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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아동학대 예방하려면 보육교사의 처우를 개선해야

어린이집 내 아동학대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정부 통계를 보면, 매일 어린이집 1백 곳 중 1~2곳에서 학대가 발생하고 있다. 부모들 중 상당수는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학대당하면 어쩌나 하고 불안해 한다. 이런 상황에서 인천에서 발생한 어린이집 아동 폭행 사건은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부모들은 가해 교사와 학대를 유발하는 보육정책에 엄청난 분노를 표출했다. 성난 민심을 달래려고 정부는 가해 교사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모든 어린이집에 CCTV 설치를 의무화하겠다고 했다.

부모들이 CCTV 설치를 요구하는 것은 상당수의 어린이집(특히 민간 어린이집)이 학부모의 출입을 통제하고, 부모와 교사가 제대로 소통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부모가 어린이집 내부 사정을 알 길이 없는 상황에서 CCTV 같은 증거라도 없으면 피해만 당할 뿐 가해자를 찾을 수 없다는 심정은 공감이 간다.

그러나 CCTV 설치 의무화는 진정한 대안이 되지 못한다. 인천의 해당 어린이집에도 CCTV가 설치돼 있었다. 가해 교사는 CCTV가 설치돼 있는데도 폭행을 저질렀다. 결국 CCTV가 사후 증거는 될 수 있으나 학대를 예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처벌 강화도 학대를 예방할 수 없다. 2013년 부산의 한 어린이집에서 교사가 17개월 된 아이의 등을 온통 피멍이 들 정도로 때린 사건으로 여론이 들끓었을 때도 정부는 처벌 강화 방침을 내놓았다. 그러나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은 2013년 2백32건에서 2014년 2백73건으로 15퍼센트 증가했다.

책임 회피

보육교사에 대한 감시·처벌 강화는 오히려 감시로 인한 스트레스가 아이들에게 전가되기 쉽다.

진정한 대안은 보육교사의 처우를 개선하고 국공립 어린이집을 확대하는 것이다. 또, 어린이집 개방과 부모의 민주적 참여를 요구해야 한다.

보육교사는 대부분 별도의 식사시간이 없다. 점심 때가 되면 아이들을 먼저 챙겨 주고 자투리 시간에 자신의 식사를 해결해야 한다. 청소와 교재 준비 등으로 하루 10~12시간의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항상 시간에 쫓기다 보니 아이들을 차분히 달래고 친절하게 지도하기 어렵다.

게다가 보육교사 1명이 많게는 어린이 20명을 돌보는 열악한 환경에서 제대로 된 교육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

반면 보육교사의 급여는 매우 열악하다. 10년차 보육교사의 월급이 1백50만 원을 조금 넘는 정도라고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집권 전 ‘국가 책임 보육, 안심 보육’을 약속했지만, 국공립 어린이집을 늘리고 보육교사의 처우를 개선하기는커녕 보육 재정을 지자체에게 떠넘기며 책임을 회피했다.

최근에는 보건복지부 장관 문형표가 “가정양육비를 인상하고, 전업주부의 불필요한 어린이집 이용을 줄이기 위해서 시간제 이용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가 된서리를 맞았다.

양질의 일자리가 많지 않고 양육에 대한 지원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여성은 불가피하게 취업을 포기하거나 보류한 것인데, 그 책임을 다시 여성들에게 떠넘기겠다고 하니 전업주부들이 반발한 것은 당연한 것이다.

정부가 보육에 대한 투자를 늘리도록 만들어 아이 키우는 걱정 없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