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연대

전체 기사
노동자연대 단체
노동자연대TV

107주년 세계 여성의 날 전국여성노동자대회:
박근혜의 여성 노동자 차별·착취 강화에 맞선 투쟁의 목소리

3월 7일 오후 2시 서울시청 광장에서 민주노총이 주최한 ‘107주년 3·8 전국여성노동자대회’가 열렸다. 민주노총의 여성과 남성 조합원들, 연대 단체 회원들 1천 여 명이 모였다.

이날 집회에서는 여성 노동자들이 적극 나서서 여성 노동자 차별 현실을 폭로했고 여성 노동자들의 투쟁 요구를 발표했다. 민주노총의 남성 조합원들과 사회단체들도 함께 참가해 여성 노동자 투쟁에 연대를 표현했다.

여성의 날 집회의 포문은 전국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대학 청소노동자들이 열었다. 서경지부는 사전 집회로 ‘집단교섭 투쟁 선포대회’를 열었다. 집단교섭을 앞둔 대학 청소 노동자들은 용역업체가 바뀔 때마다 반복되는 고용불안에 맞서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이 집회에는 대학 청소 노동자들의 투쟁에 연대해 온 대학생들, 노동자연대 등의 연대 단체들이 참가했다.

민주노총이 주관한 사전 부스행사도 열렸다. 여러 노동조합들과 연대 단체들이 부스 행사에 동참했다.

이밖에도 여성 노동자들과 연대단체들이 정성스럽게 준비한 각종 팻말과 홍보물들은 집회의 활기를 북돋았다.

"월급빼고 다 오른다. 생활임금 쟁취하자." 집단교섭 투쟁 선포 대회로 전국여성노동자대회의 포문을 연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노동자들. ⓒ조승진
"차별과 폭력 없는 일터를 만들자." 1천여 명이 모인 이 날 집회에는 투지와 활력이 가득했다. ⓒ조승진

‘여성 대통령 시대’에 여성 노동자들의 현실

4.24 총파업을 조직하고 있는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은 대회사에서 “박근혜가 정신 차리게 만들어야 한다. 우리가 투쟁해서 모든 여성과 엄마가 행복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자. 함께 투쟁하자”고 호소했다.

4.24 총파업을 조직하고 있는 민주노총 한상균 신임 지도부도 전국 여성 노동자 대회에 참가해 '여성 노동자들에게 온갖 차별과 저질 일자리를 강요하는 박근혜에 맞서 함께 싸우자'고 호소했다. ⓒ조승진

본대회에서는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여성 노동자 차별·착취 강화 정책에 반대하고 이에 맞서 투쟁하는 여성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5년 전 상사인 조합장의 선거를 돕지 않아 집요한 보복성 괴롭힘을 당한 직지농협 김미숙 조합원이 가장 먼저 무대에 올랐다. “지난 5년간 강제 휴가, 빈 책상 근무에 갑자기 청소 업무를 시키는 일들이 벌어졌다. 조합장의 폭언과 모욕, 성희롱에 시달려야 했다. 부당징계와 해고까지 벌어졌다.” 김미숙 조합원은 “직장 내 괴롭힘은 여성의 존엄과 인격을 침해하는 일”이라며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를 처벌하고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모범 조직상을 받은 청주시 노인전문병원분회의 권옥자 분회장은 “여성 대통령 시대”에 여성노동자는 여전히 천대받는 현실을 꼬집었다.

“우리는 여성 대통령 시대에 살고 ‘여성 친화적 병원’이라는 곳에서 일한다. 그런데 여성 노동자에 대한 탄압이 벌어졌다. 임금은 줄어들고 제 목소리를 낼 수도 없었다. 이런 여성 노동자를 향한 탄압을 막을 방법이 노조뿐이었다. 노조를 만들자 정직과 해고만 80건이었다. 병원 측은 이제 밥은 하루에 한 끼만 먹으라고 하고 월급도 절반만 지급한다. 그런데 이제 인원을 더 줄이겠다고 한다. 우리의 인권을 보장받기 위해 싸우겠다.”

