 들어 러시아에 돈을 많이 빌려 준 프랑스, 베네수엘라에 돈을 빌려 준 스페인)의 경제를 강타할 수 있다.

최근의 유가 하락은 단지 셰일석유를 비롯한 석유 공급 증가의 효과일 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산업 수요 침체의 효과이기도 하다. 이런 점은 최근의 구리 가격 하락에서도 나타난다. 구리는 석유와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산업에 들어가는 원자재로, 특히 제조업 설비 투자가 활발할수록 수요가 많아진다. 이 같은 특성 때문에 구리 가격은 주로 경기에 선행해 움직이며 몇 개월 뒤쯤의 경기 상황을 거의 정확하게 보여 줘 ‘닥터 코퍼[copper, 구리]’로 불린다. 최근 구리 가격은 급락해 2009년 위기 수준으로 낮아졌다.

전 세계적인 수요 감소는 특히 수출에 의존하는 한국 경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세계적인 수요 위축

건설업 이자보상비율(=영업이익+이자비용) 2013년부터 건설회사들은 수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처지다. ⓒ〈노동자 연대〉

석유 가격 하락이 미치는 영향은 단지 정유나 석유화학 산업에만 그치지 않는다. 건설업과 조선업도 유가 하락으로 벌써 직격탄을 맞고 있다.

국내 건설경기가 수년째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자 건설회사들은 해외 수주로 버텨 왔다. 지난해 해외 수주는 6백60억 달러(72조 원)가 넘었다. 특히, 산유국인 중동과 러시아, 베네수엘라에서 수주한 물량이 많았다. 그러나 저유가가 계속되면 공사가 취소되거나 공사대금 지급이 지연될 것이다. 올해 해외 건설 수주가 2백억 달러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러시아와 베네수엘라가 디폴트(채무 불이행)에 빠지면 손실은 더욱 불어날 것이다.

해외 매출 비중(80퍼센트)이 매우 높은 현대건설은 만약 대형 사업장 한두 곳이 대금 지급을 늦추기만 해도 운전자금이 부족해져 큰 곤경에 빠질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건설회사들의 수익성도 여전히 나쁘다. 대한건설협회가 2014년 3분기 상장 건설사 1백24곳(상장사 94곳, 기타 법인 30곳)의 경영 상태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43.5퍼센트인 54곳이 당기 순손실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1.0퍼센트로, 전년 대비 1.3퍼센트포인트나 줄었다. 이는 한국은행이 발표한 제조업 영업이익률 3.3퍼센트에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한국의 재벌들은 거의 다 대형 건설회사를 소유하고 있고, 건설회사들은 각 재벌의 주요 기반이다. 최근 박근혜 정부가 ‘기업형 임대사업 육성’이라는 이름으로 대대적인 건설회사 지원책을 내놓고, ‘투자활성화’를 명목으로 카지노·호텔·관광시설·산업단지 건설 계획을 발표한 것도 수익성 악화와 저유가로 흔들리는 재벌을 살리려는 노력일 것이다.

조선업도 마찬가지다.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즉 조선업 ‘빅3’는 상선 발주 하락에 대응해 해양플랜트 사업을 확대해 왔다. 해양플랜트는 바다에서 석유와 가스를 채굴하는 설비들이다. 그러나 저유가로 석유기업들이 해양플랜트 투자를 대폭 줄이고 있다. 해양플랜트는 유가가 80달러 이상이 돼야 수익이 난다고 한다.

빅3는 2013년 전체 수주의 60퍼센트 이상을 해양플랜트로 채웠다. 그러나 2014년에는 해양 부문 수주 감소로 수주 목표치를 크게 미달했다. 게다가 해양플랜트의 저가 수주 때문에 지난해 현대중공업 영업적자는 3조 원이 넘었고, 삼성중공업의 영업이익은 2천7백억 원으로, 70퍼센트나 줄었다. 2014년 수주가 대폭 줄면서 빅3의 수주잔량 ― 조선소가 수주 계약을 체결해 놓고도 아직 선주에게 인도하지 않은 물량. 수주잔량이 많다는 것은 조선소의 일감이 많다는 것을 뜻함 ― 도 줄었다. 현대중공업 1.8년치, 삼성중공업 1.7년치, 대우조선해양 2.4년치다. 보통 조선사들은 2년치 물량을 확보해야 안정적으로 사업을 할 수 있다. 이처럼 조선회사들의 상황이 크게 나빠지자 구조조정이 이미 시작됐다. 현대중공업은 해양플랜트 부문의 비정규직들을 이미 많이 잘라냈고, 최근에는 사무직 1천5백 명을 해고하기로 했다. 이런 구조조정은 더 늘어날 수 있을 뿐 아니라 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으로도 확대될 수 있다.

