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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목항에 울려 퍼진 간절한 외침:
“온전한 진실을 인양하라"

14일 아침 진도군청에서 열린 ‘실종자 귀환을 바라는 기원제’를 보고 있던 단원고 박인배 군의 어머니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미진

“힘든 걸음이지만 우리가 한 발짝 걸을 때마다 진실도 성큼성큼 다가오지 않을까 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걸었습니다.” - 단원고 2학년 3반 김도언 양의 어머니

“도대체 왜? 왜?... 그 날의 의문점이 하나도 풀린 게 없습니다. 왜라는 질문에 하나라도 답을 얻고 싶어서 가족들과 함께 걷고 있습니다.” – 안산에서 온 오혜란 씨

“하루 아르바이트를 갔다가 돌아오지 못한 현수를 위해 할 수 있는 게 없었습니다. 발목을 다쳤지만, 현수를 생각하며 걸음을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 현수 군의 아버지, 방기삼 씨

3백5일 동안 쌓인 그리움만큼 얼굴은 검게 그을리고, 보고픈 마음에 흘렸던 눈물만큼 다리는 퉁퉁 부어 있었다. ‘온전한 세월호 인양과 실종자 수습 및 진실규명 촉구’를 위해 지난달 26일 안산 합동분향소에서 시작해 도보 행진에 나섰던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이 14일 오후 진도 팽목항에 도착했다.

"해줄 게 이것밖에 없었다"는 엄마 아빠가, “친구들의 억울한 죽음, 진실을 밝혀달라”는 단원고 생존자 학생들이, 기꺼이 단원고 '2학년 11반'이 되어 주기로 한 사람들이 그 길을 함께 걸었다. 7살 주형이는 어린 동생을 다독이면서, 관절염으로 몸이 불편한 80세 김종대 할아버지는 지팡이를 잡고 걸었다.

19박 20일의 긴 여정의 마지막 날, 진도 팽목항으로 가는 길은 수백 명의 사람들이 모여 ‘노란 물결’을 만들었다. 그 물결 속에는 “세월호 진실을 인양하라“, ”우리 다시 만날 때, 부끄럽지 않은 엄마가 될게”, “너무 두려워하지마! 꼭 엄마 품에 안겨 줄게”라며 아이들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빼곡히 적혀 있었다.

도보 행진 중에 만난 사람들은 민주노총 총파업에 대한 기대와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지난해 세월호 사건이 벌어졌을 때, [파업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아쉽습니다. 올해 4월 총파업을 꼭 성사시키고 싶습니다.” – 광주에서 온 금속노조 조합원

“1년이 다 되어 가지만 밝혀진 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안전사회를 만드는 일은 유가족 만의 일이 아닙니다. 지켜만 보지 말고, 이제는 [민주노총이] 앞장서 줬으면 좋겠습니다.” – 유민 아빠 김영오 씨

잠시 휴식을 취하는 단원고 2학년 5반 준영 군의 아버지 오흥진 씨가 양말을 걷어내자, 파스가 덕지덕지 붙어있는 발에는 물집이 잡혀있다 ⓒ이미진

이날 서울, 안산, 광주 등 전국에서 3천여 명이 모인 팽목항은 “온전한 진실을 인양하라”는 외침으로 가득찼다. 내 아이가 하늘의 별이 된 이유를 알고 싶다는 유가족들과 차가운 바다에 남겨진 피붙이를 품에 안고 싶다는 실종자 가족들의 외침이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20일을 걸으면서 서러움이 밀려오고 눈물이 나왔습니다. 다리도 아프고 허리도 아팠습니다. 하지만 제 아이를 생각하면 그 아이의 고통에 비하면 제 아픔은 아픔도 아니였습니다. 원망스럽고 한이 맺혀 죽고 싶어도 죽을 수 가 없습니다. 저는 아직도 왜 우리 아이가, 우리 예쁜 내 아들이 차디찬 바다 속에서 하늘의 별이 돼야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 나라가 이 정부가 우리 아이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여러분은 아십니까. 재강이가 보고 싶습니다. 내 곁에 있어야 할 아이가 내 옆에 없습니다.” – 2학년 7반 허재강 군의 어머니

“사고 났을 때 전원구조라는 말을 듣고, 우리 딸 옷 갈아 입히려 내려 왔습니다. 그런데 그 아이가 아직까지 돌아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제 딸이, 아직 50미터 아래 바다에 있어요. 저도 그 물 안에 들어가고 싶었어요. 그 물이 너무 추울 것 같아서, 우리 딸 꺼내 줘야 할 것 같았습니다… 3백5일이 길다고 말하지 마세요. 제가 18년을 키운 딸입니다. 우리 딸, 제가 이제는 데려갈 수 있도록 세월호를 꼭 인양하도록 여러분이 도와 주세요” – 2학년 1반 조은화 양의 어머니, 이금희 씨

“여러분이 있어서 끝까지 걸을 수 있었습니다. 세월호 선체 인양을 위해 이 자리에 함께해 주신 여러분이 청와대에 있는 대통령보다 국회에 있는 의원들보다 더 훌륭합니다”- 2학년 3반 예슬 양의 아버지, 박종범 씨

팽목항에 도착한 단원고 2학년 7반 동수 군의 아버지 정성호 씨가 아들의 이름을 목놓아 부르며 오열을 하고 있다. ⓒ이미진
희생자들의 이름이 별이 되어 떠오르는 순간, 짙은 어둠이 무겁게 내린 팽목항 하늘에서 노란 풍선이 별처럼 빛나고 있다. ⓒ이미진

9명의 실종자와 참사의 진실이 아직 저 차디찬 바다에 갇혀 있다.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은 여전히 지난 4월 16일의 아픔과 고통, 그 잔혹했던 기다림 속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