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통죄가 드디어 폐지됐다. 2월 26일, 헌법재판소는 ‘간통 행위’를 2년 이하 징역에 처하도록 한 형법의 간통죄(제241조)에 대해 재판관 7 대 2 의견으로 위헌을 선고했다.

간통죄는 헌재 설립 이래 네 번이나 위헌 심판대에 올랐으나 모두 합헌 결정을 받았다가, 이번에 위헌으로 결정됐다. 이것은 이혼과 혼외 성관계가 증가하는 등 성과 결혼에 대한 사람들의 의식이 변하고 있는 현실이 뒤늦게 반영된 것이다.

헌재가 “성생활 영역에 국가가 개입해 처벌하는 것은 성적 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비밀·자유를 침해한다”고 판결했듯이, 개인의 성애 문제를 국가가 통제하고 낙인 찍는 간통죄는 많은 사람들의 비판을 받아 왔다. 이런 이유 때문에 간통죄 폐지에 반대했었던 한국여성단체연합(여연) 등 여성단체들도 입장을 바꿔 간통죄 폐지에 찬성하고 있다.

그동안 대중의 성 의식이 변했는데도 불구하고 간통죄가 오랫동안 유지돼 온 명분은 “성도덕”과 “일부일처제 유지”였다. 보수주의자들은 간통죄가 부부 간의 신뢰를 지켜 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배우자가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성관계를 맺는다고 해서 범죄자로 만들고 감옥에 집어넣는 것이 진정한 “신뢰 관계 형성”일 리 없다. 성과 사랑, 결혼이나 이혼의 문제는 국가나 사회의 강요 없이 개인들의 자유로운 선택에 바탕을 둬야 한다.

간통죄가 ‘가정 파탄’을 막는 효과도 거의 없다. 간통죄 기소는 이혼을 전제로 성립하기 때문에 간통죄는 이미 파탄난 관계에서 복수심을 충족시켜 주는 수단이나, 이혼 시 위자료나 재산 분할에서 더 유리한 지위를 점하기 위한 수단으로 주로 사용돼 왔다.

무엇보다, 일부일처제 가족 유지는 여성과 남성 모두에게 억압적이다. 배타적 성애에 바탕을 둔 일부일처제는 인간 본성이 아니라 계급 사회가 등장하면서 재산 상속을 위해 합법적 자식을 낳을 필요성 때문에 생겨났다.

자본주의에서 일부일처제 가족제도 수호는 여성들의 희생을 강조하는 것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자본가들과 자본주의 국가는 안정적 노동력 재생산을 필요로 하면서도 이를 위해 필요한 보육·복지에 결코 대대적으로 투자하려 하지 않는다. 그 대신 개별 가족의 여성(과 남성)들에게 그 부담을 떠넘겨 왔다. 그래서 ‘가족 강화’는 여성이 아이의 양육을 위해 모든 것을 바쳐야 하고, 집밖에서 노동을 하더라도 저임금에 저질 일자리를 감수해야 하며, 불행한 결혼 생활일지라도 참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해 왔다. 이처럼 간통죄가 수호하고자 하는 일부일처제 가족은 오늘날 여성 차별의 근원지다.

‘간통죄가 여성을 보호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간통죄가 여성에게도 억압적인 법률이라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몇 년 전 간통죄로 고소된 배우 옥소리 씨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을 보면 이 점을 알 수 있다. 혼외 성관계를 맺은 여성은 우리 사회의 이중적 성도덕 때문에 남성보다 훨씬 더 큰 비난을 받곤 한다.

간통죄 폐지는 환영하지만, 성과 사랑에서 개인의 자유가 확대되려면 간통죄 폐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누구든 경제적 곤궁에 대한 두려움 없이 자유로운 인간관계를 맺을 수 있어야 한다. 여성들이 간통죄에 기대지 않고도 이혼 후에도 안정적인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여성에 대한 경제적 지원이 강화돼야 한다. 또한, 여성 노동자들이 저임금과 비정규직으로 내몰리는 현실을 바꿔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여성과 남성 노동자들의 투쟁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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