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박근혜는 "공무원연금 개혁이 지연되면 매일 80억 원씩 보전금이 투입돼야 한다”고 말하는데, 공무원연금 때문에 다른 부문 노동자들이나 미래 세대의 세금 부담이 늘어나는 것 아닌가?

정부는 올해 공무원연금에 3조 원가량을 지원할 예정인데 이를 3백65일로 나누면 하루에 약 80억 원이다. 박근혜는 이를 ‘보전금 투입’이라며 세금 낭비를 연상시키려 한다. 낯익은 수법이다. 2007년 국민연금 개악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이었던 유시민은 국민연금을 삭감하지 않으면 ‘매일 8백억 원씩’ 잠재부채가 늘어난다고 협박했다.

한국 정부의 한 해 복지 지출은 2013년 기준으로 1백45조 원(GDP의 10.2퍼센트)이다. 하루에 4천억 원씩 ‘투입’하는 셈이다. 따라서 공무원 퇴직자(와 유족) 36만여 명에게 이 정도 복지를 제공하는 것을 두고 국가 부채 운운하는 것은 부풀리기에 지나지 않는다.

전체 인구의 0.7퍼센트에게 복지 지출의 2퍼센트가 돌아가는 것을 불합리하게 볼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불균형이 생기는 것은 한국 정부의 복지 지출이 OECD 평균의 절반밖에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다른 노동자들의 노후에 대한 지원이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기업주·부자들에게 세금 부담을 지우고, 불필요한 군사력 유지에 낭비되는 지출을 줄여 복지 지출을 늘려야 한다.

Q 며칠 전부터 언론들은 지난해 국가 부채 증가분 93조 원 중 절반이 공무원연금 때문이라고 비난하는데 사실인가?

‘연금충당부채’는 정부가 앞으로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으로 ‘지급해야 할’ 연금을 모두 합친 금액이다. 마치 자식을 낳자마자 앞으로 지출할 양육비, 교육비, 결혼비용까지 수억 원을 빚졌다고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정부에 지급 의무가 있기 때문에 이렇게 계산될 뿐, ‘낭비’나 빚과는 거리가 멀다.

정부가 지급 의무를 질 경우 국민연금 충당부채도 계산상 수백조 원이 된다. 5백조 원이 기금으로 쌓여 있는데도 말이다. 실제로 2014년에는 국민연금도 정부가 ‘지급 의무’를 지도록 하는 법안이 상정됐는데 새누리당은 이 조항을 삭제해 통과시켜 버렸다. 한마디로 책임지지 않겠다는 뜻이다. 새누리당은 이 지급 의무 조항을 삭제한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Q 복지 지출도 줄이는 판에 3백만 원이 넘는 연금은 좀 깎아야 하지 않나?

전체 공무원연금 수급자 중에 3백만 원 이상 받는 사람은 5분의 1 정도다. 그조차 고위직 공무원들을 제외하고 나면 교사들 일부가 이 정도 연금을 받는다. 일각에서 이를 두고 공무원 노동자 대부분이 ‘특혜’를 누리는 것처럼 얘기하는 것은 과장이다. 그럼에도 비정규직, 청년 실업, 노인 빈곤 문제 등이 워낙 심각하다 보니 3백만 원이 큰돈으로 여겨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첫째, 3백만 원가량 받는 공무원들의 연금 일부를 깎는다고 다른 복지가 늘어나지는 않는다. 박근혜는 하향평준화를 하려고 노동자들 내의 차이를 강조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상대적’ 고액 연금을 깎아야 한다는 논리를 받아들이면 결국 노동자들이 받는 연금 총액을 줄이는 효과만 낸다. 또, 얼마를 기준으로 얼마나 깎을지를 두고 노동자들 사이에 분열이 생길 수 있다. 이런 이간질에 맞서려면 일체의 후퇴를 거부하고 단결해 싸워야 한다. 소득 재분배는 노동자들이 받는 연금 총액을 늘리는 방식, 즉 상향평준화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만 한다. 둘째, 보통 사람들은 평생 쓰는 의료비의 절반 이상을 65살 이후에 지출한다. 청년 실업이 크게 늘어난 결과 교육비, 주택 구입비 등 청년층의 부담을 그 부모들이 분담한다. 3백만 원은 ‘퇴직 후 여유로운 생활’을 누릴 수 있게 해 줄 수 있는 액수지만 왜 노동자들은 이를 누려선 안 되는가? 박근혜는 임기를 제대로 마칠 경우 매달 2천여만 원을 연금으로 받는 데 말이다.

