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지는 박근혜의 정치적 위기와 세월호 참사 진실 규명 운동

김지윤

“살인 사건이 하나 나도 경찰들이 잠복 근무를 해서 1년이고 2년이고 찾아내는데, 우리 아이들은 자기들이 죽였기 때문에 안 밝힙니다.”(단원고 2학년 7반 이민우 군 아버지 이종철 씨)

“진실을 침몰시키려는 자, 우리가 반드시 침몰시키겠다” 진실을 은폐하고 돈으로 가족을 능멸한 박근혜 정부를 향해 분노를 토해내는 유가족들. 4월 5일 안산-광화문 영정도보행진 후 열린 국민촛불. ⓒ조승진

세월호 참사 1주기가 다가오고 있지만 진실 규명은 여전히 요원하다.

지난 1년 간 박근혜 정부는 진상규명 방해에 매달려 왔다. 3월 27일 입법예고한 특별법 정부시행령(안)은 특별조사위의 손발을 묶는 내용으로 채워진 “악마의 시행령”이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해 6백만 명이 서명해 겨우 반쪽짜리로 통과시킨 특별법마저 무력화시키려는 것이다. 수사권, 기소권뿐 아니라 조사권도 내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유가족들이 분통을 터뜨리는 것이 당연하다. 정부는 가족의 뜻을 반영해 시행령(안)을 수정하겠다고 말하지만 “설계가 잘못된 건물은 유지 보수가 아니라 때려 부숴야 한다.”(이호중 특별조사위원)

결국 유가족들은 세종시에 있는 해양수산부를 방문했지만 경찰이 가족들의 앞길을 막아섰다. 1년 전 진도에서와 꼭 마찬가지였다.

박근혜 정부는 별안간 정부가 내는 것도 아닌 국민성금 액수까지 임의로 포함해 배·보상 규모를 발표했다. 사람들의 관심사를 시행령에서 ‘돈’ 문제로 돌리려는 얄팍한 꼼수다. 하지만 유가족들에겐 더한층의 모욕이다.

어두운 하반기 경제 전망이나 잡음이 새어나오는 한미일 동맹 등 정치적 상황이 박근혜 정부에게 유리하지 않다. 박근혜 당선의 결정적 요인이었던 우파의 단결도 예전만 못하고 그 기반도 크게 약화됐다. 세월호 참사 진실 규명 운동 같은 정치적 항의 운동과 노동자 투쟁이 박근혜를 위기로 모는 데 크게 기여했다. 최근 홍준표가 경남에서 무상급식을 폐지하며 우파의 수장 구실을 자임하려는 것도 이런 박근혜 정부의 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물타기

박근혜가 세월호 인양 검토를 언급한 것은 대중의 불만을 무마해 이런 곤혹스러운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함이었을 것이다. 박근혜는 자칫 잘못하면 민주노총 4·24총파업과 세월호 참사 진실 규명 운동이 오버랩 되며 4·29 재보선에 악재로 작용할 것을 우려했을 것이다.

갑작스레 터진 ‘성완종 리스트’는 박근혜에게 닥친 새로운 악재다. 박근혜 정부는 지지 하락과 권력 누수 현상을 막고 정적을 약화시키려고 전임 이명박 측과 관련 기업주들을 사정하다가 후폭풍을 맞게 됐다. 이명박의 자원 외교 비리로 뒷조사를 당하던 경남기업 회장 성완종이 친박 실세들에게 돈을 줬다는 메모를 남기고 자살한 것이다. 전임 정권과 차별성을 그어 대중의 원성을 돌리려는 시도는 이렇듯 지배계급 내 분열을 촉발시킬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유가족들은 집단 삭발도 불사하며 진실 규명 투쟁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우파들은 세월호 참사 얘기가 “지겹다”는 여론을 만들려 무던히 애써 왔지만 사람들의 관심은 전혀 식지 않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75.2퍼센트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관심이 있다’고 답했다 (〈한국일보〉). 총학생회 등 학생단체 30여 곳이 구성한 ‘세월호대학생대표자연석회의’가 4월 16일 도심 행진을 하기로 하는 등 대학가에서도 진실 규명 운동이 조직되고 있다.

