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31일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416시간 광화문 집중 항의행동 농성 촛불집회’에서 세월호 유가족 ‘세희 아빠’ 임종호 씨는 “정부가 특별법 같지도 않은 특별법까지 무력화하려고 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정부가 3월 27일 입법예고한 ‘4·16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의 시행령(안)이 많은 이들의 분노를 자극하고 있다.

이 시행령(안)은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를 사실상 관제기구로 만들어 무력화시키는 안이다. 조사 대상인 행정부 관료가 특조위에 임명직으로 와서 돈과 인력을 통제할 수 있게 해 놓았고, 특조위의 진상 규명 범위를 독자 조사가 아니라 정부와 검찰, 감사원 등이 내놓은 조사 결과를 검증만 하도록 해 놓았다.

참으로 뻔뻔하고 사악한 작태다. 참사 직후 ‘적폐 척결’ 운운하던 박근혜는 본인이야말로 참사를 낳은 자본주의 적폐의 수장임을 다시 한 번 자인한 것이다. 해양수산부가 앞장섰다지만, 시행령은 기본으로 대통령령(법률에서 위임받은 사항에 대해 대통령이 내리는 명령)이다.

세월호 참사 1년이 다 되도록 박근혜 정부는 구조를 못 한 책임을 지기는커녕 오히려 진상 규명 방해, 특별법 반대, 유가족과 항의 집회 탄압, 특별조사위원회 무력화, 유가족 마녀사냥 등 온갖 악행을 저질러 왔다. 그런데 이제 와서 여야 야합으로 권한도 줄여 놓은 특조위를 아예 식물기구로 만들려는 것이다.(애초에 유가족이 요구한 특별법상 진상규명기구는 수사권, 기소권과 함께 ‘정권으로부터의 독립성’이 핵심 요건이었다.)

저들이 이렇게까지 나오는 이유는 세월호 참사가 노동계급과 민중의 안전을 우선순위에서 배제하고 무시하는 이윤 경쟁 체제의 수혜자들이 만들어 낸 비극이기 때문이다. 이 체제의 수혜자들과 통치자들은 이익과 권력으로 유착돼 있다. 이들을 대변하는 박근혜 정부가 한사코 참사의 진실 규명을 방해하고 심지어 진정한 애도의 감정조차 표명한 바가 없는 이유다.

정권에 불리한 이 쟁점이 다시 부각되고 그 때문에 재.보선에 영향을 주는 상황도 고려했을 것이다. 또한 세월호 쟁점이 도화선이 돼 민주노총의 파업 투쟁과 영향을 주고받는 것도 걱정될 것이다. 최근 새정치민주연합 새 지도부의 우클릭도 여기에 힘을 보태는 요인이 된 듯하다.

전날인 3월 30일 세월호의 온전한 인양과 정부의 시행령(안) 폐기를 촉구하려고 청와대 면담 요청을 하려던 ‘동수 아빠’ 정성욱 씨, ‘성호 아빠’ 최경덕 씨가 폭력으로 연행되기까지 했다. 이날 경찰의 폭력 봉쇄로 곳곳에서 유가족과 시민, 학생들이 고립되고 부상을 당해야 했다.

이래 놓고 정부는 보상금 문제를 추진하기 시작했다. 유가족의 끈질긴 항의가 돈 때문인 것처럼 보이게 해 국가(정부) 책임론에 물타기하려는 것이자 세월호 참사 이슈를 정리 수순으로 내몰려는 수작이다.

그러나 이런 일들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최근까지 거의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세월호 참사 항의 운동측이 요구한 세월호의 온전한 인양을 지지하는 의견이 60퍼센트를 넘는다. 이는 당장 행동으로 표출되진 않아도 이 운동의 저변이 여전히 강력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저들이 무력화하려는 반쪽짜리 특별법도 5백만 명이 넘는 지지 서명을 배경으로 그나마 제정될 수 있었다.

지금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와 ‘(사)4·16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피해자 가족협의회(4·16 가족협의회)’ 등은 3월 30일부터 참사 1주년인 4월 16일까지 416시간 시민긴급행동을 선언했다. 매일 저녁 광화문 촛불집회, 도보행진, 온라인 항의, 신문 전면 광고, 주말 대규모 집회 등이 계획돼 있다.(자세한 계획은 http://sewolho416.org/4061에서 참고하시오.)

‘유민 아빠’ 김영오 씨 등 유가족들도 광화문광장 북단에서 맨몸으로 농성을 시작했다. 경찰이 천막 등의 설치를 막았기 때문이다. 비가 온 3월 31일 밤을 이들은 비닐 천 하나로 새워야 했다.

박근혜 정부의 꼼수와 탄압을 막아 내고 진실 규명을 위한 걸음이 앞으로 나가려면, 세월호 1주기를 맞아 다시 고조되는 관심과 지지를 행동으로 모아 내야 한다. 민주노총이 조직하는 4월 총파업과 총력 투쟁이 세월호 참사 항의 투쟁을 지지하고 연대한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 박근혜 정부의 세월호특별법 시행령(안) 시민 반대 의견서 쓰기 ☞ http://sewolho416.org/4046

박근혜 정부의 특별법 시행령(안)은 무엇이 문제인가

※ 아래는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유가족 추천 위원으로 임명된 서강대 이호중 교수가 3월 31일 집회에서 한 연설 전문이다.

