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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총리 내정은 박근혜의 ‘공안’ 통치 선전포고

박근혜가 친정 체제를 강화해 정치적 위기에 대응하려 한다.

박근혜는 한 달 넘게 공석인 국무총리 자리에 법무부장관 황교안을 내정했다. 이는 사정과 ‘공안’ 통치로 정치적 반대자들을 억눌러 권력 누수를 막겠다는 일종의 선전포고다.

공안 검사 출신인 황교안은 법무부장관 2년여 동안 박근혜, 김기춘 등과 코드를 맞추며 강성 우익 정부의 돌격대장 구실을 해 왔다. 헌법재판소에서 직접 공개변론을 맡아가며 진보당 위헌정당 해산에 앞장섰다. 그는 진보당 같은 좌파를 “암적 존재”로 부르며 해산 결정을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협하는 헌법의 적으로부터 우리 헌법을 보호하는 결단”이라고 칭송했다.

또한 법무부장관 직을 이용해 검찰총장 채동욱을 내쫓으면서까지 국정원 등 국가기관들의 총체적 대선 개입 사건 수사를 좌초시킨 것도 그의 ‘공’이다. 최근 터진 불법 대선 자금(성완종 게이트) 수사에도 정권 핵심부로 불똥 튀지 않도록 하는 것이 그의 임무였다.

무엇보다 검찰이 세월호 참사를 수사할 때 해경에 대한 수사를 유병언 수사로 돌려 진상을 축소 은폐하려 한 당사자다. 박근혜와의 교감 속에서 이뤄진 일이었다. 또, 황교안은 목포해경 123정장에 대한 과실치사죄 적용도 반대했다.

바로 이런 ‘공’ 때문에 박근혜는 황교안을 총리에 내정한 이유를 “대통령의 국정철학에 대한 이해가 깊고 ... 조용하면서도 철저하고 단호한 업무스타일”이라고 밝혔다. 황교안은 2년 전 법무부장관 인사청문회에서도 “안보·사회질서 교란세력 … 에 엄중히 대처해 법은 언제나 지켜진다는 신뢰를 쌓겠다”고 말했다.

이런 자가 총리가 되면, 최근 본격화된 세월호참사국민대책회의와 세월호 참사 항의 운동에 대한 탄압도 더욱 거세질 것이다. 민주노총 파업 투쟁에 강경 탄압하는 것은 물론이고 시위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억압도 더 거세질 것이다.

그러나 황교안의 ‘법치주의’는 박근혜 일당과 재벌에 대해서는 늘 피해갔다.

황교안은 검사 시절, 삼성의 정경유착 비리가 폭로된 삼성 X파일 수사를 맡아 삼성과 검찰의 고위 관련 인사들은 모두 불기소처분하고, 도리어 이 비리를 폭로한 이상호 기자(당시 MBC)와 노회찬 전 의원을 기소했다. 이 일로 노 전 의원은 의원직을 잃었다.

검찰 퇴직 후에는 삼성, SK 최태원 부정 사건 따위를 맡는 대형로펌 태평양에서 월 1억 원씩 보수를 받으며 전관예우 특혜를 누려 왔다.

이 때문에 그는 법무부장관 인사청문회에서 전관예우와 세금포탈로 재산을 불려왔다는 의혹으로 진땀을 빼야 했다. 납득할 만한 해명도 없이 이런 자가 청문회를 통과해 법무부장관이 된 것을 보면, 새누리당의 추악함은 물론이고 새정치민주연합이 얼마나 별볼일없고 꾀죄죄한 집단인지도 알 수 있다.

노동운동은 황교안 총리 임명에 반대할 뿐만 아니라 그 의사를 투쟁으로도 표출해야 한다.

황교안의 ‘법치주의’

황교안에게 법은 자본주의 특권세력의 기득권 질서 수호를 위한 수단일 뿐이다. 그래서 국가보안법과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처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법들에 애착이 크다. 그는 이 법들에 대한 해설서를 개정판까지 내며 우파적 해석을 매뉴얼화해 왔다.

《국가보안법》개정판(2011)에서는 “[국가보안법은] 정치권의 이해득실에 따라 그 개정이나 폐지가 논의될 수 없는 국가의 기간(으뜸이나 본바탕이라는 뜻)법”이라고 했다. 또한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할 수 있다는 “인식”만으로도 이적행위 요건이 성립한다는 주장도 담았다.

〈쟁의행위의 정당성 판단 기준에 관한 고찰〉(2005)이란 논문에서는 노동조합 쟁의행위가 “사유재산제도를 부인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근로자의 근로조건의 개선에 직접 또는 간접으로 관련된 사항으로서 사용자가 처분가능한 범위 내의 사항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쉽게 풀이하면, 아무리 노동조건에 관한 사항이라도 노동 관련 입법과 관련한 파업은 무조건 불법이라는 것이다. 직접적 사용자인 기업주가 처분 가능한 범위를 넘어서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정리해고 반대 파업도 사유재산 처분권에서 유래하는 경영권을 침해하는 것이기 때문에 불법이다. 황교안의 해석대로라면 노동조합은 있으나마나한 존재가 될 것이다.

《집회·시위법 해설》개정판(2009) 서문에서는 2009년 용산참사 강제진압의 주원인이 “농성자들의 … 불법·폭력성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본문에선 개정판 출간 당시 위헌 논란 중이던 야간집회 금지 조항을 “합헌”이라고도 주장했다.

그는 집시법이 4·19 혁명이 야기한 사회 혼란을 “5·16 혁명”이 바로 잡으려고 만든 법이라고 말하는데, 집회에서 폭력이 벌어지면 참가자 모두 공범이라는 공동정범 이론의 지지자다.

황교안이 수호하려는 “법 질서”는 “약자가 권리를 침해받고 있을 때는 침묵하던 법이, 견디다 못한 약자가 그걸 세상에 알리고 바로잡기 위해 몸을 일으키는 순간, 뒤늦게 개입하여 약자만을 처벌”(《불멸의 신성가족》, 김두식, 창비, 2009)하는 바로 그 법 질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