여성 노동자들의 분노와 투지

1백32일 째 노숙 천막 농성을 하고 있는 민주연합노조 서울고속도로톨게이트지부 김옥주 지부장이 최저임금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의 현실을 전했다. “우리는 1백 퍼센트 최저임금 비정규직이다. 우리는 성적 모멸감을 받고 욕설을 들어도 말 한마디 할 수 없다. 말대답하면 시말서를 쓰고 민원이 들어오면 무조건 굽신거려야 한다. 해고되지 않기 위해서다. 하지만 노동조합에서 싸우며 단결한 노동자가 회사와 세상을 바꾼다는 것을 배우고 있다. 아줌마의 깡으로 버텨 꼭 이기겠다”고 결의를 밝혔다.

초단시간 시간제 일자리의 현실을 폭로하며 쇠사슬로 몸을 묶고 경북교육청에서 파업·농성을 벌였던 초등 돌봄전담사 남민숙 조합원도 울분을 토했다. “2월 12일 교육감실 앞에서 끝장 투쟁을 결의한 13명의 투쟁단은 스스로 몸을 쇠사슬로 묶었다. 농성 7일차에는 경찰들이 와서 우리 몸 위로 올라가 쇠사슬을 절단했다. 인권과 자존심이 강탈되는 듯했다. 우리는 2월이 가장 두렵다. 초조하게 고용이 유지될까 걱정해야 한다. 초단시간 꼼수 계약이 사라져야 한다. 학교 당국들은 ‘교육청 지침이 없으니 고용 계약서를 못 쓰겠다’는 둥 핑계를 대고, 근로기준법 적용 못 받는 15시간 미만 노동을 강요한다.”

‘노조 요구 사항이 너무 많다’ 등의 이유를 들며 원장이 하루아침에 민간 어린이집을 폐원해 일자리를 잃은 부산의 보육 교사는 “민간 어린이집은 어린이 머릿수대로 권리금 받고, 돈이 되면 맘대로 어린이집을 사고 판다. 원장의 일방적 폐원으로 어린이들과 교사 모두 갈 곳을 잃었는데도 원장은 회계감사도 제대로 안 받고 있다. 책임회피만 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 조합원은 분노로 울먹이면서도 “우리가 ‘블랙리스트’[원장들이 공유하는 내부고발 보육 교사 명단]에 올라 일자리를 못 구하더라도 이런 참담한 보육 현실을 알리고 노동의 가치를 인정 받는 세상이 올 때까지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고 힘차게 발언했다.

최근 대법원에서 “한국철도공사 직원이 아니다”라고 부당한 패소 판결을 받은 철도노조 KTX 승무지부 김승하 지부장은 “철도 안전을 위해, 비정규직 철폐를 위해, 여성 노동자들의 권리를 위해 대법원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이밖에도 정리해고에 맞서 싸우고 있는 하이디스 노동자들, 저임금과 노조 탄압에 맞서 싸우는 레이테크코리아 노동자의 발언이 이어졌다.

전교조와 건설노조의 여성 조합원들은 공연을 준비해 집회의 활력을 북돋고 여성 차별 현실을 재치 있게 꼬집기도 했다.

"투쟁하기 딱 좋은 나이인데!" '노래가사바꿔부르기' 공연 중인 건설노조 여성조합원들. 재치있는 공연에 참가자들의 큰 호응이 이어졌다. ⓒ조승진

‘107주년 3·8 전국여성노동자대회’에 참가한 1천 여 명의 민주노총의 여성과 남성 조합원들, 연대 단체 회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노동자 연대〉

4.24 총파업의 디딤돌

집회 참가자들은 여성 노동자들의 생생한 발언을 들으며 여성 노동자 차별·착취 현실에 공감했고 분노와 투지를 모았다.

참가자들은 ‘시간제 일자리 정책 중단·최저임금 인상·생활임금 쟁취·돌봄 공공성 확대와 모성 보호 강화·일터에서 벌어지는 여성에 대한 폭력 중단·후퇴 없는 차별 금지법 제정’을 위해 투쟁하자고 결의했다.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보신각까지 활기차게 행진했다.

