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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편지 - “우리는 테러리스트가 아니다”

평등노조 이주지부 조합원 방글라데시인 노동자 마숨

지난 10월 13일 한나라당 김재경 의원은 “국정원이 반한 이슬람 단체 ‘다와툴 이슬람 코리아’ 조직원인 방글라데시인 3명을 지난 4월 강제추방했다.”는 내용을 국정감사에서 발표했다. ‘외국인 불법체류자가 국가안보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테러 가능성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말아야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최근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단속은 극에 달하고 있다. ‘라마단’ 기간임에도 기도하러 사원에 가는 것조차 두렵다. ‘10명 이상이 모여서 기도하고 있다는 소식만 들리면 바로 와서 잡아간다’는 소문에 다들 홀로 기도하고 있는 실정이다.
나도 최근에 택시를 타고 기사에게 방글라데시인이라고 했더니 ‘방글라데시인은 모두 테러리스트 아니냐?’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다와툴 이슬람 코리아’는 종교단체일 뿐이다. 주된 활동 역시 이슬람에 대해 알리고 사원을 관리하는 일이었다. 국정원과 김재경 의원이 주장하듯 ‘반한활동’을 한 적이 없다. ‘국정원’은 ‘외교적 문제를 고려해’ 구체적 증거를 제시하지 않을 뿐이라고 애기했으나 지난 15일 방글라데시 대사관은 “대한 민국 정부로부터 ‘방글라데시인이 반한단체와 연관되어 추방당했다’는 내용을 전달받지 못했다”는 항의성명을 발표했다. 실제 그들이 ‘반한활동’을 했다는 구체적 증거는 어디에도 없으며 법무부에서조차 “‘불법체류자’로 추방했을 뿐”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들이 강제추방당할 당시에도 ‘반한활동’, ‘테러리스트’라는 얘기는 없었다.
우리를 테러리스트로 몰아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3년 10월 26일 전국비정규 노동자대회에서 연행된 ‘비두’와 ‘자말’동지가 체포되고 강제 추방될 때도 역시 ‘테러리스트’라는 딱지가 붙여졌다. 명동성당 농성 투쟁단 대표’ 샤말 타파’ 역시 ‘반전집회와 비정규노동자집회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강제추방 당했다.
나는 96년도에 한국에 와서 지금까지 8년째 노동하고 있는 방글라데시인이다. IMF때는 제대로 월급도 받지 못하고 일했었고 사장들에게 사기를 당한 적도 여러 번 있다. 그렇게 경제가 어려울 때 우리를 싸게 부려 먹어 놓고서 이제는 강제추방을 자행하고 있다. 그것도 ‘테러리스트’라는 딱지까지 붙여서 말이다.
대체 내가 무슨 잘못을 했기에 ‘테러리스트’라고 불려야하는가.
‘내가 노동운동을 했기 때문에?’
‘내가 전쟁에 반대했기 때문에?’
‘내가 WTO에 반대하기 때문에?’
그것이 나를 테러리스트라고 하는 이유인가. 그렇다면 나와 함께 싸웠던 수많은 한국사람들도 모두 테러리스트인가?
내가 노동조합운동, 반전운동 등의 활동을 하는 이유는 이 나라에서 당당하게 일하는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찾기 위해서이다.
나는 노동자로서, 한국 땅에서 당당하게 일하는 사람으로서. ‘노동자’라는 의식을 가지고 있기에 노동조합활동을 하는 것이다. 나 자신의 생존권과 권리를 지키기 위해 ‘고용허가제’,’강제추방’ 등의 부당한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활동을 하는 것이 ‘반한활동’으로 추방되어야 하는 이유인가?
또 나는 평화를 바라는 인간으로서 반전운동에 나서는 것이다. 내가 처음 반전운동에 나서게 된 것은 이라크 아이들이 무참하게 죽어가는 것을 보면서이다. 오히려 한국정부가 이라크에 파병하고 나서 한국인들은 테러위협에 시달리고 있고 실제 김선일씨같은 피해자도 나왔다. 바로 한국정부의 잘못된 파병 결정이 ‘한국인들의 안전과 생명’을 실질적으로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부당하고 위험한 전쟁과 파병에 반대하는 것이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행위’로 추방당해야 하는 일이가?
나는 당당한 이땅의 노동자로서 ‘강제추방’이 사라지고 ‘노동허가제’가 시행될 때까지, 또 ‘이라크 파병이 철회’될 때까지 모든 방글라데시 노동자들과 이주노동자들 그리고 한국인 노동자들과 함께 싸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