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는 올해 들어 수차례 공무원연금 개악을 강조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공무원연금 개악을 4월 임시국회 “최우선 과제”로 두고 “당력을 집중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김무성은 공무원연금을 개악해야 “나머지 국정 과제를 원활히 수행할 수 있는 추진 동력이 생[긴다]”고 했다.

새정치연합도 여기에 발맞춰 주고 있다. 3월 10일 “영유아보육법 4월 국회 우선처리 등 여야 합의 사항”을 발표했는데, 여기에는 공무원연금 개악을 “처리하기 위해 … 3월 중에 실질적인 협의를 진행”하겠다는 내용도 있다. 4월 국회 가이드라인을 밝힌 셈이다.

정부·여당과 새정치연합은 같은 날 “공무원연금 개혁을 위한 국민대타협기구 중간보고”(이하 중간보고)를 발표했다. 이들은 급속한 고령화 등으로 인해 “재정 안정화가 요구”되고, 그에 따라 “연금개혁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 한다”며 공무원연금 개악 추진 합의문과 같은 중간보고를 발표했다. 또, 2009년 공무원연금 개악이 충분치 않았다며 “추가적이고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도 주문했다. 대타협기구가 사실상 공무원연금 개악 추진 기구임이 분명해진 것이다.

3월 11일 ‘공적연금 강화 국민행동’ 발족 기자회견. ⓒ이승준

미련을 버려야

그럼에도 공무원노조 집행부는 대타협기구에 여전히 미련을 버리지 못한 채 그 안에서 불필요한 양보를 하고 있다. 가령, 3월 7일 공무원노조 김성광 사무처장은 여야가 대타협기구 합의문처럼 발표한 중간보고에 동의해 줬다. 공무원노조 내 활동가들이 항의하자 김성광 사무처장은 “그 정도 양보 안 해 주면 여야가 전문가들과 일사천리”로 개악할 수 있다고 강변했다.

공무원연금 개악 저지를 위해 공무원노조 조합원들로 구성한 ‘공무원연금 사수 네트워크’(이하 사수넷)는 처음부터 대타협기구 참여는 그 논리상 양보를 전제할 수밖에 없다고 수차례 지적한 바 있다.

공무원노조 집행부는 ‘사수넷’의 비판에 대해, 대타협기구 참여(협상)와 공무원연금 개악 저지 투쟁은 병행 가능하다며 전혀 해악적이지 않다고 했다. 그러나 지도부가 대타협기구 안에서 양보를 전제로 한 협상을 하면서, 동시에 조합원들의 공무원연금 개악 반대 의지를 높일 수 있겠는가!

다행히 3월 9일 ‘공적연금 강화 공동 투쟁본부’(공투본) 대표자회의에서 중간보고 합의문은 “공투본의 기본 입장과 다른 내용의 합의를 한 것에 대해 추인할 수 없다” (전교조 성명서)며 거부됐다.

그럼에도 정부·여당과 새정치연합은 공투본이 합의한 것처럼 중간보고 발표를 했다. 이것은 대타협기구 종료를 앞둔 여야가 단수 또는 복수의 공무원연금 개악안을 내놓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다. 새정치연합은 “개혁안을 준비해 놓았다”며 향후 “토론 과정에서 … 우리 입장을 말[하겠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공노총과 교총 지도부가 공투본 대표자회의 결정 사항을 무시한 채 여야의 중간보고 발표 기자회견에 참가한 것은 비판 받아야 한다.

한편, 공무원노조 이충재 위원장은 합의해 준 바 없다고 하지만, 언론들은 중간보고 내용에 공무원노조 집행부도 합의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그렇다면 공무원노조는 전교조처럼 중간보고에 합의해 준 바 없음을 공개적으로 밝히는 게 맞다. 그래야 기층 조합원들 사이에 혼란이 없을 것이다.

다른 한편, 공무원노조 집행부는 ‘공무원연금뿐 아니라 공적연금으로 의제 확대’를 조건으로 대타협기구에 참여했다. 하지만 여야는 그런 합의를 한 적이 없다. 명칭도 ‘공무원연금 개혁을 위한 국민대타협기구’다. 게다가 이번 여야의 중간보고 발표는 새정치연합조차 공적연금을 논의하지 않겠다고 천명한 것과 같다.

따라서 공무원노조 집행부는 대타협기구 안에서 무엇을 양보할지 고민할 게 아니라 당장 대타협기구를 탈퇴해야 한다.

남은 기간 동안 3월 28일 공무원연금 개악 저지 결의대회 조직에 집중하자. 그리고, 민주노총·전교조 지도부와 공조해 4월 파업과 범국민대회 조직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