Q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을 통합하는 게 맞지 않나?

장기적으로 공무원 노동자들과 다른 노동자들이 같은 제도에 포함되는 것은 전체 노동자들의 단결에 도움이 된다. 그러면 개악을 막거나 개선할 가능성도 커질 것이다.

그러나 어떤 통합인가가 핵심이다. 예컨대 직장과 지역으로 나뉘어 있던 건강보험이 통합된 것은 대부분의 노동자들에게 이익이었다. 직장의료보험에서 남는 재정을 가난한 지역의료보험 가입자들을 위해 쓸 수 있었기 때문이다. 통합 과정에서 정부 지원도 늘었다.

그러나 지금 정부가 제시하는 일원화는 그 반대다. 먼저, 정부 지원을 대폭 줄인다. 또, 실질 소득대체율이 23퍼센트밖에 안 되는 국민연금을 기준으로 공무원연금을 하향평준화하려 한다. 공무원연금에서 삭감한 돈이 국민연금 가입자들에게 돌아가는 것도 아니다. 더 나아가 공무원연금 개악은 국민연금 추가 개악(보험료 인상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벌써 국민연금 재정 고갈 시기가 예정보다 빠를 것이라는 ‘군불 때기’가 시작됐다. 따라서 당장은 정부의 공무원연금 개악에 반대하고, 장차 적당한 때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의 상향평준화를 요구해야 한다.

Q 국민연금을 공무원연금 수준으로 높이자는 건 너무 이상적인 얘기 아닌가?

2013년 현재 65세 이상 공적 연금 수급자 2백29만 9천5백44명에게 공무원연금 월 평균수급액인 2백17만 원을 지급하려면 연간 약 60조 원이 필요하다. 2013년 국민연금의 1년 수입이 48조 원이고 공무원연금 수입도 10조 원 정도 된다. 여기에 사학연금 수입 3조 원을 더하면 필요한 재정은 이미 걷히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한쪽에 엄청난 기금을 쌓으면서도 노인들에게 충분한 연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전체 노동자의 절반이 국민연금 혜택을 받지 못한다. 퇴직은 60살 전에 하는데 연금은 65살부터 주는 것도 말이 안 된다.

앞서 언급한 60조 원을 모두 연금으로 지급해도 한국 정부의 공적 연금 지출은 OECD 평균의 절반을 약간 웃도는 수준이다. 따라서 기초연금을 대폭 인상하는 방식으로 공적 연금을 강화하면 모든 노동자들에게 현행 공무원연금 수준의 연금을 지급하는 것도 꿈같은 얘기는 아니다.

그 재원은 투자되지도 않고 쌓여만 가는 사내유보금 등 기업주·부자들의 재산과 소득에 높은 세금을 부과해 마련해야 한다.

Q 공적 연금 강화를 위해 공무원연금을 일부 양보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공적 연금을 강화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지금 열리고 있는 국회 특위와 실무기구에서(그 이전의 대타협기구에서도) 공적 연금은 진지한 논의 대상이 아니다. 새누리당은 단 한 번도 공적 연금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없다. 박근혜는 고작 20만 원에 지나지 않는 기초연금 공약도 지키지 않았다.

새정치연합은 국민연금을 3분의 1이나 삭감한 주범이고, 기초연금 먹튀에 합의해 준 공범이기도 하다. 대타협기구에서도 공무원연금 개악안은 내놨지만 공적 연금 강화안은 없었다. 새정치연합은 ‘공적 연금 강화’를 명분으로 공무원노조 등을 대타협기구에 끌어들이고는 결국 도긴개긴[‘도찐개찐’으로 잘못 알려진 말을 바로잡았음 ― 〈노동자 연대〉 신문 편집자]인 개악안을 내놨을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공무원연금을 일부 양보한다고 해서 공적 연금이 강화될 리 없다. 오히려 공적 연금 강화는 이런 개악을 막는 것에서 시작돼야 한다.

