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0일 일본 연립 여당인 자민당과 공명당은 안보 관련 법제 정비 기본 방침에 합의했다. 이 합의에서 주목할 것은 두 가지다.

첫째, 주변사태법을 개정해 자위대의 해외 파병 범위와 활동 내용을 확대하는 것이다. 현행 주변사태법(1999년)은 자위대의 지리적 활동 범위를 한반도를 포함한 ‘일본 주변’ 지역으로 한정했다. 일본 정부는 여기서 ‘주변 사태’ 개념을 삭제하려 한다. 그러면 자위대를 (현재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지역이 아니라면) 전 세계 어디든 파병할 수 있다. 미군으로만 한정했던 후방 지원 대상국도 확대하려 한다. 그러면 남중국해에서 호주군 등을 지원할 수 있게 된다.

둘째, 자위대 해외 파병을 위한 항구법(일반법)을 제정하는 것이다. 그동안 일본은 자위대를 해외에 파병하려면 그때그때 특별법을 만들어야 했다(테러대책특별조처법(2001년), 이라크특별조처법(2003년) 등). 자위대 파병을 위한 항구법이 제정되면, 일본 정부는 복잡한 법 제정 과정을 일일이 밟지 않고도 자위대를 언제든 해외에 파병할 수 있게 된다.

일본 정부는 이런 자민당-공명당의 합의를 토대로 자위대법과 주변사태법 등의 개정안을 마련해 5월 초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일본 정부는 4월 아베의 방미 전에 미?일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도 재개정해서 미·일동맹을 강화하려 한다.

또한, 아베는 최근 “우리 일본군”이라는 말을 하며 헌법을 개정해 진정으로 ‘전쟁을 할 수 있는 국가’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또다시 드러냈다.

일본 지배자들은 그동안 일본의 경제적 위상에 걸맞은 군사력을 보유하고 싶어 했다. 일본이 오랜 경기 침체를 겪는 와중에 중국은 “G2”로까지 불리며 부상했고, 이는 일본 지배자들의 위기감과 군사대국화 염원을 더 키웠다. 여기에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전략은 날개를 달아 줬다.

자위대 역할의 변화는 무엇보다 미국 지배자들이 바라는 바다. 미국은 핵심 동맹국 일본이 자신과 함께 해외에서 군사 작전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데 불만스러워했다.

미국은 부상하는 중국을 견제하고 동아시아에서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일본의 군사력을 실질적으로 증강·활용하고 싶어한다. 미국 국방장관 애슈턴 카터는 미국 하원 군사위원회에서 일본 정부의 행보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전략적인 목표와 기본적인 가치관을 공유하는 일본이 지역과 세계에서 미국을 돕게 될 것[이다.]”

일본의 군사대국화 노력과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일동맹 강화는 중국의 군비 증강 필요를 더욱 자극할 것이고, 동아시아의 제국주의 간 긴장을 높일 것이다.

“아베 정권 퇴진하라”

아베 정권의 독선적 폭주에 오랜 반목 속에 분열돼 있던 일본 진보 진영이 결집하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3월 22일 도쿄에서 “아베 정권 노! 3·22 대행동”이 열렸다. 집회에 참가한 노동자·학생·시민 1만 4천여 명은 “아베 정권 NO!”를 외치며 도심을 행진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아베 정권이 추진하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 용인, 특정비밀보호법, 헌법 개정, 오키나와 미군 기지 건설, 핵발전소 재가동, TPP 추진, 소비세 인상, 사회보장 개악, 노동법 개악 등에 맞서 모두 단결해 반정부 투쟁을 확대해 나가자고 결의했다.

그동안 일본의 시민·사회·노동·정치 단체들은 쟁점별로 따로따로 운동을 벌였다. 그런 일본 진보 진영이 ‘아베 퇴진’을 걸고 함께 집회를 준비하며 공동 행동을 벌였다는 점에서 이번 집회의 의미는 크다.

발언자로 나선 한 고등학생은 이렇게 말했다.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면 일본이 그 전쟁에 가담하게 되고, 이것을 반대하지 않으면 우리도 전쟁에 가담하게 된다. 우리는 정부가 하라면 그저 따르는 사람이 아니다.”

주최 측 대표는 이렇게 연설했다. “오늘 우리의 행동이 아베 정권을 무너뜨리는 계기가 될 것[이다.] … 반정부 운동을 대중적 운동으로 만들어 가자.”

5월 3일에는 “평화와 생명과 인권을! 5·3 헌법 집회”가 개최된다. 5월 3일은 일본 평화헌법이 제정된 날이다. 그동안에는 평화헌법 옹호라는 같은 내용으로 서로 다른 장소에서 따로따로 집회를 개최하던 단체들이 올해는 한군데 모여 단결의 힘을 과시하기로 했다.

미·일 지배자들의 오랜 숙원인 일본 군사대국화 시도가 온전히 성공할 것이라고 예단해 절망만 하기에는 아직 이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