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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병연장동의안 반대! - 자이툰 부대는 지금 당장 돌아와야 한다

파병 연장 동의안 추진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럼스펠드의 자이툰 부대 방문 이틀 뒤인 10월 12일 열린우리당 의장 이부영은 “파병연장동의안을 정기국회 안에 처리하겠다”며 럼스펠드의 “이례적 방문”과 “격려”에 화답했다. 원내대표 천정배는 이미 지난달 30일 미 국무부 부장관 폴 월포위츠를 만나 “이라크 파병 목적 달성을 위해 연장을 적극 고려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한껏 아양을 떨고 왔다.
한나라당도 이 문제만큼은 “국회처리가 무난할 것”(한나라당 정책위의장 이한구)이라며 맞장구를 치고 있다. 국방부는 아예 이달 안으로 연장동의안을 국회에 상정할 계획이다.
파병연장동의안 처리를 앞두고 정부와 보수 언론은 자이툰 부대의 활동을 미화하기에 여념이 없다. 자이툰 부대가 활동하고 있는 아르빌은 안전하고, 재건 사업은 현지 주민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는 식이다.
하지만 이것은 ‘눈가리고 아웅’하는 자기기만에 불과하다. 한국군의 도착 이후 연이은 테러 첩보 때문에 자이툰 부대는 외부 지원 활동을 한 달이나 미룬 상태다. 아르빌 자치정부가 열려고 했던 ‘환영 행사’도 취소됐다. 자이툰 부대가 주둔지인 아르빌로 이동하는 동안 무려 40여 차례의 적대행위가 있었고, 폭발물도 2차례 발견됐다. 이 과정에서 한국군을 엄호하던 동맹군 6명이 사망하고, 1백3명이 부상을 입었다.
사실, 자이툰 부대 주둔 전에도 아르빌은 그다지 안전하지 않았다. 이미 지난 2월에 폭탄 테러로 아르빌 주지사를 비롯해 3백12명의 사상자가 발생했고, 6월에는 자치정부의 문화부 장관이 유사한 테러로 부상을 입었다. 최근에도 아르빌 출신의 쿠르드민주당 소속 페쉬메르가 대원 3명이 바그다드 근처에서 납치된 지 사흘만에 참수당하는 일이 있었다.
미국을 지원하기 위해 파병된 것도 모자라 하필 미군 부역 세력인 쿠르드민주당과 착 달라붙어 있는 한국군도 저항 세력의 공격 대상에서 결코 예외일 수 없다. 평화·재건 부대라는 억지가 무색하게도 자이툰 부대는 이미 미군에게서 이 지역 군사작전 지휘권을 넘겨받은 상태다.
지난 8월 25일에는 ‘검은 깃발’이라고 밝힌 테러 단체가 “한국인과 한국군을 공격하겠다”는 내용의 비디오테이프를 한국의 한 방송사에 전달하기도 했다. 한국군이나 한국인에 대한 현상금이 금 10kg이나 8천 달러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설상가상으로, 아르빌에서 인접한 모술과 키르쿠크 등 이라크 북부 지역의 상황이 갈수록 불안정해지고 있다. 내년 총선 전에 저항세력을 분쇄하기 위한 미군의 공세가 강화되면서 이에 맞서는 이라크인들의 저항 역시 격화·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군의 공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저항세력의 통제 하에 있는 “모술은 ‘제2의 팔루자’로 불릴 만큼 치안상황이 불안하다.”(김영미 분쟁지역 전문 PD)
지난 2월 아르빌의 쿠르드 정당들을 공격했던 ‘안사르 알순나’ 역시 모술에 새로이 거점을 확보했다. 9월 18일 아르빌에서 1시간 거리인 키르쿠크에서는 중앙경찰서 폭탄테러가 일어나 45명의 사상자가 났고, 같은 날 아르빌에서 40분 거리인 탈 아파르에서는 치열한 교전이 벌어져 1백여 명이 숨지거나 다쳤다.
지난 9월 12일 아르빌 남동쪽 술라이마니야에서 2천여 명의 쿠르드인들이 독립을 요구하며 벌인 시위는 가뜩이나 불안정해지고 있는 북부 지역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수 있다. 쿠르드족이 모술, 키르쿠크 등 북부 유전 지대를 장악하려 하기 때문에 아랍계와 쿠르드계 사이의 반목이 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내년 1월 총선을 염두에 둔 쿠르드족의 정치적 동원은 이러한 갈등을 새로운 경지로 발전시킬 가능성이 다분하다.
심지어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이란이나 시리아, 터키 등이 개입할 수도 있다. 지난 17일 쿠르드족 지도자인 마수드 바르자니는 인근 국가들이 키르쿠크 분쟁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다음 달에는 어쨌든 시작하겠다는 자이툰 부대의 영외 활동이 바람대로 ‘민사작전’이 될지 아니면 ‘군사작전’이 될 지는 알 수 없다. 내년 총선 전에 이라크 상황을 통제해야 하는 미국이 3천6백 명 규모의 잘 무장한 군대가 아이들에게 ‘축구공과 사탕’이나 나눠주고 있도록 내버려두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미국은 이라크 남부에 주둔하고 있는 영국군에게 바그다드에 가까운 교전 지역으로 이동 배치해 줄 것을 요청한 상태다.
미 국무부 장관 콜린 파월이 10월 25일 방한하는 것이나 이에 맞춰 한국 정부가 파병연장동의안 처리를 서두르는 것은 일단 파병연장동의안을 통과시키고 나서 자이툰 부대의 ‘활용도’를 높이려는 의도가 있음이 분명하다. 그렇게 되면 제국주의 침략 전쟁 지원이라는 본질을 덮고 있는 마지막 잎사귀 한 장마저 속절없이 사라지게 될 것이다.
지난 2월 이후로 이미 7개 파병국이 이라크에서 철수했고 최근에는 폴란드, 이탈리아, 우크라이나 등도 철군 또는 감군 의사를 연이어 밝히고 있다. 그런데도 노무현 정부는 부시의 전쟁과 재선을 돕기 위해 무고한 한국 젊은이들의 희생을 끝내 감수하려 한다. 피를 흘리기 전에, 또는 손에 피를 묻히기 전에, 자이툰 부대는 지금 당장 한국으로 돌아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