설사 공무원연금 삭감으로 줄인 재정을 공적 연금에 지원한다고 해도 실질적인 도움은 안 된다. 규모가 엄청나게 차이 나기 때문이다. 정부가 공무원연금에 지원하는 돈은 국민연금 보험료 수입의 7퍼센트도 안 된다. 공적 연금을 실질적인 노후 보장 수단으로 만들려면 훨씬 큰 재원이 필요하다.

이처럼, 공무원연금을 삭감해 공적 연금 전체를 강화하자는 것은 순서가 뒤바뀐 논리다.

Q 실무기구에서는 어떤 안을 논의하나? 김용하 안? 김연명 안?

새누리당이 이미 국회에 발의한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은 ‘43퍼센트 더 내고 34퍼센트 덜 받는’ 안이다. 여기에 더해 신규 공무원은 국민연금 수준으로 더 깎는다. 연금 지급 개시 연령도 모두 65살로 늦춘다. 정부가 지급을 보증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정부 보전금을 대폭 줄이거나 없앨 수 있다. 매년 물가 인상률보다 낮게 인상해 실질 가치는 갈수록 떨어지도록 한다.

새정치연합이 대타협기구에 내놓은 안은 29퍼센트 더 내고 11퍼센트 덜 받는 안이다. 신규 공무원 차별은 없지만 퇴직수당은 현행대로 유지한다. 5년 동안 연금 인상을 동결한다. 그러다 보니 퇴직수당을 인상하기로 한 새누리당 안과 큰 차이가 없다. 연금 지급 개시 연령이나 정부 지급 보증 등에 대한 입장은 내놓지도 않았다.

지난해 처음 개악안을 내놓은 연금학회 출신의 김용하는 새누리당 추천 전문가로 실무기구에 참가하는데, ‘43퍼센트 더 내고 13퍼센트 덜 받는’ 안을 제시하고 있다. 정부 발표대로라면 재정 절감폭이 가장 크다. 그만큼 고통전가 폭이 크다는 뜻이다. 새정치연합 추천 전문가로 참가하는 김연명 교수는 43퍼센트 더 낼 수 있다고 했다. (기여율 10퍼센트) 이는 공투본이 “더 내는 방향으로 고통분담을 감수할 수 있다”는 양보안을 제시한 데 따른 것이다.

따라서 실무기구에서는 개악 여부가 아니라 개악의 폭을 놓고 줄다리기가 벌어질 것이다. 그것도 기여금을 대폭 인상하는 것을 전제로 논의가 진행될 것이다. 공무원노조 지도부가 실무기구에서 나와야 하는 까닭이다.

Q 협상과 투쟁의 병행 전술이 효과적인 것 아닌가?

노동조합이 협상과 투쟁을 병행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자본주의 체제를 혁명적으로 전복하지 못하는 노동자 투쟁이라면, 그 끝에는 모종의 협상이 있게 마련이므로 사회주의자들은 협상 자체를 원칙적으로 반대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공무원노조의 이충재 집행부는 협상에 매달리고 있지, 투쟁을 제대로 하진 않고 있다.

게다가 협상이 노동자들에게 유리하려면 투쟁을 통해 노동자들의 힘을 강력하게 보여 줘야 한다. 따라서 협상과 투쟁에 똑같은 무게를 실을 수는 없다. 협상 중심의 논리는 투쟁의 발목을 잡기 때문이다. 3월 28일 집회를 앞두고 새누리당 조원진은 “대타협을 하려면 내일 잡혀 있는 투쟁 날짜부터 바꾸세요” 하며 대타협기구를 만든 속내를 드러냈다.