지난해 임금 인상을 위해 투쟁에 나섰던 조선 노동자들이 구조조정에 맞선 투쟁도 벌이면 조선업에서 대규모 투쟁이 벌어질 수도 있다.

기업 수익성 악화

올해는 기업 구조조정 압박이 더욱 커질 것이다. 전반적인 기업 상황이 나빠지면서 한계기업도 늘어났기 때문이다.

한국 제조업의 매출액 증가율을 살펴보면 2011년을 고점으로 2012년 11.8퍼센트, 2013년 2.9퍼센트에 이어 2014년 마이너스 0.1퍼센트로 10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떨어진 듯하다. 총매출의 65퍼센트를 차지하는 대기업 매출 증가도 지난해 상반기에 마이너스 0.8퍼센트를 기록했다. 영업이익률도 2010년 7.4퍼센트를 고점으로 2011년 5.9퍼센트, 2012년 5.3퍼센트, 2013년 5.3퍼센트, 2014년 5.2퍼센트로 낮아지고 있다.

상장기업 중 약 31.9퍼센트(약 4백80곳)가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상장 건설회사 중 약 49퍼센트가 이자도 안 되는 돈을 벌고 있다.

여기에 해운업 불황 때문에 한국 1, 2위 해운업체인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조차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지경이다. 두 회사는 최근에 ‘돈 되는 것은 다 판다’며 각각 2조, 3조 원어치의 자산을 매각했지만 여전히 엄청난 부채의 압박을 받고 있다.

한국GM도 GM 본사가 유럽에서 쉐보레 브랜드를 철수한 후 수출 주문량이 줄어들면서 충격이 컸다. 한국GM의 해외 판매량은 24.4퍼센트 줄어든 47만 6천1백51대를 기록했고, CKD(반조립제품) 수출도 1백2만 1천5백58대로 13.8퍼센트 감소했다.

한국GM의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군산 공장을 폐쇄하고, 부평 1, 2공장을 통합하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금융권에서 빌린 돈이 5백억 원 이상 되는 대기업 34곳을 현재 구조조정 대상에 올려놓고 있다. 3년간 영업적자를 기록한 중소기업 1백25곳에도 구조조정을 압박하기로 했는데, 이 수치는 2009년 위기 이후 가장 많은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임금체계 개편, 해고요건 완화와 비정규직 고용 확대 정책 등으로 고용 유연성을 높이려 하는 것은 기업 구조조정을 더욱 원활히 하고, 노동자들을 쥐어짜 기업의 수익성을 높여 주려는 시도인 것이다.

한편, 지난해 하반기 이후 가계부채가 빠르게 늘고 있다. 가계대출(판매신용 포함)은 2003년 말 기준 4백72조 원에서 2013년 말 1천조 원을 넘어섰고, 2014년 3분기 말 현재 1천60조 원으로 증가했다. 게다가 다시 급증하고 있는 은행 주택담보대출의 상당 부분이 생계비 충당이나 자영업자들의 사업자금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 지난해 8~9월 주택담보대출 중 55.6퍼센트가 생계 목적으로 대출한 것이다.

미국이 금리 인상을 개시할 것으로 예상되는 하반기에는 대출 원리금을 제대로 납부하지 못하는 가계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여러 불안 요인들 때문에 박근혜 정부는 절박한 심정으로 구조조정을 밀어붙이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위기의 대가를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려 추진하는 공무원연금 개악, 성과연봉제 도입, 해고요건 완화와 비정규직 고용 확대 정책 등을 막아 내려면 현장의 조직력과 투쟁력을 끌어올려 민주노총의 ‘노동자 살리기 총파업’을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투쟁으로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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