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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 노동자들이 현장을 마비시켜 부당해고를 철회시키다

“갑자기 계약해지 통지를 받았습니다. 이유는 화물연대에 가입했기 때문이랍니다. 갑자기 해고를 당하고 나니 어찌해야 할지를 몰랐습니다. 9살, 7살짜리 아기들을 위해 인력시장에 나갔습니다. 일자리는 없었습니다. 한달에 16만 원으로 살아야 했습니다. 아내와 밤새도록 운 적도 있습니다. 정말이지 동지들이 아니면 저는 살지 못했을 것입니다. 오늘 이렇게 많은 동지 여러분들이 찾아와 주시고 함께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끝까지 용기를 내서 싸우겠습니다.”

화물연대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갑자기 해고(계약해지)를 당한 노동자 4명 중 한 노동자는 지난 4월 23일 파업 현장에 함께한 동지들 앞에서 이렇게 이야기하며 울었다.

지난 3월10일 체리부로(주)의 운송자회사 에코벨로지스에서 화물연대 조합원 4명이 갑자기 해고됐고, 체리부로 분회 소속 조합원 50여 명은 40일간의 교섭에 성의없는 태도로 일관한 사측에 항의하며 4명의 해고 철회를 요구하는 파업을 4월 20일부터 실행했다. 그리고 파업을 돌입한 바로 다음 날 그 50명 전원이 문자로 해고(계약해지) 통보를 받았다.

사업장 봉쇄

그러나 그들은 흔들림 없이 사업장의 모든 운송차량이 드나들지 못하도록 사업장을 봉쇄하는 파업 투쟁을 완강하게 진행했다. 운송차랑 파업과 사업장 봉쇄 2~3일만에 작업 원료가 떨어지고, 가공한 제품의 배송이 저지되어 사업장의 모든 생산라인이 중지됐다.

사측은 수억 원을 들여 용역깡패를 동원했다. 사측은 화물연대와 싸워 수차례 이긴 경험이 있는 운송회사 이사의 조언대로 용역깡패들과 대체 차량까지 준비해 두었던 것이다. 그러나 조합원들은 저들의 무력 도발과 대체 차량 진입에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며 적절하게 대응했고, 사업장 봉쇄에 성공하고 파업 천막을 굳건히 지켰다.

그러자 화물연대 조합원들의 용기 있는 싸움에 감동한 같은 회사 미가입 운송 노동자들 50여 명이 파업에 동참하며 화물연대에 가입했다. 생산라인은 정지되고, 거의 대부분의 운송노동자들이 화물연대로 대거 가입하고, 파업 대열이 흐트러짐 없이 유지되자, 사측은 파업 5일째(4월 25일) 기고만장하던 태도를 버리고 교섭을 요청해 왔다.

결국 교섭이 시작됐고 교섭 이틀째인 4월 27일 자정이 막 지난 때에 교섭이 타결됐다. 애초에 해고되었던 노동자 4명과 집단 해고된 50명까지 모두 복직됐으며, 파업 기간 지급하지 않았던 임금(월대)까지 다 지급받았다. 투쟁 사업장의 거의 모든 운송노동자들이 화물연대 조합원으로 가입했을 뿐 아니라 가장 중요한 요구 조건이었던 배차권까지도 쟁취하게 됐다.

파업 기간 내내 화물연대 충강지부장을 비롯한 투쟁 지도부들은 파업 천막을 사수하며 모든 투쟁의 선봉에서 강력한 지도력을 발휘하며 앞장서서 싸웠다. 오랜 투쟁 경험과 역할 분담, 전문화로 잘 조직된 지도부는 함께 싸우는 노동자들의 존경과 신뢰를 많이 받았다. 지도부들은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 동지들은 모든 것을 걸고 싸우자. 단결하면 이길 수 있다”는 굳건한 태도를 유지했고, 사측의 온갖 간교한 전술들을 면밀히 검토하고 대책을 세워가며 기민하게 움직였다.

전국에서 몰려든 연대 동지들의 차량은 우렁찬 경적 소리로, 함께하는 집회로, 천막을 사수하는 투쟁으로, 각종 음식물 후원으로 함께했고, 말 그대로 투쟁 사업장 주변은 ‘파업’의 위력과 기세가 점령한 투쟁 현장이었다.

노동자의 위력은 생산라인의 중단으로 드러났다. 자본은 굴욕적이지만 현실적으로 인정할 수 밖에 없는 패배 앞에 무력했다. 말 그대로 파업의 위력 앞에 자본이 무릎을 꿇고 교섭을 요청하자, 노동자들은 사측의 교섭에 기꺼이 응하며 당당하게 사업장으로 복귀했다.

위력적

파업 전 이 사업장 운송노동자들은 한 번도 이런 투쟁을 벌여 본 적도 들어 본 적도 없었다고 했다. 노동자들은 노동자의 단결과 파업이 이 정도의 힘을 보여 줄 줄은 몰랐다고 했다. 화물연대의 힘이 이 정도인 줄은 몰랐다고 했다. 모든 운송 노동자들은 싹 다 화물연대에 가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동자들은 주면 주는 대로 받고 시키면 시키는 대로 죽어라 일만 하던 예전의 그들이 더는 아니었다. 이들은 스스로를 ‘노동자’, ‘화물연대 조합원’이라고 불렀다. 노동자들의 얼굴엔 며칠간 계속된 철야 파업 투쟁으로 켜켜이 쌓인 피로가 역력했지만, 자부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막걸리 잔을 들이키며 ‘사람이라면 일하는 사람 편에 서야지’, ‘이게 사람 사는 거지’라는 말을 연거푸 외쳤다.

체리부로(주) 자본과의 투쟁에서 화물연대는 완전히 승리했다. 참으로 아름답고 빛나는 승리였다. 화물운송 노동자들은 특수고용직 노동자들로서 노동3권을 박탈당하고, 원청은 우리 일이 아니라고 ‘나 몰라라’ 하는 간접고용 현실에 내던져져 있다. 수억 원에 이르는 차량 비용과 매달 수백만 원의 차량 유지 비용을 고스란히 운전자가 짊어져야 하고, 해고되면 곧바로 수천, 수억 원의 빚더미에 올라 앉아야 하는, 그러면서도 언제 해고될지 알 수도 없는 불안한 상태에서 하루 16시간씩 살인적인 노동에 내몰리면서도 자기 차를 마음대로 처분할 수도 없는 노예적인 상태에 놓여 있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조직했고, 단결해 투쟁했다. 그리고 승리하고 있는 것이다.

굳건한 단결과 승리에 대한 확고한 신념, 이겨야만 한다는 절박함으로 자본의 이윤에 직격탄을 날린 파업 투쟁의 현장에 함께했던 모든 노동자들의 가슴에는, 지금도 붉은 깃발 휘날리는 투쟁 천막이 드리워 있을 것이다.

인간의 골육을 짜내 이윤을 생산해 내는 것이 지상 목표인 자본주의 체제에서, 싸우지 않을 때 노동자는 이윤 생산을 위한 인간 소모품에 불과하지만, 단결하여 싸울 때, 노동자는 세상의 주인이 된다. 노동자들이여, 서로를 믿고 굳게 단결하여 생산라인을 멈추자! 우리 안에 있는 놀라운 힘을 확인하자! 노동자 총단결, 총파업 투쟁으로 세상을 바꾸자! 투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