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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세계경제, 굼벵이 기어 가는 속도로는 위기를 벗어날 수 없다

크리스틴 라가르드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총재이다. 4월 17~18일 IMF 총회가 워싱턴에서 열렸다. 그 자리에서 라가르드는, [영국 재무장관으로 긴축을 추진하는] 조지 오스본이 영국 경제를 잘 운영하고 있다고 칭찬했다. 그리고 채권자들의 “개혁” 요구를 “달성”하라고 그리스에 촉구하며 자신이 보수 정치인임을 여실히 드러냈다.

라가르드의 전임자들인 로드리고 라토와 도미니크 스트로스칸이 법을 어긴 일이 있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라가르드 자신은 프랑스 재무장관 시절에 권한을 남용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2007년 대선 때 니콜라스 사르코지에게 큰 돈을 기부한 사람 편을 들[어 그가 재판에서 승리하게 했]었다는 혐의이다.

그러므로 IMF는 서구 자본주의의 본질을 매우 잘 보여 주는 상징이다. 즉, 세계를 지배하지만 온갖 부정으로 뒤덮인 체제 말이다.

임금·연금·복지 삭감 등 긴축을 강요하는 IMF의 미친 도끼질. ⓒ출처 〈소셜리스트 워커〉

IMF는 대체로는 신자유주의를 촉진하는 구실을 한다. 그러나 2007~08년 금융 위기 이후 IMF는 세계경제가 잘 굴러가기만 하는 것은 아니라고 시인할 수밖에 없었다.

최근 IMF가 반년간지 《세계경제 전망》 최신호에서, [2007~08년의] 경제·금융 위기가 세계적 [경제] 성장에 항구적 손상을 가했음을 시사하는 연구 결과를 수록한 까닭이다. 라가르드가 허세를 부리고 다니는 와중에 말이다.

그 연구는 잠재생산량 증가율의 추이를 추적했다. 잠재생산량은 물가인상을 초래하지 않으면서 달성할 수 있는 생산 수준을 뜻한다.

그 연구 결과는 이렇게 예측했다. 선진국 경제에서 잠재생산량 증가율은 2008~14년 연평균 1.3퍼센트에서 2015~20년 1.6퍼센트로 거의 오르지 않을 것이다. 이 수치는 위기 이전인 2001~07년의 2.25퍼센트보다 한참 낮다.

IMF는 중국·인도·브라질 같은 “신흥국” 경제의 성장도 둔화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 나라들의 잠재생산량 증가율은 2008~14년 6.5퍼센트에서 2015~20년 5.2퍼센트로 떨어질 것이라고 한다.

이 수치들을 보면 상황이 그렇게까지 나쁜 것은 아닌 듯하다. 그러나 만약 IMF의 예측이 옳다면, 부유한 나라들의 경제는 계속 성장하겠지만, 그 수준은 2008~09년 대불황을 포함한 시기의 성장률보다 나을 게 별로 없다는 뜻이 된다.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 마이클 로버츠는 자신의 블로그에 경제 회복 속도가 “굼벵이 기어 가는” 수준이라고 썼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인지를 두고 주류 경제학자들 사이에 논쟁이 있다. 미국 재무장관을 지냈고 대통령 버락 오바마의 최고 경제 자문이었던 로런스 서머스는 “장기 침체” 이론을 부활시켰다. “장기 침체”는 1930년대에 존 메이너드 케인스 지지자들이 처음으로 썼던 말이다.

서머스는 이렇게 주장했다. 자본주의는 유효수요 부족으로 고통을 겪고 있고, 이것이 저성장의 원인이다. 그는 경제적 불평등을 줄이고 공공지출을 늘이는 것을 처방으로 내놓았다.

좌파적 자유주의 경제학자이고 그리스 시리자 정부와 가까운 제임스 갤브레이스는 이렇게 주장했다. 문제의 근원은 매우 깊은 곳에 자리잡고 있는데, 예를 들어 미국 국방력의 쇠퇴와 저유가의 종말이 문제의 요인이다.

다른 경제학자들은 저마다 다양한 이유를 장기 침체의 요인으로 제시한다. 기술 혁신의 둔화와 서구 세계의 노령화 등이 그 사례들이다.

신자유주의의 보루인 IMF조차 이제는 자본주의가 심각하게 손상됐음을 인정하는 상황을 보여 준다는 점에서 이 논쟁은 흥미롭다. 그러나 IMF가 내놓을 처방은 뻔하다. 라가르드가 그리스에 요구한 것 같은 친시장적 “개혁”을 더 하라는 것이다. 어떤 면에서 이 처방은 진실에 근접한 것일 수 있다. 오늘날 “개혁”이란 한마디로 조직 노동자들을 약화시키고 노동자들이 착취 증대에 저항하기 어렵게 만드는 온갖 수단들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은 성장이 왜 더딘지에 대해 마이클 로버츠 같은 마르크스주의자들이 내놓은 설명과 잘 어울린다. [2008~09년의] 대불황과 뒤이은 침체의 근저에는 주요 자본주의 경제들에 모두 영향을 끼친 장기적 이윤율 저하가 있었다는 것이다.

사용자들은 위기를 이용해 노동자들을 더 혹독하게 쥐어짜려 했다. 그래도 이윤율이 투자를 끌어올릴 만큼 충분히 오르지는 못했다. IMF가 추산하길, 2008~14년 선진국 경제의 민간부문 실제 투자는 2007년에 예측됐던 수치보다 25퍼센트 낮았다.

기업들은 돈을 생산적 투자에 쓰기보다는 금융시장에 밀어 넣고 있다. 전 세계에서, 특히 중국에서 주식시장 거품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서머스처럼 노련한 신자유주의자들도 국가가 나서 경제를 구제해 주기를 기대하는 것이 놀랍지 않은 이유이다. 그러나 그 기대는 접어 두는 편이 좋을 것이다.

출처: 영국의 혁명적 좌파 신문 <소셜리스트 워커> 245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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