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백7주년 3·8 여성의 날을 앞두고 ‘“여성 노동자는 왜 10년째 100만원”, 최저임금 여성 노동자 증언 기자회견’이 열렸다.

민주노총 주최로 열린 이 기자회견에는 다양한 부문의 여성 노동자들이 참석해 여성 노동자들의 현실을 생생하게 들려 줬다. 증언에 나선 여성 노동자들은 많은 여성들이 저임금과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현실에 분노하며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기 위해 함께 싸워야 한다고 입을 모아 강조했다.

김경자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1백7년 전 미국 여성 노동자들은 '여성 노동자와 남성 노동자는 다르지 않다'고 외치며 행진했다. 도대체 1백 년이 지난 지금 무엇이 달라졌는가”라고 물으며 “여성 노동이 이류 노동으로 전락하고 여성 노동자가 주류를 이루는 업계일수록 최저임금과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현대중공업에서 고졸 여성 노동자들에게만 희망퇴직 조사를 한다는 소식에 분노하며 단결해서 함께 맞서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현숙 전국교육공무직본부 경기지부 급식분과장이 첫 증언을 했다. 이현숙 분과장은 “학교에서 일한다는 자긍심”만으로는 버틸 수 없는 현실에 분통을 터뜨렸다. 전국교육공무직본부는 2월 28일 대의원대회에서 4월 총파업 동참을 결정했다.

“9년 째 학교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다. 학교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3분의 1일 비정규직이고 그 노동자들의 90퍼센트가 여성노동자다. 급식소에서 일하면서 아프지 않은 적이 없었다. 얼마 전 서울의 한 급식 노동자가 끓는 물에 화상을 입고 세상을 떠났다. 그런데 동료가 떠나는 길에 인사도 못하고 꾸역꾸역 밥을 했다. 차별이 없어야 하는 학교에서 가장 심한 차별이 있다. 이런 현실에 분노해 잠을 이룰 수가 없다. 9년 동안 일하면서도 학교 앨범에 한 번 오른 적이 없다.

“‘열심히 일하면 정규직 되고 오래 일하면 임금도 오르고 경력도 인정받는 호봉제가 꼭 되겠지’ 하면서 차별과 멸시를 받으면서도 묵묵히 참아 왔다. 그러나 1년을 일하나 10년을 일하나 임금 차별은 해가 갈수록 더 심해졌다. 사용자도 불분명하던 우리들이 교육감 직고용이 됐다고 좋아했던 것도 잠시, 여전히 불안한 고용형태로 언제 해고될지 몰라 전전긍긍하고 있다.

“처음 일할 때 80만 원을 받았는데 노조를 만들고 나서는 기본급도 오르고 이런저런 수당도 생겨나서 이제 1백만 원이 됐다. 그렇지만 생계를 꾸리는 사람들에겐 턱없이 부족한 돈이다. 비정규직은 애도 키우지 말고, 먹는 것도 절반만 먹고, 명절에도 정규직의 반에 반도 안 되는 상여금으로 부모님을 뵈러 가야 한다. 얼마 전 경북에서 13명 돌봄 선생님들은 경북 교육청에 맞서 해고 반대 투쟁을 하다가 모두 연행돼 설날 아침을 유치장에서 보내야 했다.

“시간제 일자리는 좋은 일자리라고 떠들어 대는 박근혜와 정부에게 되묻고 싶다. 당신들은 시간제 대통령, 시간제 공무원 하면 좋겠는가. 초단시간 일자리로 불안정하게 만드는 나라와 학교에 큰 소리 한 번 쳐보려 한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우리 월급은 언제 오르나. 인간답게 살아보자!”

“최저 노동은 없다”

김진숙 홈플러스노동조합 서울지역 본부장의 증언이 이어졌다. 홈플러스 노동자들은 2년 전 노동조합을 만들고 지난해에는 임금인상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인 바 있다.

“전국대형 마트에서 일하는 40만 명의 여성 노동자들이 1년을 일하나 10년을 일하나 딱 1백만 원 치 임금에 머물러 있다. 내가 5년차인데 15년차나 월급이 같다. 오래 일해도 숙련노동으로 인정 받지 못하는 것이다.

“비정규직 노동자, 그중에서도 여성노동은 몇 년을 일해도 늘 최저임금 수준으로 굳어져 버려서 그 가치가 평가절하되고 있다. 이 세상 어떤 노동도 그 가치를 중요도를 순위로 매길 수 없는 것인데 ‘여성이 일할 곳은 대형마트밖에 없고 가봤자 저임금이다’라는 인식이 마트 일자리를 몹쓸 일자리로 만들어 버렸다. 저임금도 서러운데 마트 노동강도는 말도 못하게 높다. 20~30킬로그램짜리 박스를 올리고 내리며 고강도 노동을 해야 한다. 근골격계 질환은 기본으로 안고 산다. 감정노동의 스트레스까지 받고 있다. 그래서 젊은 남성들은 입사와 동시에 퇴사해야 할 정도다. 많은 여성 노동자들이 묵묵히 일하고, 피땀으로 일궈낸 덕분에 대형마트는 눈부신 성장을 해 왔다.

