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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고용 전면 공격과 민영화가 본질인 공공기관 2단계 ‘정상화’

박근혜 정부가 복지 지출 절감 방안을 내놓은 데서 알 수 있듯이, 공공기관 2단계 ‘정상화’ 공격이 본격화될 예정이다.

2단계 ‘정상화’의 핵심 내용은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임금·고용에 대한 전면 공격과, 민자사업 활성화를 통한 민영화다. 그리고 이번 공격은 일부 ‘중점 기관’이 아니라 지방공기업 등 공공기관 전체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최근 행정자치부가 내놓은 ‘지방공기업 혁신 방안’에도 2단계 ‘정상화’ 내용이 고스란히 들어 있다.

정부는 성과연봉제, 임금피크제, 퇴출제를 도입하려 한다. 이는 전반적인 임금 삭감과 성과 경쟁에 따른 노동강도 강화와 고용 불안을 낳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비교적 잘 조직된 공공부문 노조를 약화시키려고도 한다.

공공기관에서 임금체계가 개악되면, 민간부문에서도 기업주들이 훨씬 수월하게 노동자들을 공격할 것이다.

정부는 자산 매각, 공기업의 ‘기능 조정’ 따위로 에둘러 표현하고 있지만, 그 내용은 민영화와 다를 게 없다. 특히, 공항철도 매각과 신규 철도노선 운영권 매각, LH공사의 공공임대주택 공급 축소, 고속도로 건설과 도로 유지 보수 업무 사기업 이양 등은 그 자체로 민영화다.

정부는 민영화를 압박하기 위해 5년 이상 당기 순손실이 발생한 공기업은 주식 양도나 해산을 가능하게 하는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 기준에 서울대병원 등 여러 의료기관들이 포함된다.

공공부문 노동조건 공격은 공공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린다

정부는 이와 같은 공공부문 ‘개혁’의 진정한 본질을 가리기 위해 공공부문(과 공공부문 정규직 노동자)을 ‘방만’, ‘과잉’, ‘비효율’의 표상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공공부문 고용 비중은 결코 높은 수준이 아니다. 2009년 한국 공공부문 종사자의 비율은 OECD 평균의 4분의 1밖에 안 된다.

다른 부문보다 고용이 안정적이라는 이유로 공공부문 노동자들을 ‘철밥통’이라고 비난해서는 안 된다.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숙련도와 안정성은 안정적이고 질 높은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필수적이다. 적은 인력으로 성과 내기에 내몰리는 노동자들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서비스 이용자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공공부문 정규직 노동자들의 조건 악화가 비정규직 처우 개선이나 신규 고용 창출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예컨대, 정부는 경영평가에서 정원 감축을 평가 지표로 삼고 있는데, 정규직 정원이 줄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더 어려워지고 신규채용도 늘기 어렵다.

또, 총액인건비제로 인건비 증액이 가로막혀 필요한 업무가 있어도 정규 인력을 충원하지 못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조건도 악화됐고 공공부문 비정규직은 정규직 노동자의 25퍼센트에 이를 정도로 급격히 증가했다.

공공서비스와 공공기관 노동자 둘 모두를 지켜야 한다. 경제 위기로 사람들의 삶이 악화되고 있으므로 교통·보건·복지 등 필수서비스를 오히려 확대해야 한다. 이를 위해 더 많은 인력을 충원하고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

이미 시작된 공공부문 노동자 쥐어짜기에 맞서 투쟁을 조직하고 연대를 확대해야 한다. 3월 18일 서울대병원 투쟁 승리 결의대회. ⓒ조승진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공공기관 2단계 ‘정상화’ 공격은 이미 시작됐다. 서울대·경북대 병원 측은 성과연봉제 도입을 담은 취업규칙 변경을 추진해, 이를 둘러싸고 투쟁이 벌어지고 있다. 철도 사측은 현장 통제를 강화하고 성과연봉제 등을 추진하기 위해 근속승진제 폐지 압박을 거세게 가하고 있다.

행자부는 성과급을 균등 분배하는 지방공기업의 경영평가 점수를 0점 처리하겠다고 협박하고 있다.

이미 시작된 공격에 맞서 싸우고 연대를 확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철도, 서울대병원, 지하철 등은 공공부문의 주요 작업장으로, 파급효과도 클 것이다.

일각에서는 국민적 지지를 얻으려면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자신의 노동조건이 아니라 공공성 방어를 위해 투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공공성과 노동자 조건을 대립시키는 것은 오히려 노동자들의 사기를 떨어뜨려 공공성 방어 투쟁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자신의 노동조건을 지키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공공성 방어를 위해 자신감 있게 저항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경영평가나 단협 개악 같은 방식으로 ‘정상화’를 추진해,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정부 정책 폐기 투쟁으로 결집하지 못하게 하려 한다.

이에 맞서 노조들이 단결해 대응해야, 개별 사업장이 정부의 경영평가 압박에 무너지지 않을 수 있다.

노사정위 합의 결렬 이후, 정부는 노동시장 구조 개악을 밀어붙이려는 상황이다. 공공운수노조 집행부는 한국노총 소속 공공노련과 금융노조 등에게 노사정위 공공부문발전특위에서 나오라고 촉구해야 한다. 공공운수노조는 양대 노총 공조를 이유로 투쟁을 미뤄선 안 된다. 이는 지난해 1단계 ‘정상화’ 저지 투쟁 실패에서 끌어내야 하는 교훈 가운데 하나다.

지난해 ‘정상화’ 반대 투쟁을 되돌아보면, 조합원들이 싸울 의지가 없어 불가피하게 양보교섭을 한 게 아니다. 철도노조와 한수원노조에서는 합의안이 부결돼 집행부가 사퇴하기도 했다. 여러 노조의 임원 선거 결과 집행부가 교체된 데서 알 수 있듯이, 양보교섭에 대한 조합원들의 불만이 꽤 컸다.

2단계 ‘정상화’는 노동자들의 임금과 고용을 정면 공격하는 것이어서 노동자들의 위기감도 어느 때보다 크다. 공공부문 활동가들은 민주노총 4월 총파업을 투쟁의 도약대로 삼아 노동자들의 조건과 공공성 모두를 지키기 위한, 2단계 ‘정상화’ 반대 투쟁을 시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