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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사회주의자가 전한다:
시리자 정부 하에서도 계속되는 아래로부터의 압력

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인 유로그룹이 시리자 정부에 가혹한 타협을 강요하면서 긴축에 대한 분노가 더욱 커지고 있고, 이런 분노는 평범한 노동자들 사이에서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고 코스타스 피타스가 말한다. 코스타스 피타스는 그리스 개발부 공무원 노조의 사무국장이자 그리스 사회주의노동자당과 안타르시아 회원이다.

1월 25일 시리자가 선거에서 승리하면서 낙관적인 분위기가 널리 퍼졌다. 파업·점거·광장 시위를 비롯한 5년간의 투쟁 끝에, 긴축 양해각서를 따르는 정부가 무너지고 좌파 정당이 집권했다. 시리자 장관들은 이런 낙관을 북돋았다. 특히 정리해고된 공무원 노동자들의 복직, 민영화 중단, 이주민 수용소 폐쇄 등을 약속했다.

두 달이 지난 지금, 상황은 좀 달라 보인다. 2월 20일 시리자 정부가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들의 협의체]과 맺은 합의안은 긴축을 연장한 것으로, 노동자들의 요구를 제대로 들어 주기 위한 최소한의 약속마저 저버린 것이었다. 그 합의는 시리자를 지지했던 사람들 사이에서도 실망을 낳았다. 그러나 수동적으로 관망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인 것은 아니다. 좌파를 당선시킨 노동계급 운동의 경험·자신감·급진성은 매우 강력해, 그리 쉽게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현재 트로이카(유럽연합·IMF·유럽중앙은행)의 협박에 맞서 “자신들의” 정부[시리자 정부]를 지지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뿐 아니라, 지배계급 정당들은 완전히 혼란에 빠져 있고 당분간은 그럴 것이다. 이 점이 매우 중요한데, 사람들이 시리자에 투표한 이유는 시리자가 친유럽연합 노선이라서가 아니라, 자신들이 지난 5년간 도둑맞은 것을 되찾길 바랐기 때문이다. 이런 바람은 시리자의 타협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크다. 따라서 트로이카가 압력을 가하면 가할수록 사람들은 더 많이 분노한다. 이런 분노는 시리자에 대한 지지로 이어진다.

유로그룹과 합의한 이후 몇 주간 트로이카의 압력은 더 거세졌다. 유럽의 언론과 TV뉴스는 시리자 정부에 대한 협박과 공격으로 가득했다. 긴축을 강요하는 세력들은 그리스 선거 결과에 몹시 화를 내고 있다. 왜냐하면 그것은 대중의 좌선회를 의미하고 그 메시지가 다른 나라로까지 퍼져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사력을 다해 이 메시지를 지우려 하고 시리자 정부가 긴축을 이어가도록 압박하는 것이다. 그들은 트로이카와 합의한 것을 지키기 위해 심지어 한두 달 동안 월급과 연금 지급을 중단하라고까지 요구했다!

3월 14일 그리스 재무부 장관 야니스 바루파키스는 이탈리아에서 열린 실무회담에서 “[시리자] 정부는 모든 공약을 유예해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노동과 사회 보장에 대한 우리의 요구는 협상 대상이 아니다” 과거 친긴축 정부에 맞서 투쟁한 공영방송 ERT와 비오메(Vio.Me) 노동자들, 재무부 청소노동자, 해직 교사 등이 시리자 정부에 자신들의 요구를 전달하는 시위를 벌였다. 4월 6일 아테네. ⓒ사진 출처 그리스 〈노동자 연대〉

거듭 타협한 시리자

시리자 정부가 어느 정도 타협한 것인지 살펴봐야 한다.

지난해 9월 시리자 지도자 알렉시스 치프라스는 시리자가 집권하면 교섭 결과와 상관없이 양해각서 집행을 당장 중단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또, 대부분의 부채를 놓고 “헤어컷”[부분적 부채 탕감] 교섭을 벌이고, 남은 부채도 경제가 성장할 때만 갚는다는 단서를 달겠다고 했다. “유예 기간”을 요구해 은행 저축을 경제 성장에 사용할 것이라고도 했다.