이날 집회에서는 4.24 총파업 동참을 호소하는 주장들도 있었다. 여성의 날 집회에 모인 여성 노동자들의 분노와 투지는 4.24 총파업 동참으로 이어져야 한다.

박근혜는 경제 위기 속에서 노동시장 구조 개악과 공무원연금 개악을 밀어붙이려 한다. 노동자 계급 전체를 겨냥한 이 공격이 관철되면 가뜩이나 열악한 여성 노동자들의 조건은 더욱 악화될 것이다. 4.24 총파업에 여성 노동자들의 동참이 중요한 까닭이다.

여성의 날 집회는 여성 노동자들이 단지 박근혜 노동 정책의 피해자가 아니라 이에 맞서 싸울 수 있는 투쟁의 주역임을 보여 줬다. 박근혜의 여성 차별·착취 강화에 맞서 여성과 남성 노동자가 단결해 투쟁하자.

여성 노동자는 박근혜가 밀어붙이는 공격에 맞선 투쟁의 주역이다 집회 후 보신각으로 행진하는 참가자들 ⓒ조승진
참가자들은 요구를 담은 다양한 팻말과 소품 등을 들고 행진했다. ⓒ조승진
여성 노동자 남성 노동자 함께 단결하자 집회에 참가한 여러 단체들이 집회 장소 부근에 각자 부스를 마련했다. 민주노총 이영주 사무총장과 건설 노동자가 노동자연대가 설치한 포토존에서 함께 환히 웃고 있다. ⓒ조승진

부산여성대회

"'빵'을 쟁취하기 위한 투쟁이 필요하다"

김동욱

3월 6일 부산 서면에서 3·8 세계 여성의 날 기념 부산여성대회가 열렸다. 부산여성단체연합을 비롯한 여성단체들과 투쟁하고 있는 학교비정규직노조, 환경미화 노동자들과 1사 1노조로 구성된 부산지하철노조 등 수십개 단체에서 2백여 명이 참가했다.

부산여성대회는 해고요건 완화 반대, 생활임금 보장, 비정규직 철폐, 여성 빈곤 해결, 박근혜 노동정책 반대, 여성 차별·폭력·혐오 반대, 민주주의, 한반도 긴장 완화 등을 요구했다.

정경숙 부산여성단체연합 대표는 107년 전 세계 여성의 날 기원이 된 여성들의 투쟁에서 여성들이 ‘빵과 장미’를 요구했던 것과 오늘날을 비교했다. 오늘날 ‘장미’라고 할 수 있는 여성참정권은 어느 정도 보장되고 있지만 ‘빵’, 즉 생존권에 관한 문제는 여전히 열악한 상황이라며 여성들의 생활임금 보장 등을 위해 투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주선락 민주노총 부산본부 여성위원회 준비위원장은 오늘날도 계속되는 여성노동에 대한 차별·억압과 그에 맞선 투쟁을 이야기했다. 부산에서는 학교상담사 53명이 하루아침에 해고된 후 투쟁을 이어가고 있고, 구청에서 해고된 방문간호사들도 투쟁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기간제 노동자의 고용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리고, 여성이 많은 시간제 일자리를 늘리는 등 여성 노동자를 내몰고 있는데, 민주노총의 4월 총파업은 여성 노동자를 살리는 투쟁이 될 것이라며 여성위원회가 앞장설 것이라고 했다.

이필숙 부산상담소·피해자보호시설협의회 대표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계속되는 여성 폭력의 현실에 대해 고발했다. 남편이나 애인 등에게 살해당하는 여성이 한 해에만 1백20여 명에 이른다. 박근혜 정부는 가정폭력과 성폭력을 ‘4대악’으로 꼽았지만 구시대적인 보여 주기식 정책만 내놓고 있다.

집회 막바지에 ‘부산성평등디딤돌’ 시상식도 진행됐다. 이 상은 싸우고 있는 학교비정규직노조가 받았고 참가자들의 큰 박수와 격려, 지지를 받았다.

ⓒ오수민
ⓒ오수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