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임금 삭감, 해고요건 완화, 비정규직 확대 등 노동시장 구조 개악을 위한 노사정위 합의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박근혜를 비롯해 국무총리, 고용노동부 장관이 연이어 ‘3월 31일 약속시한 내 합의’를 주문하고, 노사정위원장 김대환이 ‘합의 불발 시 사퇴’를 선언하며 배수진을 쳤다.

이 속에서 한때 4월로 연장될 수 있다고 점쳐지던 노사정위 논의도 속도가 빨라졌다. 정부와 경총, 한국노총 등은 합의문 초안 제출을 목표로 연일 회의를 하고 있다.

물론, 논의 과정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비정규직 확대, 일반해고 요건 완화, 취업규칙 변경요건 개악 등 여러 쟁점에서 정부·재계와 한국노총 사이에 견해차가 상당하다.

그럼에도 한국노총 집행부가 노사정위에 계속 남아 타협을 조율하고 양보안을 제시하고 있는 것은 매우 위험하고 유감스럽다.

한국노총 집행부는 3월 26일 노사정위 회의에서 법정 노동시간을 최장 52시간으로 하되, 이를 어기는 사업장에 대한 처벌을 한시적으로 면제해 주는 방안을 제시했다. 연장 근로 수당을 안 주고도 노동시간을 자유자재로 늘였다 줄일 수 있도록 하는 ‘탄력적 근무시간제’에 대해서도 향후 “검토”하자며 문을 열어 줬다.

한국노총 집행부는 임금피크제의 대안으로 ‘노동시간 피크제’를 언급하기도 했다. 일정 연령이 되면 노동시간을 줄여 인건비 총액을 줄이되, 단위시간당 임금을 유지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고령자 임금 삭감을 목적으로 하는 임금피크제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갖고 있다.

그동안 노사정위가 집중 논의해 온 통상임금, 노동시간 단축, 임금피크제 등 3대 현안은 이처럼 노동자들의 임금을 삭감하는 조처들이다. 만약 이런 중요한 쟁점에서 합의안이 도출되면, 박근혜는 그것을 손에 쥐고 곧장 법 개악과 정부 지침·가이드라인 발표 등에 착수할 것이다.

설사 노사정이 3월 말까지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한다 해도,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정부는 그동안의 “사회적 대화”, “합의 노력”을 통해 각계의 의견을 수렴했다고 내세우며, 개악의 명분으로 삼고자 할 것이다.

들러리 기구

노사정위는 대화 시늉을 하면서 노동시장 구조 개악을 밀어붙이기 위한 들러리 기구다. 일각의 주장처럼 논의 시한을 약간 더 늦춘다고 상황이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이미 민주노총 집행부는 올바르게도 한국노총 집행부에 노사정위를 탈퇴해 함께 싸우자고 촉구한 바 있다.

이미 그 필요는 차고 넘친다. 대표적으로 2월 말과 3월 초 노사정위에 제출된 공익위원안은 정부의 정책을 거의 그대로 베껴 써, 그 위험성을 잘 보여 줬다. 정부는 마치 이것이 중립적 ‘공공의 안’인 것처럼 포장하려 한다.

노사정위 산하 공공부문발전특위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다. 정부는 한국노총을 노사정위에 묶어 두려고, 최근 공공부문발전특위 논의를 4월 말까지로 한 달 연장했다.

그러나 정부는 대화하는 시늉을 하면서 뒤에서는 공격을 착착 진행하고 있다. 3월 25일에는 공공기관장들을 불러 놓고 2단계 ‘정상화’의 핵심 내용인 성과급제, 임금피크제 도입을 노골적으로 압박했다. 그런데도 한국노총은 공공부문발전특위 참가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공공부문발전특위에는 불참하고 있지만, 아쉽게도 한국노총의 참가를 사실상 인정하며 양대노총 공대위를 통해 협조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공동으로 정부에 ‘진정성 있는 대화’를 촉구하기도 했다.

속도 내는 박근혜

그러나 정부의 집중공세에 효과적으로 맞서려면, 정부에 대화를 촉구하기보다는 한국노총의 공공부문발전특위 참가를 분명히 비판하며 일관되고 단호하게 투쟁 건설에 힘을 쏟아야 한다.

지금 박근혜의 공격 속도는 빨라지고 있다.

민주노총은 노사정위 중단 등을 촉구하며 3월 26일부터 노사정위 앞 농성을 시작하고, 집중 집회 등을 조직하며 “총파업 비상 태세를 갖추겠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이 이미 ‘선제 파업’을 선언한 상황이지만, 한상균 위원장은 “정권이 도발한다면 시기를 앞당겨 파업에 나서겠다”고도 말한 바 있다. 신속한 정세 대응력이 중요한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