올해 2월 정부는 다음과 같은 기조를 가지고 협상을 시작했다: 양해각서 조항의 70퍼센트는 인정할 수 있다. 부채를 일부 줄이고 채권으로 바꿔야 한다. 모든 채무국이 참가하는 국제 회담을 열어야 한다. 시리자가 일부 공약이라도 시행할 수 있도록 최소 6개월간 긴축 정책 없는 지급 유예 기간을 보장해야 한다.

협상 결과는 다음과 같다: 지급유예는 간데없고 시리자 정부는 트로이카의 가차없는 감시 속에 양해각서 내용을 4개월 더 연장하는 데 동의했다. “기한 내”에 모든 부채를 채무자들에게 갚겠다고 서명했다. 국제 회담에 대한 논의는 전부 삭제됐다. 어떠한 행동도 [트로이카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취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트로이카는 이 합의로 만족하지 않았고, 오히려 독일 총리 앙겔라 메르켈과 그 밖의 다른 유럽 지배자들의 압력은 더 커졌다. 두 번째 유로그룹 회담에선 민영화와 “구조조정”이 결정됐다.

이 모든 타협은 실질적인 후퇴로 이어졌다. 지난 9월 치프라스는 [긴축 정책에 따른] 인도주의적 위기를 해결하는 첫 기본 조처를 취하는 데 20억 유로를 사용하겠다고 약속했다. 지금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법안에서는 그 비용이 2억 유로로 줄었다. 그와 동시에, 정부는 IMF에 지불할 3월 분납금을 마련하는 데 노동자들의 연금 기금을 사용했다.

공영방송국 ERT의 운영 재개를 위해 국회에 제출된 법안은 노동조합이 요구했던 것에 턱없이 못 미친다. 법안에 따르면 “ERT 재개 문제는 백지 상태에서 시작할 것”이라고 한다.

이는 모든 ERT 직원을 획일적 기준으로 대하겠다는 것이다. 점거와 시위에 참가하고 방송을 노동자 통제에 두고 시리자를 집권시킨 운동을 지지한 압도 다수 노동자들과, 긴축 시행 정부가 [ERT 폐쇄 후 만든] 새 국영 TV에 일하려고 지원했던 파업 파괴자들을 똑같이 취급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임금과 노동조건은 어떤지, 그리스 전역의 모든 라디오와 TV 방송지국 운영을 재개할 것인지를 포함해 많은 것들이 불명확하다. 그리고 단연 가장 큰 문제 하나는 ERT의 관리 구조를 다른 민간 TV방송국과 똑같이 만들어서 노동자들이 어떤 정책 결정도 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ERT 노동조합은 새 법안 수용을 거부했다.

시리자는 최저임금을 즉각 7백51유로[89만 원]로 되돌리겠다고 약속했지만, 이것도 2016년 말로 연기됐다.

결론을 말하자면, 긴축 정책은 조금치도 완화되지 않았다. 오히려 시리자는 향후 석 달 동안 그리스가 유럽연합의 엄격한 예산 규정을 지키고 민영화를 이끌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줘야 한다는 압력에 놓여 있다.

시리자 내 “공식” 반대파의 한계

운동의 좌파적 동력은 선거 이후 사라지기는커녕 오히려 더 강해졌다. 치프라스 지도부는 시작부터 왼쪽의 압력에 놓여 있었다. 유로그룹과의 협상 기간에 국회 반대편 신타그마 광장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광장에 모인 사람들 사이에서는 처음부터 시리자에 대한 [무비판적] 지지보다 정부가 약속을 저버리지 않도록 압력을 가하고자 한 것이 두드러졌다.

바루파키스가 합의안에 서명했을 때, 그 타협에 항의해 최초로 시위를 조직한 것은 혁명적좌파연합 안타르시아였고, 공산당(KKE)이 그 뒤를 이었다. 시리자의 당내 좌파 의견그룹 연합(이하 레프트플랫폼) 주변의 좌파 의원들과 중앙위원회 내부에서도 이견이 터져나왔다.

직장과 대학 등지의 시리자 당원이나 지지자들과, 당 내부의 “공식” 반대파 레프트플랫폼 사이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그 차이는 이데올로기적인 것이 아니다. 비록 레프트플랫폼이 많은 쟁점에서 “좌파적 애국주의”의 태도를 취하긴 하지만 말이다. 진짜 차이는 레프트플랫폼이 시리자보다 좌파적인 정치세력의 일부로 보일 만한 행동을 일절 피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그들은 말은 많이 하지만 ― 그것도 아주 온건하고 조심스럽게 ― 행동에 나서기는 거부한다.

