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일 여야가 합의한 공무원연금 ‘개혁’안[이하 여야 합의안]을 두고 박근혜는 “그게 무슨 개혁이냐” 하고 강하게 불만을 드러냈다. 우파 언론은 “맹탕 개혁”, “찔끔 개혁”이라 비난했다.

그러나 여야 합의안은 교사·공무원 노동자들에게 사상 최대의 개악이다.

여야 합의안에 따르면 보험료는 28.6퍼센트 인상되고 지급률은 10.5퍼센트 삭감된다. 더 내고 덜 받는 것만 따져도 교사·공무원 노동자들이 입는 평균 손실액은 최소 7천 2백만 원에서 1억 6천만 원이나 된다. 이는 이명박 정부 때보다 더 큰 개악이다.

또, 보험료 납부 기한을 3년 연장해 36년 동안 내도록 했다. 더 오랫동안 임금에서 보험료를 떼겠다는 것이다. 반면 연금 지급 개시 연령을 60세에서 65세로 연장했다. 이로 인해 노동자들은 5년치 연금을 빼앗기는 데다가 퇴직 후 수년간 소득 없이 살아야 한다.

유족연금도 10퍼센트 삭감하고 향후 5년간 모든 퇴직자들의 연금을 동결하기로 했다. 이는 실질연금을 삭감하는 것인데, 말이 5년이지 그 이후 연금도 누적적으로 감소되는 것이기 때문에 타격은 더 크다. 이로 인해 향후 30년간 퇴직 공무원들이 감수해야 할 연금 삭감액만 약 37조 원에 이른다.

국민연금 수준으로 삭감된 공무원연금 5·2 여야 합의안은 정부 재정 절감 효과가 3백33조 원이나 되는 사상 최대 개악이다 ⓒ이미진

여야 합의안에 따른 정부 재정 절감 효과가 3백33조 원인데, 이는 애초 새누리당안보다도 24조 2천억 원 정도 더 많다. 2009년 개악과 비교하면 향후 30년간 4.47배나 큰 재정 절감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한다. 그만큼 교사·공무원 노동자가 치러야 할 희생이 더 크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새정치연합이 “반토막 연금 막아 냈다”고 자화자찬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소득재분배 요소 도입으로 여야 합의안이 마치 ‘하후상박’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하는 것도 거짓말이다. 여야 합의안에 따른 2016년 9급 신규 공무원의 예상 연금액은 1백34만 원에 불과하다. 상대적으로 적게 깎일 뿐으로 ‘하박상박’이다.

정부 여당 측을 대변하는 김용하 교수는 공무원이 국민연금 가입자보다 보험료를 두 배나 더 낸다는 점과 공무원 퇴직수당은 민간 기업 퇴직금의 39퍼센트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이 사실상 같아지는 셈이라고 실토했다. 이렇게 되면 공적연금의 하향평준화가 완성되는 것이다.

하박상박

또, 연금 수급 요건도 국민연금과 같게(20년에서 10년) 조정하기로 했다. 향후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의 통합을 염두에 둔 꼼수다.

인사혁신처는 여야 합의안에 대해 “단기간에 큰 폭의 개혁”이라고 평가했고, 당·청은 지난 15일 회동을 통해 “주어진 조건 속에 최선의 안”이라고 인정했다. 개악 당사자들이 ‘최선의 성과’라고 하는 마당에, 교총·공노총·공무원노조 집행부가 “선방” 운운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그들은 한사코 투쟁을 회피하고 협상에만 매달리다가 결국 1백만 교사·공무원 노동자의 노후를 팔아먹는 개악안에 합의했다.

이 개악 공모자들은 여야 합의안이 공무원 노동자들의 손실은 적정 수준으로 하면서 재정 안정화 목표도 달성했다는 식으로 얘기한다. 이는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이다. 정부·여당이 자랑하는 재정 절감 효과는 결국 교사·공무원 노동자들이 감당하는 희생의 크기다. 보험료 상승이나 연금액 감소만으로 연금 삭감 폭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 연금 지급 개시 연령, 납부 기한, 연금액 인상, 유족연금 등 여야 합의안에는 가능한 모든 항목에 개악이 포함돼 있다.

박근혜가 공무원연금 개악을 필두로 군인연금, 사학연금을 개악하고 국민연금과 건강보험도 손보려는 상황에서 공무원연금 후퇴는 공적연금 개악 도미노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따라서 개악의 폭과 수준을 놓고 갑론을박하기보다는 여야 합의안을 단호하게 반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