“세상에 어떤 노동도 최저는 없다. 최저와 최고라는 개념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누구에게나 통용되는, 누구나 기본 생활을 누릴 수 있는 임금으로 노동의 가치가 변하고 생활임금을 제도화해야 한다. 여성 노동자들을 비정규직 최저임금 노동자로 당연시하고 비정규직을 다수 양산하는 사회에서 최저임금 노동자는 더 확산될 것이다. 생활임금 보장에서부터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의 시작을 만들자.”

홍은숙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고려대분회장의 증언이 이어졌다. 대학 청소 노동자들은 대학 구조조정 바람 속에 고용 불안에 시달리면서 몇 해째 생활임금 보장을 요구하며 싸우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는 대학생들과 함께 3월 7일에 서경지부 집단교섭 투쟁 선포대회를 열 계획이다.

“여성의 노동이 보조적이고 주변화된 일, 용돈벌이나 반찬값 벌이 정도로 취급되는 것이 이 사회의 불행한 현실이다. 그러나 우리가 그저 반찬값, 용돈벌이 때문에 일하는 것이라면 직장 내에 팽배해 있는 차별과 폭언, 해고 공포를 감내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우리는 스스로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일하고 있다.

“올해 법정 최저임금은 너무 낮은 수준이다. 올해 시행되는 시급은 5천5백80원이다. 사용자들은 최저임금제를 악용하면서 그 이상은 안 주려 한다. 결국 현장 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은 최고임금이 돼버렸다. 최저임금법은 노동자들의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최저임금이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는 수준으로 인상돼야 한다. 청소 노동자들은 모든 여성이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을 때까지 최저임금의 생활임금화가 될 때까지 싸우겠다.

양질의 일자리·생활임금이 필요하다

마지막 증언자로 나선 이필자 금속노조 동부지회레이테크코리아 수석대의원은 열악한 노동 조건에 대해 폭로했다.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 환경, 폭언과 멸시에 시달리던 레이테크 여성 노동자들은 지난해 6개월 동안 파업을 벌인 바 있다..

“레이테크는 스티커, 견출지 등을 만드는 회사로 여러 나라에 수출도 하고 3백만불 수출탑도 받은 회사다. 여성 노동자 60명이 일하고 있는데 정규직이지만 최저임금을 받고 있다. 처음에는 기본급이 1백만 5천 원으로 모두 같았다. 그런데 우리를 비정규직으로 전환하려고 하면서 기본급을 누더기로 만들었다. 근속수당, 직책수당을 받아야 하는 노동자들은 그만큼 기본급을 깎았다. 그래서 입사한 지 1년 된 사람보다 오래 일한 사람이 기본급이 더 적다. 기본급과 직책 수당, 근속수당을 모두 합해 최저임금에 맞추고 있다. 우리 중에는 가장도 있다. 1백만 원으로 아이 키우고 먹고 살아야 한다. 학원 한 군데도 못 보내고 아파도 병원을 못가는 상황이다.

“23명이 일하는 작은 공장엔 창문도 없다. 본드가 들어가는 제품을 쌓아놓고 일하다 보니 눈 뜨기도 어렵다. 진통제 먹지 않고는 일할 수가 없다. 비타민처럼 진통제를 먹고 있다. 노조 가입을 이유로 온갖 트집을 잡고 폭언을 한다. 탈의실·휴게실에 CCTV 설치하는 일까지 있었다. 반노동·반도덕적 사장도 잘못이지만 나라에서 눈감아주는 행태가 더 잘못됐다 생각한다. 우리는 일자리가 필요해 그만 둘 수도 없다. 끝까지 싸워 바꾸겠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1백7년 전 3월 8일 미국의 여성 노동자들이 행진하며 외친 “임금인상, 노동시간 단축, 차별철폐”는 오늘날 여성 노동자들의 구호이기도 하다며, “민주노총은 차별받는 여성 노동자의 임금 현실 극복을 최우선 과제로 투쟁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또한 ‘한국 여성 노동자 57.3퍼센트가 비정규직, 여성 비정규직 28퍼센트가 최저임금 미달, 성별 임금격차와 노령 여성 빈곤율 OECD 1위’라는 끔찍한 현실을 바꾸기 위해 함께 싸우자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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