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등급제 논란은 정부가 지난 8월 ‘대입개선안’을 발표하면서, 앞으로 내신과 면접의 비중을 높이겠다고 하면서 촉발됐다. 이 때문에 그 동안 수능에 비해 덜했던 내신에 관심이 쏠리면서 6개 사립대학들이 이미 고교등급제를 시행해 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특히, 연세대가 수시 모집에서 서울 강남·서초구 학교 재학생들에게 최대 10퍼센트의 혜택을 준 의혹이 있다고 전교조가 밝히면서 고교등급제 논란은 더욱 증폭됐다.
고교등급제 논란이 계속되자 대학들은 그 필요성을 계속 주장하면서도 시행한 적은 없다고 극구 부인했다. 고교등급제 시행 의혹을 받은 고려대·서강대·성균관대·연세대·이화여대·한양대 등 6개 사립대학 입학처장들은 9월 18일 긴급회동을 갖고 “고교등급제를 구상해본 적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미 2000년에 서울대와 6개 사립대 입학처장들이 모여 고교등급제 추진을 결정한 바 있고, 성균관대와 고려대는 입시 요강에 고교등급제를 명시했다가 교육부의 시정 조치까지 받은 적이 있다.

대물림

더 역겨운 것은 올해 초 서울대 사회과학연구원 보고서를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평준화가 학력 대물림의 원인인 것처럼 난리법석을 떨었던 〈조중동〉 등의 보수 언론들이 진정으로 학력 대물림을 야기할 고교등급제를 “대학의 자율권” 운운하며 찬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면서 이들이 고교등급제의 대안으로 또다시 고교평준화 해체를 주장하는 것은 이들의 의도가 무엇이었는지를 밝히 드러내 준다.
교육부가 처음 제시했던 대입개선안을 보면 대학 제도를 미국식으로 개편해 대학 사이에 경쟁을 유도하려고 했던 듯하다. 그러면서도 대학 서열 문제는 가능한 한 회피하려 한다.
교육부 장관 안병영은 “서울대같은 대학을 많이 만드는 것”이 대안이라며 국립대 공동학위제를 거부했다.

계급 차별

그러나 이번 고교등급제 논란에서 보듯이 우리 나라의 대학 서열 체제는 너무도 확고하다. 대학들이 계속 “학력 격차”, “변별력 부족”을 얘기하며 고교등급제나 본고사 도입을 주장하는 이유는 입학생들의 ‘공식 서열’로 자신들의 서열을 유지해 왔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 서열 문제를 건드리지 않고 “서울대 같은 대학”을 만들겠다는 것조차 공문구일 뿐이다.
교육에 시장을 도입한다는 것은 경쟁을 강화할 뿐 아니라 계급 차별을 강화하는 것을 뜻한다. 우익들은 경쟁 강화를 내세우며 고교평준화 폐지를 주장하지만 이것은 결국 계급 구분선을 또렷이 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번 고교등급제 논란은 대다수 가난한 사람들의 가슴에 쉽게 치유되지 못할 상처를 줬다. 정말이지 “서민 엄마들은 피눈물이 나고 있다.” 그리고 교육을 시장에 내맡기려는 정책이 계속되는 한 이런 일은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강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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