3월 21일 인종차별에 맞선 시위가 좋은 예다. [이날 시위를 국제적으로 처음 호소한] ‘인종차별·파시즘 반대 운동’(KEERFA)의 압력은 몹시 커서 시리자와 레프트플랫폼은 이를 무시할 수 없었다. 그러나 집회 당일 아테네에서 시리자는 2시간 일찍, 다른 광장에서 집회를 따로 열었고 겨우 5백 명가량 모였다. 반면에 KEERFA의 행진에는 수만 명이 참가했다.

아래로부터의 압력과 공동전선

이 글을 쓰는 지금, 그리스 서부 파트라스 시에서는 지역 차원에서 시리자 청년·직장 조직들이 안타르시아, KEERFA, 그리스 사회주의노동자당과 함께 행동을 조직하고 있다. 내가 속한 노동조합의 집행부는 공산당, 시리자, 안타르시아 당원 모두가 KEERFA 시위를 지지했다.

교사 노조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지도부에 속한 시리자 레프트플랫폼 당원들은 3월 21일에 시리자가 [따로] 주최한 집회를 지지했다. 그러나 아테네의 여러 지회 간부들은 시리자 지지자든, 공산당 지지자든, 안타르시아 지지자든 만장일치로 KEERFA 시위를 지지했다.

상층과 기층 모두에서 공동전선 전술을 적용함으로써, 사회주의자들은 시리자를 주야장천 비난만 하는 것이 아니라 ― 공산당이 그런다 ― 시리자 당원들과 공동 행동을 건설할 수 있다.

직장과 조직 노동자 운동 속에서는,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분위기가 명백히 있다. 해직 교사들은 정부 각료가 “(복직까지는) 오래 걸릴 것”이라고 하자 항의시위를 하고 국회를 포위하기로 했다. 대학 행정직들은 일을 멈추고 시위에 나서기로 했다. 공공부문노총(ADEDY)과 시청노조(POEOTA)는 정리해고된 노동자들의 즉각적인 복직과 양해각서로 인한 문제 일체의 해결을 요구했을 뿐 아니라 한발 더 나아갔다. 그들은 즉각적인 부채 탕감도 요구했다.

공공부문

이 글을 쓰는 지금, 공공부문노총 지도부는 몇 주 안에 공공부문 전체를 아우르는 하루 ‘행동의 날’을 조직하라는 압력을 소속 노조들로부터 받고 있다. 3월 11일에는 여러 병원에서 노동자 집회가 열렸고, 일부에서는 일을 멈추고 보건부 앞 시위에 참가했다.

부두 노동조합은 피레우스 항만의 민영화가 계속 진행되면 파업에 들어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3월 19일 아테네 지하철 노동자들은 3시간 파업에 들어가며 열악한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는 총회를 열었다. 3시간 동안 어떤 지하철도 움직이지 않았다.

이런 능동적인 정서는 노동조합이 강력한 공공부문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3월 첫 주에 민간 휴대폰기업(윈드, 보다폰, 포스넷) 노동자들이 신규 단체협약을 요구하고 사용자의 전횡을 끝내라며 파업에 들어갔다. [그리스와 터키 사이의] 에게 해(海) 제도에 승객을 실어 나르는 여객선의 선원들은 몇 달째 체불된 임금을 지급하라며 파업에 들어갔다. 해고에 항의하는 시위가 여러 대형마트에서 일어났고, 코카콜라 공장 등 직장 폐쇄에 맞선 투쟁도 선거 전부터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다.

인종차별과 파시즘 반대

이런 움직임은 단지 경제적 요구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인종차별과 파시즘에 맞선 쟁점도 있다. 아테네 아미그달레자 이주민 수용소에서 반란이 일어난 후, 시리자는 수용소를 폐쇄할 것이라고 공표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수감자들의 석방은 매우 느리게 진행되고 있고, 또 많은 조건이 따라붙고 있다. 또한, 다른 이주민 수용소들에 대해서는 어떠한 약속도 없다. 공공질서부 장관(중도좌파인 민주좌파당 당원)은 터키와 맞닿은 북동부 국경에 이주민을 막기 위해 세운 “수치심의 장벽”을 계속 유지하고, 아테네 중심지에서 특별 경찰 순찰대를 이용한 이주민 검거를 다시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치인 황금새벽당 지도부의 살인 사건 공판(4월 20일에 시작)을 한 달 남기고 국회의장인 시리자의 한 지도적 의원은 “[황금새벽당은] 합법 정당이므로” 수감된 황금새벽당 의원들에게 의정 활동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사람들은 지난 정부들이 취한 인종차별적 조처를 철회하지 않고 파시스트 처벌조차 가로막는 법치가 대체 무엇을 위한 법치냐며 크게 분노했다.