올해는 특조위(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에 들어가서 위원의 한 사람으로서 유가족들과 국민들이 바라는 철저한 진상규명, 안전사회 건설, 그것을 위해서 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죠? 답답해서 나왔습니다. 할 일이 없어서, 특위 안에 사무실에서는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서 여러분들과 함께 이 말도 안 되는 시행령을 폐기하라고 싸우기 위해서 오늘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오늘 제가 발언을 하게 해 달라고 자청을 했습니다. 여러분과 함께 시행령을 폐기하는 투쟁에 함께하기 위해서입니다.

사실 특별법이 제정된 것이 지난 11월이었습니다. 정부에서는 특조위의 위원들에게 3월 5일 임명장만 달랑 주고, 아무런 조직도 예산도 편성하지 않은 채 시간만 보냈었죠. 세월호 특조위의 설립준비단에서 시행령(안)을 마련하고 예산안을 마련해서 빨리 시행령 제정해서 빨리 우리가 일할 수 있게 해 달라 요구했던 것이 지난 2월 17일이었습니다.

한 달이 넘도록 정부는 아무 답이 없었습니다. 그러면서 드디어 3월 27일 정부에서 들고 나온, 입법예고한 시행령(안)은 정말 기가 막힌 내용들이었습니다.

우리는 이 정부에 세월호 특위의 인원을 법이 정한 최대한으로 1백20명으로 하고 또 특위 위원들이 실질적으로 직원들을 지휘하면서 업무를 총괄할 수 있도록 하는 조직 체계를 만들어 달라고 시행령(안)의 내용을 담았습니다.

그런데 정부에서 가져온 안은 어땠습니까. 기획조정실이라는 것을 만들어서 기획조정실장이라고 하는 파견 공무원이 위원회의 모든 업무를 총괄적으로 지시하고 조정할 수 있도록 법을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되면 해양수산부에서 파견 나온 공무원이 위원회의 업무를 좌우하는 결과가 됩니다. 특별법은 위원회를 독립적인 조사기관으로 구성하도록 규정했습니다. 위원회 업무의 독립성도 그래서 특별법에 규정을 만들어서 명시했습니다.

그런데 [정부의] 시행령(안)은 이런 위원회의 독립적인 활동을 완전히 무력화하고 정부에서 파견한 해수부의 공무원이 위원회를 완전히 장악하도록 그렇게 만든 입법안입니다.

거기다가 인력도 줄였습니다. 직원 규모를 1백20명에서 80명 규모로 줄여 놓고 안전사회국, 피해자지원국의 업무는 일개 정부 과 수준으로 격하시켜 버렸습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얘기합니다. ‘해양 사고에 대한 대책만 마련하면 된다’, ‘진상규명 업무는 정부에서 다 조사했지 않느냐? 정부에서 나온 조사 결과만 검토하고 문제점 있는 것에 대해서만 니들이 판단해라’, 이게 정부에서 시행령을 축소해서 만든 배경입니다. 우리 그렇게 할 수 있습니까? (아니오!)

아닙니다. 우리가 진상 규명을 요구했던 것은, 정부에서 검찰에서 감사원에서 조사 결과라고 내놓은 것들이 국민들과 가족들이 요구했던 의혹들을 하나도 해명하지 못했기 때문 아닙니까. (맞아요!)

그런데 정부에서 나온 조사 결과를 그냥 검토하는 수준에서 특위 활동을 하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해양 사고에 대한 대책, 그것에 기초해서 만들라고 합니다. 말이 안 됩니다.

그리고 그나마 그 조직 업무조차도 정부에서 파견 나온 공무원들이 모든 조직의 핵심 직위들을 다 장악하도록 하는 식으로 시행령을 만들었습니다.

이 시행령에 따르면 특조위는 독립적인 조사 활동을 할 수 있는 기관이 아닙니다. 정부의 하위 기관에 불과한, 정부에서 나온 조사 결과 보고서를 사후적으로 검토하는 그런 하위 기구로 전락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이런 [정부의] 시행령(안)을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우리가 작년 세월호 특별법을 제정하기 위해서 얼마나 힘겹게 투쟁해 왔습니까.

모든 국민들이 한마음이 돼서 특별법 제정을 요구했고 정부는 우리가 요구했던 수사권, 기소권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대신에 철저한 진상 조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조사권 정도를 특별법에 명시하는 것으로 갔습니다.

어쩔 수 없는 한계였지만, 우리는 그래도 특조위가 독립적인 기구로서의 위상을 가지고 제대로 진상 조사 활동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제 [정부의] 시행령(안)은 그런 기대조차 완전히 무참하게 짓밟아 버린 그러한 안입니다. 이럴 순 없습니다.

이것은 정부가 특조위를 가지고 농간질을 하는 것이고 국민들과 가족들의 요구를, 그 열망을 철저하게 짓밟아 버리는 행태입니다.

우리는 다시 모여야 합니다. 다시 일어나야 합니다. 작년에 특별법을 위해서 싸웠던 그 힘과 그 열정으로 그 연대의 마음으로 다시 한 번 특조위를 무력화하는 이 시행령(안)이 폐기될 수 있도록 함께 힘을 모아 싸워 나가면 좋겠습니다.

특조위 위원으로서, 위원의 한 사람으로서 저는 특조위 위원보다는 국민의 한 사람이라는 생각에서 작년에 이 자리에서 함께 싸웠던 바로 그 마음으로 다시 시행령(안) 폐기를 위해 여러분들과 함께하겠습니다. 우리 끝까지 함께 투쟁해서 정부의 이 잘못된 시행령(안) 폐기시킵시다. (옳소!)

특조위 무력화하는 정부 시행령 즉각 폐기하라!

감사합니다. 끝까지 여러분들과 함께 투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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