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법 제105조(국기, 국장의 모독) 대한민국을 모욕할 목적으로 국기 또는 국장을 손상, 제거 또는 오욕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7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형법에는 ‘국기·국장의 모독죄’라는 조항이 존재한다. 국가를 모욕할 목적으로 국기를 훼손할 경우 형사처분을 한다는 조항이다. 국가를 모욕할 고의성을 가지고 태극기를 불태우는 행위가 대표적인 처벌 대상이다. 2012년에는 광복절날 자신이 운영하는 친일카페에 태극기를 불태운 사진을 게재한 A군에게 국기·국장의 모독죄가 적용돼 경찰이 수사에 나서기도 했다.

최근 세월호 1주년 집회 도중 태극기를 불태운 남성을 두고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황우여 법무부 장관은 이 사건을 “있어선 안 되는 일”이라고 규정했다.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은 “태극기를 태운 것은 대한민국 국민을 태운 것”이라며 “이를 방치하면 이게 국가인가”라고 비난했다. 애국국민운동대연합을 비롯한 보수 성향 시민단체들은 해당 시민을 철저히 수사하라며 경찰에 고발했다.

여기서 짚고 넘어갈 문제는 ‘과연 국기를 불태우는 행위를 형사처분까지 해야 하는가’라는 것이다. 필자가 국기를 태우겠다는 의도를 가졌다는 소리는 아니다. 국기를 훼손하는 행위가 사회 통념상 비판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 행위가 형사처분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가는 별개의 문제다. 국기를 불태우는 행위도 국민에게 보장된 ‘표현의 자유’의 범주에 포함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는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국민에게 최대한의 자유를 보장해줘야 한다. 국기를 불태운다고 국가가 망하는 것도 아닌데 형사처분까지 하는 건 과잉처벌이다.

미국 법원, 국기 모독 목적의 국기 점화 처벌 위헌 결정

미국에서 성조기를 불태우면 어떻게 될까? 답은 ‘아무 문제 없다’이다. 1989년까지 텍사스 주 형법은 주 정부 혹은 연방 정부의 기를 모독하는 행위를 1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벌하고 있었다. 1984년 텍사스에서 열린 반공화당 시위 당시 시위대는 인근 건물의 국기 게양대에서 뺀 성조기에 기름을 적셔 불을 붙였고, 성조기를 모독하는 데모가를 합창한 후 해산했다.

텍사스 주는 시위 참가자를 ‘국기모독죄’로 기소했다. 주 법원은 시위 참가자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시위 참가자는 국기를 불태우는 행위가 연방 수정헌법 제1조가 규정하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상고했다.

이에 연방대법원은 텍사스 주의 ‘국기모독죄’를 수정헌법 1조 위반으로 결론 내렸다. 미국 의회에서 통과된 ‘성조기 보호법’에 대해 연방대법원은 위헌 판결을 내리며 이렇게 말했다. “성조기를 훼손했다고 처벌한다면 성조기가 상징하는 소중한 자유가 훼손될 것이다.” (《홍승기의 시네마 법정》(생각의 나무, 2003) 중에서)

용납할 수 없는 건 시위 진압 중 경찰의 범법 행위

오히려 문제는 태극기를 태운 남성이 아니라 경찰이다. 세월호 1주년 집회 당시 시민들은 유가족들을 만나기 위해 광화문 현판으로 향했을 뿐이었다. 이들에게 경찰은 물포를 직접 겨냥해 분사했다. 물포를 대상에게 직접 분사하는 것은 명백한 위법 행위이다(경찰장비사용기준 제13조 제3항).

경찰은 확성기를 통해 방향까지 언급하며 시민들을 물포로 ‘조준 사격’했다. 〈고발뉴스〉 이상호 기자는 경찰이 소화전에서 물을 끌어와 살수차에 주입하는 행위를 “불법”이라고 항의했다가 연행당했다. 확성기를 통해 흘러나온 종로경찰서 경비과장의 “사랑하는 가족들 품으로 돌아가길 바랍니다”라는 말은 가족들을 잃고 슬픔에 잠겨있는 유가족들 앞에서 결코 해서는 안 되는 말이었다.

보수 진영은 이번 ‘태극기 사건’을 용납해선 안 되는 행위로 몰고 간다. 과연 용납이 안 되는 행위를 한 것은 누구일까? 표현의 자유로 존중받을 여지가 있는 해당 남성일까, 아니면 시위 진압 과정에서 비정상적인 행위를 일삼은 경찰일까. 어째서 보수 진영은 경찰의 “용납해선 안 되는 행위”에는 아무런 문제 제기를 하지 않는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