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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박근혜의 부산대 방문에 항의하다

3월 16일 오후 3시 박근혜가 부산대학교의 연구센터를 기습 방문했다. 2012년 학생들의 항의로 부산대 방문이 무산된 경험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대통령의 방문인데도 공지는커녕 소문조차 나지 않았다.

부산대학교 내 진보 학생 단체들은 방문 당일에 소식을 듣고 급히 항의 행동을 조직했다. 노동자연대 부산대모임도 박근혜 방문 4시간 전에 소식을 듣고 함께 항의 행동에 참여했다.

16일 오후 부산대 앞에서 박근혜의 방문에 항의하는 부산대 학생들. ⓒ노동자연대 부산대모임

세월호 유가족들의 진실규명 요구를 짓밟고(박근혜가 부산대학교를 방문하던 날 유가족들은 북 콘서트를 위해 부산에 와 있었다), 종북 몰이를 통해 민주주의를 침해하는 박근혜가 부마항쟁의 상징인 부산대학교에 오는 것을 결코 용인해서는 안 됐다. 또, 노동자들 ― 정규직과 비정규직 모두 ―을 공격하면서 청년 실업 해결은커녕 좋은 일자리를 없애 버리는 박근혜에 항의할 필요가 있었다.

20여 명의 학생들이 오후 1시 기자회견과 팻말 시위를 했다.

노동자연대 부산대모임은 “우리는 박근혜를 절대 환영할 수 없다. 박근혜는 비정규직 확대를 추진하고 노동자 서민을 꾸준히 공격하고 있는 자다. 민주주의 파괴에 앞장서고 있으며 불법인 기성회비를 재정회계법이라는 꼼수를 부려 합법화한 자이기 때문에 우리는 박근혜를 절대 환영할 수 없고 박근혜 정부에 항의하는 행동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청년유니온 부산모임은 “저질 일자리를 양산하고 청년 실업을 증가시키는 박근혜의 일자리 정책에 반대한다.” 하고 주장했다.

부산대 역사동아리는 “5·16 쿠데타가 혁명으로 불리는 등 역사가 역행하고 있는데 박근혜가 반성도 없이 부마항쟁의 성지인 부산대에 온다는 것에 분노한다.” 하고 말했다.

16일 오후 부산대 앞에서 박근혜의 방문에 항의하는 부산대 학생들. ⓒ‘민주주의를 염원하는 부산대학교 학생 일동’ 제공

구정문

학생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다른 학생들에게도 박근혜의 방문 사실을 알리기 위해 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며 힘차게 교내를 행진했다. “박근혜는 돌아가라”, “박근혜는 청년 실업 해결하라”, “박근혜는 종북 몰이 중단하라”, “박근혜는 재정회계법 폐기하라”

이어서 학생들은 박근혜가 통과하리라 예상되는 정문과 구정문에서 각각 2시간가량 팻말 시위를 했다.

박근혜는 정문이 아닌 구정문으로 들어왔다. 박근혜가 들어오는 순간 사복경찰들이 학생들을 둘러쌌지만, 학생들은 주눅들지 않고 팻말을 높이 들고는 “민주주의 유린하는 박근혜 정권 규탄한다”, “박근혜는 청년 실업 해결에 나서라” 하고 크게 외쳤다.

부산대 총학생회장과 부총학생회장은 박근혜가 방문하는 연구소 길목에서 4백억 원 문제(부산대 상업화와 관련된 빚) 해결과 국립대 지원 강화를 요구하는 팻말을 들고 서 있었다.

결국 박근혜는 2012년에 이어 이번 방문에서도 항의에 부딪혔다. 많은 경찰력을 동원했지만 청년 실업 해결과 민주주의 공격에 분노하는 학생들의 항의를 막을 수는 없었다.

학생들의 항의 시위를 가로막는 사복경찰과 학교 관계자들. ⓒ‘민주주의를 염원하는 부산대학교 학생 일동’ 제공

〈아래는 노동자연대 부산대모임이 박근혜 방문에 대한 항의 필요성을 학생들에게 알리기 위해 붙인 대자보다.〉

우리는 박근혜의 부산대 방문을 환영하지 않는다

오늘 박근혜가 부산대에 방문을 한다. 지난 2012년에도 박근혜는 부산대에 방문하려다가 부산대 학생들의 거센 항의와 반대 캠페인에 부딪혀 결국 방문이 무산된 바가 있다. 그런데 오늘 또다시 기습적으로 부산대를 방문하려는 것이다.

박근혜 집권 2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가. 세월호 유가족들의 진실 규명 시도를 방해하고, ‘종북’ 마녀사냥 등으로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민영화와 비정규직 확대 등 온갖 신자유주의적 공격들로 노동자와 서민들을 쥐어짰다. 청년실업 해결은 커녕 좋은 일자리도 질 나쁜 일자리로 바꾸고 있다. 박근혜가 추진한 노동자·서민 공격은 너무 많아서 다 늘어놓기도 힘들 지경이다.

게다가 학생들에게 약속한 반값등록금 공약은 온데 간데 없고, 심지어 국공립대는 재정회계법을 통과시켜 불법인 기성회비를 이름만 바꿔 합법으로 만들었다. 결국 박근혜는 비싼 등록금에서 벗어나게 해달라는 학생들의 염원을 완전히 무시한 것이다.

부산대가 어떤 곳인가? 부산대는 박정희 정권의 유신독재에 맞서 학생 · 교수가 피 흘리며 투쟁한 민주화 운동의 역사가 흐르는 곳이다. 부산대생들이 나섰던 1979년 10월 부마항쟁은 박정희 독재 몰락에 중요한 구실을 했다. 지금도 10 · 16 기념관, 제2도서관 앞 부마민주항쟁탑, 건설관 앞 기념비 등 학교 곳곳에서 유신독재에 맞서 투쟁한 민주화 운동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이런 부산대를 박근혜가 방문하는 것은 민주주의 투쟁에 대한 모욕이다.

우리는 이런 이유로 박근혜의 부산대 방문을 환영하지 않는다.

2015. 3. 16

노동자연대 부산대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