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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1일 연금행동 토론회:
공무원연금 개악과 국민연금 상향 분리 대응 주장의 모순과 약점을 보여 주다

5월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공적연금 강화를 위한 진보적 대안”을 주제로 긴급토론회가 열렸다. ‘공적연금 강화 국민행동’(이하 연금행동)이 이 토론회를 주최했다.

토론회 전날 여야가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공무원연금 개악안을 통과시키기로 잠정 합의한 터라 적잖은 참여와 관심 속에 진행됐다. 특히 청중 토론 시간에는 5·2 여야 합의안(이하 5·2 합의안)에 대한 그간의 연금행동의 우려스러운 입장과 행보(이에 대해서는 “5·2 여야 합의안을 사실상 지지하는 연금행동 리더들의 우측통행 유감” 기사를 참조하시오)에 대한 비판과 연금행동이 5·2 합의안을 개악안으로 규정할 것을 촉구하는 주장이 줄을 이었다.

토론회 발제자인 제갈현숙 연금행동 정책위원(이자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장)은 5·2 합의안에 대해 공무원연금 개악이라고 때론 옳게 얘기하면서도, “’공적연금 강화 및 공무원연금 개악저지’라는 의제가 합의 이전에는 공무원연금 개악저지를 통한 공적연금 강화에 운동의 초점을 두었다면, 합의 이후 변화된 정세에서는 공적연금, 즉 국민연금 강화투쟁을 통한 공무원연금 개악저지라는 전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을 분리 대응하자는 입장인 것이다. 그러나 제갈현숙 정책위원 자신이 발제문에 썼듯, 5·2 합의안은 “패키지”이며 양립 불가능하다. 이런 분리 대응 입장은 당장 28일 국회 본회의 처리에 대해 찬성할 것인지 아니면 반대할 것인지 모호하게 만든다.

그리고 이처럼 공무원연금 개악 저지를 우선적으로 분명히 하지 않은 채 국민연금 상향을 말하는 것은 현실의 첨예한 쟁점(5·2 합의안 찬반 여부)을 애써 회피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또는 사실상 현실에선 5·2 합의안 통과를 용인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박근혜 정부와 여야 모두, 국민연금 상향과 관련해선 ‘논의는[만] 가능하다’며 공무원연금 개악안의 원활한 처리를 위한 속임수로만 삼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청중 토론 시간에 여러 공무원·교사 활동가들이 제갈현숙 정책위원에게 5·2 합의안에 대한 입장이 정확히 무엇인지 묻는 비판성 질문을 했다. 더불어 연금행동이 5월 18일 발표한 기자회견문(이에 대해선 ‘노동자연대’의 비판 성명을 참조하시오)에서 공무원연금 개악에 대해선 단 한 마디 언급도 없이, 국민연금 상향만 주장한 것을 비판하며 연금행동이 5·2 합의안에 분명히 반대할 것을 촉구했다.

제갈현숙 정책위원은 정리 발언에서 “공무원연금 문제는 이해당사자들이 열심히 싸워야 하는 것이고, 시민단체들을 설득하기 위해선 국민연금 문제로 어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전혀 설득적이지도 효과적이지도 않다. 이날 토론회 지정 토론자로 참여한 노년유니온과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의 대표자들은 ‘공무원들의 희생이 따르나 국민연금 상향이 포함된 5·2 합의안의 이행을 지지하며 촉구’했다. 심지어 청중 토론 때 노년유니온 사무처장은 “공무원들이 연금을 더 깎아 국민들에게 박수를 받을 용의는 없냐?”고까지 주장했다.

결국 제갈현숙 정책위원의 주장은 공무원연금 개악과 국민연금 개선을 맞바꿀 수 있다는 시민단체들의 기존 입장만을 더욱 강화해줄 뿐, 공무원연금 개악 저지 투쟁에 결코 활용될 수가 없다.

비민주적

한편, 정용건 연금행동 집행위원장은 사회자 정리 발언에서 “연대체는 최대공약수로 갈 수밖에 없다” 하며 공무원연금 개악안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히기를 꺼려했다. 오히려 청중들에게 “자신의 입장을 계속 강요하려 들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연금행동은 3월 11일 출범식 때 ‘기본 과제’로 “공무원연금 개악 저지”를 채택·발표했다. 정작 연금행동 내 여러 단체들의 민주적 결정을 무시하고 있는 것은 연금행동 내 일부 단체들과 정용건 집행위원장 자신이다.

정용건 집행위원장이 새정치연합 측을 대변해 실무기구에 참여한 김연명 중앙대 교수에게 박수를 보내도록 유도한 것도 부적절했다. 김연명 교수는 5·2 합의안에 대해 연금행동에 이행 촉구 입장 발표를 주문했는데, ‘노동자연대’의 강력한 반대로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연금행동 정책위원장을 자진 사퇴했다. 5월 26일에는 다른 교수들과 함께 공무원연금 개악안 통과를 촉구하는 입장을 발표하기도 했다.

공무원 노동자들을 배신하고 5·2 합의안을 직권조인한 공무원노조 김성광 사무처장도 초반에 참가했다가 중간에 슬며시 빠져나갔다. 아마도, 토론회 중간에 ‘공무원연금 사수 네트워크’ 활동가들이 참여하자 부담스러워 자리를 피한 듯하다.

연금행동은 5월 27일 국회 정문 앞에서 여야가 합의한 ‘공무원연금 법안 통과 반대’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18일과 달리 27일 기자회견문 내용에 “이해당사자의 동의 없는 공무원연금 법안 통과 중단”이 들어가 있다. 공무원연금이 “삭감”되고 “축소”되는 것에 대한 비판도 포함됐다. ‘공적 연금 논란에 대한 연금 전문가 권고문’에 대해서도 우려와 유감을 언급했다.

이런 변화는 공무원·교사 노동자들과 노동자연대 등 단체들이 공무원연금 개악에 반대하는 “자신의 입장을 계속” 제기한 덕분이다. 무엇보다, 이들의 지적대로 여야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퍼센트’ 약속조차 먹튀할 가능성이 커지는 데 대한 불안감도 깔려 있는 듯하다.

그럼에도, 기자회견문 처음부터 끝까지 5·2 합의안을 “개악안”이라고 명시하지 않고 “법안”이라는 중립적 표현을 쓴 것은 아쉽다.

국민연금 상향을 비롯한 공적연금 강화는 바로 이 시점에 추진되고 있는 공무원연금 개악을 저지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연금행동은 마지막까지 공무원연금 개악 저지 입장을 명확히 하며 연대 투쟁 조직에 힘 써야 한다.