또, 투쟁력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어떤 식으로든 양보안을 내놓으라는 압력을 받게 된다. 실제로 공투본 지도자들은 양보를 전제로 실무기구에서 협상을 이어갈 의사를 밝혔다. 특히, 임금 인상이나 노동조건 개선안을 두고 벌어지는 공세적 협상이 아니라 개악안을 두고 벌이는 방어적 협상에서는 이런 압력이 더욱 크게 마련이다.

일반으로 말해, 협상 결과는 투쟁 수준에 크게 좌우된다. 노동자들이 파업 같은 효과적인 행동에 나설 태세를 보여 주지 않는 한 협상만으로 우리에게 유리한 결과가 나오는 경우는 흔치 않다. 게다가 양보를 전제로 한 교섭은 노동자들의 사기를 꺾고 투쟁 의지를 약화시켜 결국 더한층의 양보로 내몰릴 뿐이다.

새누리당은 이제 기여금 인상은 기정사실화하고 수급액을, 얼마 깎을지만 논의하자고 한다. 공무원연금 개악을 막으려면 지금은 협상이 아니라 공무원 노동자들이 실질적 파업에 나서도록 해야 한다.

Q 파업하면 개악을 저지할 수 있나?

공무원 노동자들이 가진 잠재력만 보면 정부를 물러서게 할 힘이 충분히 있다. 파업은 정부의 일선 업무를 마비시켜 커다란 압력을 줄 수 있다.

실제로 공무원 노동자들은 2000년과 2004년에 이 힘을 보여 준 바 있다. 2000년 김대중 정부가 추진한 공무원연금 개악 시도는 당시 노동조합 설립 물결과 결합된 강력한 투쟁에 부딪혀 실패했다. 오히려 이 투쟁의 성과로 정부가 공무원연금 재정 부족분을 책임지도록 하는 조항이 도입됐다.

2004년 노무현 정부 하에서 공무원노조가 노동3권 등을 요구하며 벌인 파업도 코앞에 닥친 공무원연금 개악 시도를 차단하는 효과를 냈다. 이 때문에 국민연금 개악의 명분이 약해지자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 유시민은 행자부 장관에게 언성을 높여가며 성질을 내기도 했다.

문제는 노동조합 지도자들이 협상에 매달리며 파업을 진지하게 준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또, 파업을 해도 자기제한적으로 힘을 사용하면 오히려 피해가 더 커질 수도 있다.

박근혜 정부가 공무원연금 개악에 온 힘을 쏟고 있는 만큼 노동자들도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내야 한다.

박근혜 정부는 공무원연금 개악을 발판으로 공공부문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나아가려 한다. 따라서 이 투쟁을 공공부문 공격에 맞선 더 광범한 투쟁으로 연결시켜야 한다. 민주노총도 4월 24일 총파업을 선포하고 파업 조직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만큼 공무원노조 활동가들은 이 기회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Q 실무기구에서 탈퇴하면 공노총과 교총이 합의하는 걸 막을 수 없지 않나?

공무원노조 집행부는 똑같은 이유로 대타협기구에 참여했지만 결국 공투본이 “고통분담” 하겠다는 양보안을 제출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 공노총과 교총을 견인하기는커녕 끌려다니며, 오히려 싸우자고 호소한 전교조만 따돌린 셈이다. 실무기구를 두고도 전교조는 밖에서 싸울 것을 호소했지만 공무원노조 집행부는 결국 이를 뿌리치고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단결의 논리를 내세웠지만 투쟁 속의 단결이 아니라 양보 교섭으로 우파적 단결을 추구한 셈이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실무기구에서 어떤 진지한 논의도 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4월 24일 전까지 파업을 제대로 조직하지 못하도록 노조 지도자들의 발만 묶어 두면 된다는 생각인 듯하다.

공노총과 교총 지도부의 뒤꽁무니를 쫓으며 이들의 배신을 막을 수 있다는 생각은 착각이거나 자기기만이다. 그나마 이들에게 좌파적 압력을 가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민주노총, 전교조와 함께 투쟁을 조직하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공노총, 교총 조합원들 사이에서도 싸워야 한다는 압력이 생겨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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