반갑게도, 민주노총은 4월 18일에 전국 집중으로 여는 총파업 승리 결의대회와 세월호 1주기 범국민대회를 연결시키겠다고 밝혔다. 세월호 참사는 이윤을 우선한 체제가 노동계급과 그 자녀들의 목숨을 가벼이 여기며 빚어낸 비극이고, 이런 체제에서 이득을 보는 소수 지배자들은 참사의 진실을 은폐해 자신의 책임을 감추려 한다. 따라서 조직 노동자 운동은 세월호 참사 진실 규명 운동을 자신들의 고유한 요구(작업장 안전, 민영화 반대, 노동자 죽이기 반대 등)와 연결시켜야 한다. 민주노총의 4·24총파업과 이후 투쟁들이 성공적으로 건설된다면 세월호 참사 진실 규명 운동의 부양력도 커질 수 있을 것이다.

진상 규명 완전히 가로막으려는 “쓰레기 시행령”

김승주

3월 27일 해양수산부가 입법예고한 ‘4·16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 정부시행령(안)의 핵심 내용은 세 가지다. 첫째, 특별조사위원회의 조사 권한을 정부(검찰, 감사원)가 이미 발표한 내용에 대한 검증 수준으로 한정한다. 둘째, 새누리당이 추천한 사무처장의 권한을 강화하고, 사무처장 산하 주요 직책에 해양수산부와 국민안전처(전 해경) 소속 공무원을 파견한다. 셋째, 특별조사위원회의 인력과 예산을 대폭 축소한다. 한마디로 “정부가 특별조사위원회를 장악해 조사의 독립성을 해치겠다”(이호중 특별조사위원)는 것이다! 정부가 조사위원회를 통제하면 조사 결과가 왜곡될 것은 뻔하다.

그동안에도 정부는 11월 7일 통과된 특별법에 따른 특별조사위의 발족을 끊임없이 회피하고 방해했다. 새누리당 의원 김재원은 특별조사위를 “세금 도둑”으로 몰았다. 해수부에서 파견된 공무원이 위원회 발족 준비 내용을 빼돌려 새누리당과 해수부, 경찰서에 정기적으로 제공해 왔다는 사실이 폭로되기도 했다. 그런 박근혜 정부가 이제 와서 “특별조사위 정상 발족”을 근거로 시행령(안) 폐기를 못 하겠다는 것은 억지다.

“쓰레기 시행령”은 완전히 폐기돼야 한다.

온전한 선체 인양은 가능하다

지난해 11월 수중 수색 중단 이후 유가족은 줄기차게 선체 인양을 요구해 왔다. 그러나 정부는 이름뿐인 ‘세월호 선체 처리 기술 TF’만 구성했을 뿐 결정을 미뤄 왔다.

사실 세월호보다 더 큰 화물선을 인양한 경험이 있는 국내 구난 업체들도 있다. 해수부의 발표를 따르더라도, 2000년대 주요 해외 침몰 선박 15건 중 14건이 인양됐다. 이탈리아에서는 세월호보다 16배나 더 무거운 콩코르디아호가 2년반 만에 온전하게 인양된 사례도 있는데, 인양된 배에서 마지막 실종자가 발견되기도 했다.

그러자 정부는 이번에는 돈 문제를 흘렸다. 해수부는 지난 4월 8일 세월호 참사 수습 및 피해 지원을 하는 데 총 5천5백억 원이 들고, 인양하는 데도 1천2백억 원이 든다고 언론에 흘린 것이다. 인양 여부와 방식을 결정하기도 전에 비용 문제부터 터뜨려 부정적인 여론을 자극하려는 꼼수다. 구체적인 비용 책정 근거도 없다.

인양된 선체는 진상 규명을 위한 중요한 증거다.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군사력 증강에는 세금을 물 쓰듯 하는 정부가 인양 비용을 운운하는 것은 다시 한 번 지배자들의 비정한 우선순위를 보여 준다.

돈으로 유족을 능욕하는 정부

유가족들이 시행령(안) 폐기를 요구하며 광화문과 청운동 농성을 시작한 지 이틀째 되는 날 배·보상안이 나왔다. 유가족들은 “정부가 돈으로 진실을 거래하려 든다”며 속상한 심경을 토로했다. 그동안에도 유가족들은 알량한 생계비 지원조차 복잡한 절차를 거쳐 어렵사리 받아야 했다.

게다가 정부는 ‘세월호 참사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배·보상안) 시행령에서 심리 치료와 의료 지원 시간을 대폭 축소하고, 생계와 고용 보장을 없애버렸다. 정부는 이제껏 제대로 된 지원을 한 적도 없으면서 유가족들을 보상금에 눈 먼 사람으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진짜 돈에 눈이 먼 자들이 진실을 찾는 유가족들의 애끓는 심정을 매정하게 매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