선거 후 KEERFA는 이주민 수용소 주변과 아테네 중심지에서 시위를 개최했다. 그러나 다른 무엇보다 인종차별과 파시즘에 맞선 운동의 상승세를 보여 준 것은 3월 21일 아테네 등 그리스의 네 도시에서 개최된 반파시즘 집회에 노동자들과 청년들이 대거 참가한 것이다.

3월 21일, 그리스의 ‘인종차별·파시즘 반대 운동’이 조직한 시위. ⓒ사진 출처 그리스 〈노동자 연대〉

혁명가들의 과제: 말만 해서는 안 된다

1월 25일 시리자의 당선은 그리스 노동운동과 좌파들의 조건을 극적으로 변화시켰다. 이 시기는 막대한 과제를 제기한다. 시리자가 선거에서 승리한 것은 그들이 희망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이 희망을 어떻게 이어갈 것인지가 중요한 과제다. 이런 관점에서 오늘날 혁명가들의 구실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시리자가 유로그룹과 합의한 후, 부채 탕감과 [트로이카의 승인 없이] 일방적으로 행동할 필요성에 대한 토론이 직장에서 활발해졌고, 이런 토론은 흔히 ‘개혁이냐 혁명이냐’ 하는 양자택일 문제로 이어진다. 나는 개발부 산하 산업부처에서 일하는데 노조 회의에서는 해고된 동료들을 어떻게 복직시킬 수 있을까 하는 물음으로 시작된 토론이, 부채를 탕감할 수 있는 것인지, 산업을 발전시키려면 노동자 통제가 필요한지 타협이 필요한지에 대한 토론으로 나아간다.

혁명가는 그저 시리자의 타협을 줄곧 비판하기만 해서는 안 된다. 세 가지 분명한 단계가 있다. 첫째, 분명한 정책 대안을 통해 노동계급의 투쟁과 그들의 희망에 분명한 앞길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부채 탕감과 [IMF 등에] 채무 지급 중단, 트로이카·유로화와의 단절, 노동자 통제 하에서의 은행 국유화, 민영화 중단과 민영화된 거대 국영기업 일체의 재국유화, 해고 금지, 인종차별과 파시즘 분쇄 같은 것이 바로 그런 정책들이다.

행동과 조직

둘째, 혁명가는 좌파 정부의 구실에 환상을 가진 노동자들과 모든 경제적·정치적 투쟁에서 협력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시리자에 투표한 수많은 투사들과의 공동행동은 필수적이다. 오늘날 이들의 다수는 안타르시아를 정부의 후퇴와 타협에 맞서 자신들을 지지해 줄 정치세력으로 여긴다.

마지막으로, 이를 위해 혁명가는 지금 제기되는 과제를 해결하고 기회를 살릴 수 있는 독자적 조직을 건설해야 한다. 노동자 투쟁을 지원하는 데 주도권을 발휘하고 반자본주의 강령에 따른 요구를 전면화해야 한다. 이것이 안타르시아와 그리스 사회주의노동자당이 하려는 구실이다. 이는 전혀 종파주의가 아니다. 트로이카와 긴축에 맞서 대안과 행동을 명확히 제시해야 하는 현실로부터 이런 과제가 도출되는 것이다.

혁명가는 말만 해서는 안 된다. 일자리를 되찾고, 공공서비스를 재개하고, 인종차별에 맞서 행동해야 한다. 또한, 명확한 반자본주의 정치로 노동자 통제라는 쟁점을 제기해야 한다. 그리스 전역의 직장에서 벌어지는 수준 높은 정치 토론에서는 이런 문제가 종종 제기된다. 토론의 수준은 매주 높아지고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우리는 그리스에서 좌파 정권이 이번으로 끝나지 않고 계속 이어지도록 할 수 있다.

출처: 영국의 혁명적 좌파 월간지 《소셜리스트 리뷰》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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